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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보라보라 스토리 #3 200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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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보라보라 스토리 #1 2009/08/23
  7. 허니문 스토리 #12 (4) 200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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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허니문 스토리 #2 2009/06/06
  18. 허니문 스토리 #1 2009/06/06
  19. 허니문 스토리-시작 200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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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The Swell Season Live in Seoul 2009/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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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cafe flower 2008/08/16

눈 깜짝할 사이에 두달이나 훌쩍 지나갔다.

충실한 여행기로 정리해볼까 했으나
내일이면 벌써 3월이니...애초에 맘 먹은대로 할때까지 기다리다간
눈오는 제주풍경을 한 여름에 올리게 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2월에 마지막날 사진 대방출로 대충 급하게 마무리~

▽ 포도호텔.
    온천 좀 다녔다고 자부하는데, 정말 최고의 온천수를 만날 수 있었다.
    1박 하면서 3번이나 온천욕을 하는 기염을 토했다는...
    그리고, 기대 이상의 우동. 완전 최고!!
   
   


▽ 비오토피아.
    포도호텔에 이웃한 생태지역에 세워진 타운하우스 비오토피아.
    자연과 조화를 이룬 고급스러운 주택단지인데 입주민들을 위한 뮤지움들이 있다고 해서, 호텔에 예약을 부탁해 구경하러 가보았다. 원래는 외부인들에게 공개하지 않는데 특별히 입장시켜주는 것이라 강조했어는데, 막상 가보니 그냥 왔어도 상관없었을 듯. 제주도의 상징적인 바람, 물, 돌을 테마로 한 뮤지엄과 산방산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있는 형태의 건물인 두손 뮤지엄이 있고 더불어 생태공원을 둘러볼 수 있다. 참으로 독특하면서도 임팩트가 강한 장소였다.



▽ 김영갑갤러리
 
평생을 제주사진을 찍었고, 몇년 전 루게릭 병으로 사망한 사진작가인 김영갑. 그가 작업하던 작은 분교를 갤러리로 꾸며놓았는데 그의 사진처럼 참 푸근한 공간이었다. 매섭게 불던 눈보라가 이 동네에 들어서니 신기하게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 섭지코지
 
예전에 왔던 섭지코지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너무 좋았는데...휘팍이 다 버려놨다. 쯧.
그래도 먹고 놀라고 지어놓은 건물이니 들어가서 커피는 한잔 마셔주고.
다 버려놨다고 욕하면서도 사진은 또 찍어주고



▽ 보오메꾸뜨르

인테리어는 훌륭하였으나, 서비스나 편의시설 같은 다른 여러가지 점들은 많이 부족한 호텔. 운영을 좀 잘하면 좋은 호텔이 될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 절물휴양림
잠깐 산책이나 하러 들어간 휴양림이었는데, 어쩌다가 코트입고 절물오름 정상까지 등산을 하게 되었다.
덕분에 2010년 첫날 백록담 정상을 보는 행운까지 덤으로


▽ 천짓골 식당, 흑돈가, 삼성혈 해물탕
서귀포 시내 어느 골목에 자리잡은 돔베고기로 유명한 천짓골 식당- 유명세를 꽤 탔음에도 불구하고 몇년전에 왔을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 맛있다.

제주시내에도 있고 삼성동에도 있는 흑돈가- 물론 제주시내에 있는 가게가 본점. 이렇게 육즙이 풍부한 삼겹살이 또 있을까. 배가 불러 더 이상 못먹을 만큼 먹고 나서도 한동안 흑돈가 삼겹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을 정도.

삼성혈 해물탕-맛집을 알려주는 서비스에서 일등에 랭크되어있는 신선한 재료에 양많고 맛있는 해물탕집이라고 해서 가보았는데, 양이 많았지만 둘이서 사이다 두병 추가해서 다 먹었고, 맛은 있었는데 뭔가 특별한건 없었다. 네티즌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2010/03/01 10:42 2010/03/01 10:42
2009년에서 2010년으로 넘어가는 3일을 제주도에서 보내고 돌아왔다.

