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부모님이랑 왔을 때에도, 좀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어김없이 재발하는 아빠발의 티눈 덕에 택시를 타고 기온이며 신바시를 구경했었는데, 이번에도 택시로 교토를 간단히 훓어보게 되다니...어쨌든 도착한 오래된 장어요리집 '와라지야'는 전날 공항에서 교토로 오는 고속철 안에서 언니가 보여준 여행잡지에 소개되어 있었는데 무려 450년째 이어진 집이라고 했다. 사진만 봤을땐 그냥 장어덮밥인 것 같았지만, 설명을 보니 '장어죽?'인 것 같다고 한다...뭔지 정체를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장어니까 고민없이 결정~ 예약시간에 맞춰 도착해보니 놀랍게도 지난번 왔을 때 묵었던 숙소 바로 코 앞. 정보가 생명인 시대인 것이다.
'와라지야'에는 메뉴판이 따로 없이 사람 수에 맞추어 음식을 내어온다.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한가지 메뉴만을 파는 음식점은 왠지 믿음이 간다. 점심이지만 빠질 수 없는 맥주를 시키고, 음식을 기다렸다. 처음 내어온 음식은 가쓰오로 다시를 낸 국물에 구운 장어와 유바, 대파, 당면이 들어간 요리였는데 정말 최고였다. 뼈만 쏙 빼내고 통째로 구워진 장어도, 쫄깃한 유바도, 유난히 맛있는 교토 대파도 일품이었다. 일본인인 형부조차 처음 먹어보는 요리라고 했지만 정말 국물과 장어의 조화가 환상이라며 감탄에 또 감탄. 같이 나오는 산초가루도 살짝 뿌려먹으면 또 다른 풍미의 맛이 나고. 어째서 한가지 메뉴로 450년이나 장사를 하는지 알 수 있을것 같았다. 정신없이 국물요리를 해치우고 나니, 두번째 요리인 '죽' 스타일의 음식이 나왔다. 계란을 살짝 풀었고, 말캉한 떡도 들어있는 역시 난생 처음 먹어보는 장어요리. 맛있는 먹으니 또 한국에다가 차리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아졌다. 이거 한국에서 팔면 완전 대박일 거 같아서 가격을 물어보니...좀 비싸...그냥 참기로 했다. 언니랑 형부랑 같이 다니다 보니 메뉴판도 안보고 계산도 안하다 보니 미쳐 몰랐던 것이다. 암튼 가격을 다 먹고 나서 알아서 다행이다 생각하고 기분좋게 교토 산책을 나섰다.
오는길에 택시로 다 둘러본 길이었지만, 교토까지 와서 걸어보지 않을 수 없는 길들을 산책했다.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길이라는 산넨자케, 니넨자케를 지나 지난번에 와서 반해버린 네네노미치에도 다시 가고, 교토 명물인 이노다 커피에서 커피도 마셔주고, 게이샤들의 기온, 신칸센 표지 사진으로 실렸다는 풍경이 있는신바시로 이어지는 코스. 마이코들의 무슨 행사를 앞두고 있어서 유난히 거리에는 기모노를 입은 마이코들이 많이 더욱 교토스러웠던 짧고 굵게 교토를 느낄 수 있는 산책을 마치고, 드디어 원래 목적지인 언니네 신혼집으로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