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자마자 아침 식사를 주는 레스토랑으로 향합니다. 아침은 소중하니까요. 정해진 식사시간을 살짝 넘겨 레스토랑에 들어섰지만 다행히 저희를 막지는 않더군요. 아메리칸 스타일과 재패니즈 스타일이 섞여 있는 조식 부폐가 저희를 반깁니다. 일단 어메리칸 스타일로 배를 채운 뒤, 일본 음식 좀 먹어본 사람처럼 흰 쌀밥, 미소장국, 낫또, 오매부시로 참하게 한상 차려옵니다. 염려하는 남편의 눈빛을 재빨리 읽고 엄마가 낫또를 아주 좋아하신다라고 일러둡니다. 엄마가 잘먹으니까 내 입에도 당연히 잘 맞을거라고 기대했었는데 휘휘 저은 낫또를 채 1/10도 못먹고 포기했다지요. 어느 정도 배가 부른 상태에서 오매부시랑 미소장국만으로는 흰 쌀밥조차 먹기가 힘들어서 호기롭게 도전한 일본식 아침을 고스란히 남긴 채 아침식사를 마칩니다.
오늘은 짧은 일본 여행 중 유일하게 짐을 싸고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날. 욕심껏 일정을 세워봅니다. 일단 오전 중에 지유가오카에 가서 구경을 하고 점심을 먹고 다이칸야마로 이동하기로 하고 서둘러 호텔을 나섭니다. 평일 오전 한갓진 전철을 타고 지유가오카 역을 향해 가는데, 빗방울이 전철 창문에 떨어지는군요. 동경 맑음이란 책도 있는 것 같은데 말이죠. 작은 우산을 하나 챙겨오긴 했지만 비협조적인 날씨가 영 맘에 안듭니다.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동네라는 소문과 사진만 보고 왔는데 막상 역 앞에 벌어진 어지러운 풍경에 잠시 멈춰섭니다. '작은 역앞에 난 작은 길을 따라 그냥 걸으면 되자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는 일순간 깨졌고,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야 할 지 고민이 시작됩니다. 우리처럼 카메라를 맨 관광객이라도 보이면 따라갈텐데, 비오는 평일 오전에 그런 사람을 찾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복불복.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가봅니다. 셔터가 내려진 상점들이 줄지어 있는 길을 따라 몇 블럭을 걸어가니 상상하던 분위기의 동네가 있습니다. 이색적인 건물과 범상치않은 외관의 상점들. 잘 정리된 집들과 그 사이로 난 깨끗한 길. 제대로 찾아온 게 맞나봅니다. 우산을 받쳐들고 비에 젖어 촉촉해진 동네 구경에 빠져듭니다. 눈길을 끄는 독특한 디자인의 집과 상점들이 곳곳에 숨어있고 동네 주민으로 추측되는 사람들은 우산을 받쳐든 채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닙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빗소리만이 가득한 너무나 조용한 이 동네가 무척 마음에 들어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데, 아쉽게도 대부분의 가게들이 open전이었고, 그 중 몇군데는 아예 휴일이었다는 것. 너무 부지런을 떨었나봅니다.
마침 빗방울도 점점 굵어져서 일단 오는 길에 봐두었던 루피시아로 들어갑니다. 1층에는 다양한 차와 각종 다구가 전시된 매장이, 2층에는 차를 마시고 간단한 요리를 먹을수 있는 cafe로 되어 있네요. 좀 이르지만 휴식 겸 점심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기로 합니다. 조용한 동네 분위기와는 달리 이곳은 주민들의 아지트인 양 삼삼오오 모여 차를 마시는 사람들로 은근히 활력이 넘칩니다. 저는 다즐링과 스콘을, 남편은 복숭아향 차와 참치 샌드위치를 시킵니다. 갓 구운 듯한 스콘과 샌드위치가 나오고, 넉넉한 크기의 티팟에 무채색 린넨으로 만든 티코지를 씌워줍니다. 차가 우러날 동안 스콘에 꿀을 발라 한 입 베어무는데, 정말 입에서 살살 녹아내릴 만큼 부드럽습니다. 차가 우러나고 '음~ 스멜'을 나지막히 내뱉으며 한모금을 넘깁니다. 비오는 구경하며 마시는 차 한잔과 곁들이는 스콘 한조각에 금새 행복해집니다.