제주도에 가게 된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아무 계획도 없이 황금같은 열흘의 연말 휴가를 보내고 있던 남편과 케이블의 한 프로그램을 보다가 모 여자연예인 두 명이 제주도로 여행 간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그들이 묵고 있는 숙소가 (정확하게 말하면 그들이 묵고 있는 숙소의 하누끼 욕조가...) 눈에 쏙 들어왔다. 오호라. 저긴 어디?? 그 때 불현듯 스치는 오래된 기억 하나. 메신저로 친구와 수다를 떨고 있을 때 친구가 멋지다면 보내준 링크에 있었던 포도호텔. 왠지 그곳이 그곳인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이 들었고 역시나 빙고. 포도호텔의 한실에는 하누끼 욕조가 있었고, 객실마다 온천수가 들어온단다. 크흐흣. 그렇게 시작되었다. 여기나 가볼까?

그래도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는 장거리 여행이므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보다 면밀한 조사가 필요했고, 포도호텔에 관한 온갖 블로그 포스트들을 검토하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발견한 재밌는 사실 하나. 재일교포인 이 호텔 사장이 일본에서 우동을 팔아 번 돈으로 제주도에 골프장을 짓고 그러다가 이 호텔도 짓게 되고, 이 호텔의 레스토랑에서도 우동을 팔게 되었는데 일본에서 모든 재료를 들여와서 만들어 내는 우동의 맛이 정말 최고라는 것이었다. 큭. 이것이야 말로 하누끼 욕조보다 더 솔깃한 얘기 아닌가. 그 때 불현듯 스치는 또 다른 기억 하나. 아빠한테서 거의 유사한 어느 골프장의 맛있는 우동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던 것이다. 아빠도 그 우동 맛을 극찬했었는데, 우리아빠가 맛있다고 하는 건 경험상 대부분 정말 맛있다. 그래서...호텔을 예약했다. 휴가는 많이 남았지만 좀 비싸니까....일단 하룻밤만......

흠흠. 이왕 이렇게 된거 호텔에 올인해볼까 하는 맘이 새록새록 솟았다. 최근 들어 생긴 리조트와 호텔들을 여기저기 찾아보았지만 그래도 역시 맘이 가는 건 사진발 좋은 곳. 그래서 정한 곳이 부띠끄 호텔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보오메 꾸뜨르'. 공항 근처라는 위치적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어차피 제주도는 크지 않고, 렌트도 할 거고, 바쁘게 관광하고 다닐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인터파크에 할인가가 떴있었으니...이곳으로 낙점. 기왕 호텔에 올인 하기로 한 거 거실 딸린 디럭스 룸으로 예약해주시고....그래서 다시 비싸졌으니까 여기도 하룻밤만.....

호텔을 이렇게 질러놓고 보니 항공료라도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저가항공으로 야무지게 예약하였다. 연말연시라고 렌터카 회사만 대목인지 대부분의 렌터카 회사에는 남아있는 차가 한대도 없거나 겨우 한 두대 정도가 남아 있는 상황. 기왕 빌리는 거 좀 좋은 차를 빌리고자한 남편의 소망은 택시타고 다녀야 하는 불상사를 막는 것으로 바뀌게 되었고, 수십통 전화 끝에 겨우 구한 SM5 마저 우리가 도착하기 전날 눈길에 사고가 나서 SM3로 바뀌게 되었으니, 호텔비 오버한 거 렌트비 아끼는 걸로 메운 셈 치기로 했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계획에도 없던 연말연시 제주도 여행이 갑자기 셋업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여행 일정은 우리가 먹고 와야 할 음식 위주로 짰으며, 먹는 중간중간에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곳들을 들러보는 것으로 구성하였다.


****
둘째날 아침 풍경.

이런 날씨 처음이어서...
사진이 찍힌 시간을 같이 올립니다.



2010/01/21 22:42 2010/01/21 22:42
Handtied bouquet
from Sometimes/Flower 2009/12/05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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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배워두면 다 쓸데가 있는 법

아니겠어 ㅋㅋㅋ

비록 아주 가끔이지만 말이야

2009/12/05 23:06 2009/12/05 23:06

돌아가는 비행기가 새벽시간 출발이라 하루밤을 머물렀던 타히티.
노을지는 풍경을 잠시 감상하고 바다가 잘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며
보라보라를 떠나온 아쉬움을 달래보려고 했으나
시끌벅적한 분위기의 호텔과 다소 허접한 비치,
원래 남자가 아니었을까가 의심되는 독특한 외모와 억지스러운 하이톤의 목소리를 사용하는 레스토랑의 종업원과
먹어본 중 가장 맛없는 파스타와 샐러드 덕분에 눈물나게 보라보라로 돌아가고 싶었다는....




