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2010/Travel2009/07/29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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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요. 음. 그건 운이 좋을때 쓰는 말인데...저흰 떠나는 날이 장날인지 모처럼 동경이 파란 하늘을 보여줍니다.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모름지기 여행이란 다시 돌아가기 싫고 그래야 정상이지만 이번만큼은 여행의 끝이 그리 아쉽지는 않습니다. 새 집과 새 살림살이들을 어서 빨리 오라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테니까 말이죠. 서둘러 짐을 챙겨 공항으로 갈 채비를 합니다. 호텔 진입로에 다음주부터 있을 벚꽃축제를 알리는 팜플렛이 걸려있고 벚꽃도 제법 꽃망울이 맺혀있는 걸 보니 한주 늦게 결혼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괜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일본에서의 벚꽃구경은 예전부터 한번 해보고 싶었던 것이었거든요. 한주 늦게 결혼을 했다면 이런 일도 생기지 않았을테고 역시나 벚꽃축제를 볼 수는 없었겠지요.

여유롭게 호텔을 나선 탓에 시나가와 역을 오가며 봐두었던 카페로 들어갑니다. 커피도 팔고 각종 베이커리와 초콜렛도 팔기에 카페인가보다 했지만, 바로 옆으로 식료품과 꽃을 같이 팔고 있는 독특한 곳이었답니다. 맘 같아선 갖가지 빵들을 맛보고 싶었지만, 계획해 둔 일이 있었으니 카푸치노에 아몬드와 슈가파우더를 잔뜩 뿌린 크로와상을 곁들이는 걸로 만족하기로 합니다.

계획해 둔 일이란 것은 바로 일본 도착해서부터 벼르던 오벤또 제대로 먹기. 2002년 언니가 있던 동네에 가기 위해서는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타고 동경에 도착해서 또 신칸센을 타고 한 시간 정도를 더 가야했는데, 신칸센을 갈아타기 위해 지나쳤던 동경역의 수많은 도시락집들과 아마도 늦은 저녁이었던 그 때에 신칸센 좌석에 앉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혼자서 조용히 녹차병을 따고 도시락 뚜껑을 열어서 한손에는 책을 한손에는 젖가락을 든 채로 책을 읽으며 밥을 먹으며 어디론가(아마도 대부분은 집이겠지만) 가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지요. 남이 먹는 건 왠지 맛있어 보이고 남이 하는 건 꼭 한번 따라해보고 싶어하는 성격인지라 신칸센을 탈 때마다 역에서 도시락을 사서 먹었는데, 매번 도시락의 다양함에 놀라고 (그 때만 해도)비싸지 않은 가격에 놀라고 제대로 된 밥맛에 놀랐었지요. 그 다음부터 누군가가 일본에는 뭘 먹어봐야 하냐고 물어보면 주저없이 도시락을 추천하여 뭔가 그럴듯한 것을 기대한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곤 했었지요. 며칠전 동경에 도착해서 먹은 편의점 도시락도 맛있었지만, 신칸센 역에 파는 도시락과 편의점 도시락은 질적으로 다르다는 언니의 말을 듣고보니 가기 전에 반드시 먹어야 보아야 겠다 결심했으나, 동경 안에서만 움직였으니 제대로 된 도시락을 구경할 수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NEX를 타고 도시락을 먹으면서 가는 것이 여행의 마지막 계획이 되었습니다.

이제 도시락만 사면 되는데, 아무리 봐도 "오벤또"라도 써있는 도시락 가게가 보이지 않습니다. NEX티켓을 끊고 들어가야 도시락가게가 있으려나 생각하고 들어갔지만 도시락 가게가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몰려 들어오는 쪽을 향해 걸어가보니 신칸센으로 연결된 출입 게이트가 있고 그 너머로 "오벤또"라는 간판을 내건 전문 도시락 가게들이 반갑게 쭉 이어져 있습니다. 도시락을 사려면 표를 게이트에 집어넣고 나가야 하는데, 그러면 도시락보다 비싼 NEX 티켓이 그냥 날아가게 생겼습니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마치 정지영상처럼 잠시 멈추어 생각을 합니다.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었기에 티켓을 한손에 들고 게이트를 지키고 있던 역무원에게 다가가서 손에 든 티켓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도시락 가게를 바라보며 오벤또 라고 한마디 하니 표를 통과시키지 않고도 나갈 수 있게 문을 열어줍니다. 이런 걸 이심전심 혹은 인지상정이라고 하는 걸까요.

가장 가까운 도시락 가게에 들어가 도시락들을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일본어를 모르기 때문에 순전히 포장만 보고 골라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장어를 좋아하는 남편은 히라가나로 쓰여진 우나기를 읽어 그것으로 골랐고, 전 우나기 도시락과 비슷한 가격의 포장이 예쁜 도시락을 골랐습니다. 각자 차도 한병씩 골라 봅니다.기차가 출발하고 잠시 뜸을 들인 후 도시락을 열어봅니다. 제가 고른 건 열 몇가지의 야채를 반찬으로 한 건강 도시락인듯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익힌 야채와 조린 야채들이 많은 것이 맘에 쏙 드는군요. 남편의 도시락에는 장어와 더불어 (예상치 못했던)생선도 올려져 있군요. 이 또한 아주 맛있었답니다. 환율로 인한 가격 폭등으로 예전에 비해 거의 두배의 가격이었지만 그래도 오벤또는 역시 최고!

여기까지가 짧은데 길게 풀어쓴 (첫번째) 허니문 스토리입니다. 이렇게 이전까지는 듣도 보도 못한 신혼여행을 경험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집정리도 하고 혼인신고도 하며 남은 결혼휴가를 마저 보냈지요. 다행히 허공에 산산히 흩어져 버릴 뻔했던 보라보라 여행 스케쥴은 에어타히티누이와 보라보라 생레지스에서 성수기를 피한 날짜로 옮겨주겠다고 연락을 해왔고, 게다가 여행사에서 일종의 보상차원으로 한국-일본간 항공권까지 제공해주겠다니...

그리하여 공식적으로 어쩔 수 없는 허니문 한번 더 가야 하였고...
게다가 5월 중순부터가 성수기라고 하니...
과감하게 바로 한달 뒤로 일정을 잡아버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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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on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