호시노야 안에는 레스토랑이 하나 뿐이라, 아라시야마 지역에 있는 몇군데의 레스토랑을 추천하여 예약을 도와주거나 픽업서비스를 해주고 있었다. 그 중에는 미슐랭 3 star에 빛나는 레스토랑도 있고 좀 저렴한 차이니즈 레스토랑도 있고 뭐 그렇다. 미슐랭 3 star에서 잠시 흔들렸으나 아직은 한끼 식사비로 그 정도의 돈을 지불할 만한 능력도 베짱도 없는지라 호시노야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호시노야의 디너도 충분히 훌륭하였므로 아쉬움 따윈 전혀 남지 않았다.
4명이서 회색빛 릴렉스복을 맞춰입고 가죽으로 된 일본식 슬리퍼를 신고 많이 춥지는 않았지만 외투까지 걸쳐입고 예약시간에 맞춰 레스토랑으로 갔다. 1층은 Bar 형식으로 꾸며져 있고 2층은 몇 개의 room이 있는데, Bar에서는 요리사가 직접 메밀면을 반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글을 봤었다. 하지만 4명이서 Bar에 일렬로 앉아 식사를 하는 건 무리. 우린 2층으로 안내되었다. 별로 볼 생각도 없었지만 영어 메뉴는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세 종류의 코스요리와 여러가지 단품 요리들이 있었는데, 우린 미리 정해둔(일본에 오기 전에 언니가 호시노야 일본어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디너 코스 메뉴를 한글로 번역해서 보내주었기 때문에 이미 메뉴에 대한 결정은 끝나 있었던 상태였다) 코스를 주문하고, 곁들일 술도 취향대로 주문했다. 삐루삐루 노래를 하던 남편은 suntory premium malts 를 주문하고 나는 유자맛이 술맛보다 더 많이 나는 술을 주문하고, 언니와 형부는 시원한 사케를 주문했다.
건배와 함께 식사는 시작되었고, '맛있다. 맛있어' '오이시' '혼또 오이시' 등을 연발하며 우리의 짧은 일본어와 형부의 짧은 한국어가 어우러지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에 맥주를 몇 병 더 시킨듯 했고, 더운 사케를 한병 더 시켰고, 몇 개의 단품요리도 더 주문했다.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있었던 건 아마도 그 펑퍼짐한 디자인의 릴렉스 복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한참을 먹고 마시고 웃고 난 후 불 켜진 료칸을 한바퀴 더 산책하고 객실로 돌아왔더니 낮에 차를 마셨던 다다미 방에, (자기들도 처음 와보면서 멀리서 온 우리를 게스트 대접 해주느라 근사한 침실을 선뜻 양보해 준 고마운) 언니네 부부를 위한 얌전한 이부자리가 가지런히 깔려있었다. 객실엔 tv는 없지만 아이폰으로 음악을 들을 수는 오디오가 있었고, 시나 편지를 쓸 수 있도록 종이와 편지봉투, 먹, 붓 같은 것들이 있었다. 나즈막하게 음악을 틀어놓고 다들 때 아닌 붓글씨 삼매경. 자기 이름 석자를 한글로 써보고 한자으로 써보는 게 전부였지만, 그나마 붓글씨를 배워본 적이 없는 나는 이름 석자도 제대로 써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재밌었던 기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