2009/08/30 17:03 2009/08/30 17:03

공짜 조식(물론 공짜는 아니겠지만 명목상으로는 공짜인)은 많이 경험해보았지만 공짜 석식은 처음이라
과연 어떻게 어디까지가 공짜일까, 혹시 공짜 메뉴가 따로 있는게 아닐까 궁금했는데 막상 가보니 free의 개념은 예상보다 관대하였다.
리조트 내에 있는 모든 레스토랑 (그래봐야 저녁에는 두군데만, 아침과 낮동안에는 한군데만 이용가능했지만)에서 가능한 음료를 제외한 모든 메뉴, 에피타이저부터 메인, 디저트까지 가격과 수량에 상관없이 모두 free였다는......

아침을 먹는 곳은 낮에는 카페테리아로 밤에는 Bar로 변신하는 캐쥬얼 레스토랑이었는데,
비치를 향해 open되어 있는 구조여서 경치가 아주 좋고 빵부스러기를 좀 흘려주면 새들이 날아와서 주워먹고 가기도 한다. 라군이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은 미슐랭 쓰리스타 쉐프가 구성한 메뉴(or '메뉴만 구성한') 메뉴를 선보이는 곳이라 이곳에서 식사를 해보려고 일부러 이 리조트에서 하루 묵어 가기도 한다고...스시타케라는 일식집은 일식을 많이 접해보지 않은 외국인들을 겨냥하여 만든 듯, 다소 민망할 정도로 따뜻한 생선초밥과 싸구려뷔페집에서도 이제도 사라져가는 게맛살 초밥을 준다는....


2009/08/30 16:50 2009/08/30 16:50

하늘을 보고, 하늘을 그대로 비춰내는 바다를 보고
적당한 온도의 바다에 들어가서 첨벙거리다가 비치베드에 누워 쉬고
야자수가 그늘을 만들어 주는 아담한 풀에서 수영을 하고
스노클링 장비 갖추고 바닷속 물고기 구경도 하다가
어느새 해가 뉘엊뉘엊 질 때가 되면 카약 한대 빌려타고 온통 핑크색으로 물든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기도 하고
바다를 향해있는 오픈바에 앉아 노을지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하고
문득 잠이 깬 한 밤, 바다와 연결된 데크로 나가 깜깜한 하늘에 촘촘히 박혀있는 별도 구경하고

아침이면 블라인드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에 잠이 깨고
리조트 직원들의 유쾌한 아침인사와
바다를 바라보며 한잔 가득 담은 카푸치노와 함께 먹는 열대의 조식뷔페.
첨벙거리며 물놀이를 하다가 배가 고파지면 점심을 챙겨먹고
낮잠을 즐기고 리조트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다가 저녁이 되면
단장을 하고 레스토랑으로 가서 가볍게 알콜을 곁들인 저녁을 먹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밤바다를 구경하다가
침대에 누워 한국에서 챙겨간 DVD보다고 잠들고...

그야말로 완벽하게 쉴수 있는 곳.
요즘도 문득 올려다본 하늘이 요즘같이 선명하게 파랗고, 구름이 멋드러지게 깔려 있으면 어김없이 보라보라가 생각난다는...

2009/08/23 21:47 2009/08/23 21:47

5월초 연휴 한가운데이자 저의 생일이었던 날, 다시 떠나게 된 보라보라...를 가기 위해 다시 동경으로 고고씽.
한달 전 사건을 교훈삼아 나리타 근처에서 1박을 하기로 합니다. 한달만에 다시 가는 일본이지만, 반나절 관광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깨알같이 일정을 준비하였습니다. 들러 지난번에 살까말까 망설이던 슬리퍼가 인터넷으로 아무리 뒤져도 보이지 않았기에 지유가오카에 다시 가서 슬리퍼 두켤레를 사고, 지난번에 문닫아 들어가지 못했던 일본 전통 가옥에 있는 일본 전통 찻집에서 들러서 한국인 관광객 실컷 보고, 아사쿠사로 이동하여 3step 장어덮밥과 3종류의 실크푸딩을 먹어주고 나니 나리타로 가는 마지막 기차시간이 지나버리더군요. 숙박료를 좀 아껴볼까 하고 나리타 호텔을 잡았던 것인데, 결국 택시비로 다 썼다는...