예상치 못했던 디저트까지 깔끔하게 다 먹고 나니 비가 좀 잦아드는 듯도 합니다. 아까 눈여겨 봐두었던 가게들이 이제는 문을 열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다시 거리로 나가봅니다. 좀 전까지 숨어있던 가게들의 간판들이 밖으로 나와 있군요. 아무래도 신혼이다 보니 살림살이에 관심이 많이 가는 걸까요. 캬하하. 그렇진 않구요. 전 원래부터가 문구류 및 각종 그릇과 장식용 생활소품들을 보면 정신을 잃는답니다. 남편의 취향도 약간 그러하구요. 이곳이야말로 정신줄 놓기 딱 좋은 곳이었구요. 아하하. 이제부터 쇼핑 시작이야.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하루만에 환율이 폭락했을리가 없으니 구경만 하리라 결심합니다. 모모내추럴(
http://www.momo-natural.co.jp/)이 보입니다. 가끔 예쁜 그릇이나 소품을 파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수입해다 파는것을 본 적이 있었던지라 망설임없이 들어가지요. 원목느낌의 나무 가구들과 자연스러운 느낌의 패브릭 소품들과 그릇들. 너무 예쁩니다. 구석구석 꼼꼼히 구경하며 맘에 드는 그릇들을 들었다 내렸다 하고, 널찍한 나무 식탁과 의자들을 쓰다듬어봅니다. 아마도, 저의 무의식은 이미 들어올때부터 빈손으로 나가진 않으리라 결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참을 구경한 끝에 기어이 하얀 순면행주와 나무로된 행주걸이를 사서 나왔으니 말이죠. 뭐. 한번도 쓰지 않을 행주라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행주걸이라도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손바닥 만한 핸드백에 들어갈 정도의 부피였지만, 커다란 종이 쇼핑백에 넣어 비에 젖지 말라고 비닐 커버까지 씌워줍니다.
이런 세심한(일본에서는 아주 보편적이라고 하는) 서비스를 경험해보니, 행주를 산 것도 비가 오는 것도 다행스럽게 여겨집니다. 신기하게도 손에 쇼핑백을 드니 발걸음은 가벼워집니다. 룰루랄라 걸어가니 또 예쁜것들이 많은 건물이 보입니다. IDEE(
http://www.idee.co.jp/)라는 브랜드였는데, 여기 디자인이 예술입니다. 특히 가구는 어깨에 짊어지고서라도 가지고 가고 싶을 정도였는데, 가격이 격하게 비싸더군요. 이쁜 것들은 원래 다 그런 법이지요. 오르락 내리락 하며 전층의 구경을 마쳤지만, 저희 둘의 발이 쉽게 떨어지지가 않습니다. 보들보들한 가죽으로 바닥과 안쪽을 대고 색색으로 염색한 스웨이드로 겉을 대서 만든 실내용 슬리퍼 때문이었지요. 이것이야말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는데, 왠지 제가 인터넷에서 파는 것을 본것 같은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단 말이지요. 그냥 사가자는 남편에게 '아니야. 인터넷으로 내가 더 싸게 살수 있어'라고 알뜰한 주부를 희망하는 3일차 주부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며 빈손으로 가게를 빠져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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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고 있군. 전화 해도 안 받고.. 흥.. 이렇게 재밌게 놀러 다닌다고 바빴구나..
공부는 잘 하고 있나? 아, 시험 끝났는가?
우쨌든.. 내는.. 그럭저럭 지내고 있지.. 뱃 속에 놀고 있는 놈도 하나 있고 ㅋㅋㅋㅋㅋㅋ
좋은 사진 종종 올려주오.. 나는 그럼, 이만.. 참.. 070 으로 시작하는 번호 내꺼다.
인터넷 전화니, 한국서 거는 거랑 똑같으니, 걱정 마시고, 전화 걸어도 된다. ㅎㅎㅎ
꺄악!! 모야모야모야 완전 초스피드요전화하겠오 통화를 해야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