암튼 많은 우여곡절과 오랜 기다림 속에 드디어 에어타히티누이 탑승 완료. 비행기에 몸을 맡겨 보라보라까지 날아가기만 하면 되는데, 듣던대로 참으로 멀었습니다. 어쨌든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12시간여의 비행을 마치고 타히티에 도착. 곧바로 보라보라행 비행기로 트랜스퍼 했으면 좋았겠지만, 대기시간이 좀 길어서 타히티 공항에서 사람구경 한참 하고나서야 드디어 보라보라행 작은 비행기에 탑승. 아. 참으로 감격적인 순간이었답니다. 미리 알아본 정보에 따르면 좌측에 앉아서 가면 창밖으로 보라보라섬을 한눈에 내려다 볼수 있다고 하여 1등으로 줄을 서서 전망좋은 좌측자리를 잡아 앉았습니다. 한 40여분을 가니 구름에 좀 가리긴 했지만 보라보라 섬이 보이고, 구굴어스에서의 예습 덕분에 한눈에 알아본 우리의 리조트가 보입니다. 마중나온 리조트 직원을 만나 짐을 찾고, 배를 타고 리조트로...이때부터 펼쳐진 풍경은 보고 있어도 믿기 힘들 정도로 파랗고 쨍하고 파랗고 쨍하고...

공항에서 리조트까지는 아쉬울만큼 금방입니다. 배에서 체크인수속을 다 끝냈기 때문에 아이스티와 차가운 물수건을 갖고 마중나온 리조트 직원들과 간단히 인사한 후 바로 숙소로 이동...드디어 왔군요. 오고야 말았어요. 완벽한 휴식의 시간만이 기다리는 진짜 허니문입니다.








 





2009/08/23 21:43 2009/08/23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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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요. 음. 그건 운이 좋을때 쓰는 말인데...저흰 떠나는 날이 장날인지 모처럼 동경이 파란 하늘을 보여줍니다.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모름지기 여행이란 다시 돌아가기 싫고 그래야 정상이지만 이번만큼은 여행의 끝이 그리 아쉽지는 않습니다. 새 집과 새 살림살이들을 어서 빨리 오라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테니까 말이죠. 서둘러 짐을 챙겨 공항으로 갈 채비를 합니다. 호텔 진입로에 다음주부터 있을 벚꽃축제를 알리는 팜플렛이 걸려있고 벚꽃도 제법 꽃망울이 맺혀있는 걸 보니 한주 늦게 결혼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괜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일본에서의 벚꽃구경은 예전부터 한번 해보고 싶었던 것이었거든요. 한주 늦게 결혼을 했다면 이런 일도 생기지 않았을테고 역시나 벚꽃축제를 볼 수는 없었겠지요.

여유롭게 호텔을 나선 탓에 시나가와 역을 오가며 봐두었던 카페로 들어갑니다. 커피도 팔고 각종 베이커리와 초콜렛도 팔기에 카페인가보다 했지만, 바로 옆으로 식료품과 꽃을 같이 팔고 있는 독특한 곳이었답니다. 맘 같아선 갖가지 빵들을 맛보고 싶었지만, 계획해 둔 일이 있었으니 카푸치노에 아몬드와 슈가파우더를 잔뜩 뿌린 크로와상을 곁들이는 걸로 만족하기로 합니다.

계획해 둔 일이란 것은 바로 일본 도착해서부터 벼르던 오벤또 제대로 먹기. 2002년 언니가 있던 동네에 가기 위해서는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타고 동경에 도착해서 또 신칸센을 타고 한 시간 정도를 더 가야했는데, 신칸센을 갈아타기 위해 지나쳤던 동경역의 수많은 도시락집들과 아마도 늦은 저녁이었던 그 때에 신칸센 좌석에 앉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혼자서 조용히 녹차병을 따고 도시락 뚜껑을 열어서 한손에는 책을 한손에는 젖가락을 든 채로 책을 읽으며 밥을 먹으며 어디론가(아마도 대부분은 집이겠지만) 가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지요. 남이 먹는 건 왠지 맛있어 보이고 남이 하는 건 꼭 한번 따라해보고 싶어하는 성격인지라 신칸센을 탈 때마다 역에서 도시락을 사서 먹었는데, 매번 도시락의 다양함에 놀라고 (그 때만 해도)비싸지 않은 가격에 놀라고 제대로 된 밥맛에 놀랐었지요. 그 다음부터 누군가가 일본에는 뭘 먹어봐야 하냐고 물어보면 주저없이 도시락을 추천하여 뭔가 그럴듯한 것을 기대한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곤 했었지요. 며칠전 동경에 도착해서 먹은 편의점 도시락도 맛있었지만, 신칸센 역에 파는 도시락과 편의점 도시락은 질적으로 다르다는 언니의 말을 듣고보니 가기 전에 반드시 먹어야 보아야 겠다 결심했으나, 동경 안에서만 움직였으니 제대로 된 도시락을 구경할 수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NEX를 타고 도시락을 먹으면서 가는 것이 여행의 마지막 계획이 되었습니다.

이제 도시락만 사면 되는데, 아무리 봐도 "오벤또"라도 써있는 도시락 가게가 보이지 않습니다. NEX티켓을 끊고 들어가야 도시락가게가 있으려나 생각하고 들어갔지만 도시락 가게가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몰려 들어오는 쪽을 향해 걸어가보니 신칸센으로 연결된 출입 게이트가 있고 그 너머로 "오벤또"라는 간판을 내건 전문 도시락 가게들이 반갑게 쭉 이어져 있습니다. 도시락을 사려면 표를 게이트에 집어넣고 나가야 하는데, 그러면 도시락보다 비싼 NEX 티켓이 그냥 날아가게 생겼습니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마치 정지영상처럼 잠시 멈추어 생각을 합니다.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었기에 티켓을 한손에 들고 게이트를 지키고 있던 역무원에게 다가가서 손에 든 티켓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도시락 가게를 바라보며 오벤또 라고 한마디 하니 표를 통과시키지 않고도 나갈 수 있게 문을 열어줍니다. 이런 걸 이심전심 혹은 인지상정이라고 하는 걸까요.

가장 가까운 도시락 가게에 들어가 도시락들을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일본어를 모르기 때문에 순전히 포장만 보고 골라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장어를 좋아하는 남편은 히라가나로 쓰여진 우나기를 읽어 그것으로 골랐고, 전 우나기 도시락과 비슷한 가격의 포장이 예쁜 도시락을 골랐습니다. 각자 차도 한병씩 골라 봅니다.기차가 출발하고 잠시 뜸을 들인 후 도시락을 열어봅니다. 제가 고른 건 열 몇가지의 야채를 반찬으로 한 건강 도시락인듯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익힌 야채와 조린 야채들이 많은 것이 맘에 쏙 드는군요. 남편의 도시락에는 장어와 더불어 (예상치 못했던)생선도 올려져 있군요. 이 또한 아주 맛있었답니다. 환율로 인한 가격 폭등으로 예전에 비해 거의 두배의 가격이었지만 그래도 오벤또는 역시 최고!

여기까지가 짧은데 길게 풀어쓴 (첫번째) 허니문 스토리입니다. 이렇게 이전까지는 듣도 보도 못한 신혼여행을 경험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집정리도 하고 혼인신고도 하며 남은 결혼휴가를 마저 보냈지요. 다행히 허공에 산산히 흩어져 버릴 뻔했던 보라보라 여행 스케쥴은 에어타히티누이와 보라보라 생레지스에서 성수기를 피한 날짜로 옮겨주겠다고 연락을 해왔고, 게다가 여행사에서 일종의 보상차원으로 한국-일본간 항공권까지 제공해주겠다니...

그리하여 공식적으로 어쩔 수 없는 허니문 한번 더 가야 하였고...
게다가 5월 중순부터가 성수기라고 하니...
과감하게 바로 한달 뒤로 일정을 잡아버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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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9 22:28 2009/07/29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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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가오카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다이칸야마. '홍대의 카페들이 이 곳의 카페들을 본따온 것이라지' '이곳에 있는, 유희열이 사랑하는 와플스가 우리나라의 와플열풍을 불러일으켰다지'등의 이야기를 통해서 익히 들어왔던 곳. 수많은 이들의 블로그에서 엽서 사진같이 여유롭고 한가로운 도시 풍경을 보여주던 바로 그 곳. 몇 년째 '언젠가 꼭 가보고 말테다'라고 마음 먹고 있던 곳이어서 마음이 한껏 들떴습니다.

지유가오카에서 멀지 않은 다이칸야마 역에 도착한 우리는 이번에도 마음이 가는대로 방향을 잡아 걷기 시작합니다. 조금 걸어 가니 대로를 따라 즐비한 꽤 큰 규모의 고급스러운 건물들이 보였으나 그것들은 왠지 제가 알고 있던 아기자기한 다이칸야마와는 거리가 있는 이미지입니다. 큰 길 사이사이로 난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봅니다. 특이한 전통 천가게가 있었고, 노란 간판이 인상적인 폴스미스 매장도 보이고, 그 외에도 작고 이색적인 가게들이 간혹 보이긴 했지만, 여기가 다이칸야마구나! 하는 느낌이 오는 곳을 찾기가 쉽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방향을 바꾸어 고급 주택가인듯 보이는 동네를 구석구석 헤매어보지만, 이곳은 또 한집 건너 한집이 미장원입니다. 한참을 걸은 후, 다리가 아파오고 다이칸야마에 대한 기대와 의욕이 쭉쭉 빠지던 찰나에 여느 동네에라도 있을법한 개성없는 카페가 하나 보입니다. 그나마 오가닉 카페군요. 앉아 쉬면서 뭐라도 마시고 싶은 마음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양복을 차려 입은 흑인 남자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으면서 일본말로 무슨 질문을 합니다. 우리는 흑인이 일본말을 하는 것에 당황했고 그 흑인은 일본인일거라고 생각한 우리가 일본말을 못알아들으니 당황했나봅니다. 같은 말을 몇번 반복하고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에 저희는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을 수 있었는데, 그 카페에서는 그 흑인의 사진 전시회가 열리는 중이었고 우리가 전시회에 초대받아 온 사람인줄 알았던 모양입니다.

작은 카페에 전시된 사진을 한번쯤 둘러볼 수도 있었겠지만, 피곤하고 의기소침해진 우리에겐 필요한 건 휴식. 남들이 너무너무 좋았다고 외치는 여기까지 와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이유가 뭘까.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요. 별로 어렵지 않게 아기자기한 카페가 가득한 동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리라 기대했었는데...세상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나봅니다. 카푸치노를 시켜놓고 언니에게 SOS를 쳐봅니다. '아무리 돌아다녀도 여기 미장원 밖에 없는 거 같다. 어디로 가야 카페가 많은 곳이 나오느냐' 전화로 물어봅니다. 친절한 언니는 심지어 다이칸야마가 집인 일본인 친구에게 물어 무슨 우체국인지(경찰서인지)가 있는 쪽으로 가라고 일러줍니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 길에 카페 주인에게 그 우체국인지(경찰서인지)의 위치를 물어보니, 니들이 어딜 가려는지 알겠다는 듯한 표정과 말투로 카페 명함에 그려진 조그만 지도에 표시까지 해가며 친절히 알려줍니다. 다시 한번 기운을 내어 봅니다. 손바닥보다 작은 지도에 난 길을 따라 걸어가보는데 역시나 좀전까지 우리가 헤매고 돌아다니던 길이더군요.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요. 피로가 쌓이면서 슬슬 포기가 됩니다. '에잇. 이렇게 봤으면 됐지.뭐', '원래 다이칸야마는 미장원이 유명한 곳인가보지 뭐'. 마음을 비우고 다음 목적지인 오모테산도 힐즈로 이동하기로 합니다.

그나마 비가 그쳐서 다행입니다. 작은 가게에서 유부초밥과 김초밥 도시락을 하나씩 사니 서운한 마음이 좀 사라집니다.히히. 두리번 두리번거리며 한참을 걸어가다보니 흠....에비스 역이 나옵니다. 언니의 조언에 따라 분명히 다이칸야마역에서부터 나카메구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왠 에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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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에비스 역을 만난 덕분에 다음 목적지인 오모테산도 힐즈에 가기가 더욱 수월해졌네요. 지유가오카나 다이칸야마에 비하면 오모테산도 힐즈는 정말 찾아가기 쉽습니다. 오모테산도 역에서부터 표시된 친절한 화살표만 따라 가면 되니 말이지요. 화살표를 따라 나간 출구부터 오모테산도 힐즈까지의 길은 마치 샹제리제거리처럼 큰 길을 따라 명품샵들이 가득합니다. 윈도우에 전시된 화려한 명품들과 그 밑에 달린 놀라운 가격표들을 구경하며 도착한 오모테산도 힐즈. 여기도 쇼핑몰이군요. ㅋㅋ. 오모테산도 힐즈도 여기저기서 주워듣기만 한 곳이라 뭘 보러 오는 곳인지 조차 몰랐지요. 어쩌다 보니 하루종일 동경에서 가장 핫한 쇼핑플레이스만 다니는 일정이 되어버렸습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지하부터 맨 위층까지 연결된 나선형 길과 뚫린 공간을 채우는 계단으로된 독특한 실내 구조가 눈에 뜁니다. 이제 쇼핑은 어지간했으므로, 나선형 계단과 나란히 배치된 샵들을 구경하다가 저녁이나 먹어야 겠다고 생각했으나, 많지 않은 가게들이 하나같이 독특했기에 다시 물건 구경하는 재미에 빠집니다. 이 곳에 파는 물건들은 대체로 비싼 것들이라 구경만 하고 싶었으나, J-Period(http://www.j-period.com/en/)라는 도자기 그릇을 파는 가게에서 그 작은 바램 역시 결국엔 무너지고, 포장한 컵 2개와 컵받침 2개를 뽕뽕이 포장지로 꼼꼼하게 싸서 나옵니다. 밥을 안먹어도 배 부를 것같은 기분이었지만, 기분만 잠시 그런 것이었을 뿐. 배는 고파오게 마련이지요.

우여곡절이 많았던 짧지만 긴 여행의 마지막 저녁을 스파클링 로즈와인을 함께 마무리해봅니다. 가지고 온 옷에서 소매가 긴 옷을 모두 꺼내어 겹쳐입고도 추운 날씨에 벌벌 떨던 몸을 녹이기 위해서 따끈한 해물 스프도 시켜봅니다. 그 맛이 해물 된장찌개와 너무나 흡사하여 놀라우면서도 반가웠다지요. 스프 한그릇 뚝딱. 샐러드 한접시 뚝딱. 살살 녹는 일본산 소고기로 만든 스테이크 한 접시 뚝딱. 몸도 녹고 배도 부르니 하라주쿠 역까지 산책 겸 걸어가봅니다. 결혼하자마자 닥친 위기상황을 무사히 이겨내고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는군요. 일본에서 해보고 싶은 것보다 한국에 가서 해야할 일들이 더 많았으므로 그다지 아쉬움이 남지 않아 다행입니다. 시나가와 역에서 다음날 나리타로 가기 위한 NEX 티켓을 산 뒤 이제는 익숙해진 호텔로 돌아갑니다.

 



2009/07/26 15:40 2009/07/26 15:40
눈 뜨자마자 아침 식사를 주는 레스토랑으로 향합니다. 아침은 소중하니까요. 정해진 식사시간을 살짝 넘겨 레스토랑에 들어섰지만 다행히 저희를 막지는 않더군요. 아메리칸 스타일과 재패니즈 스타일이 섞여 있는 조식 부폐가 저희를 반깁니다. 일단 어메리칸 스타일로 배를 채운 뒤, 일본 음식 좀 먹어본 사람처럼 흰 쌀밥, 미소장국, 낫또, 오매부시로  참하게 한상 차려옵니다. 염려하는 남편의 눈빛을 재빨리 읽고 엄마가 낫또를 아주 좋아하신다라고 일러둡니다. 엄마가 잘먹으니까 내 입에도 당연히 잘 맞을거라고 기대했었는데 휘휘 저은 낫또를 채 1/10도 못먹고 포기했다지요. 어느 정도 배가 부른 상태에서 오매부시랑 미소장국만으로는 흰 쌀밥조차 먹기가 힘들어서 호기롭게 도전한 일본식 아침을 고스란히 남긴 채 아침식사를 마칩니다.

오늘은 짧은 일본 여행 중 유일하게 짐을 싸고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날. 욕심껏 일정을 세워봅니다. 일단 오전 중에 지유가오카에 가서 구경을 하고 점심을 먹고 다이칸야마로 이동하기로 하고 서둘러 호텔을 나섭니다. 평일 오전 한갓진 전철을 타고 지유가오카 역을 향해 가는데, 빗방울이 전철 창문에 떨어지는군요. 동경 맑음이란 책도 있는 것 같은데 말이죠. 작은 우산을 하나 챙겨오긴 했지만 비협조적인 날씨가 영 맘에 안듭니다.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동네라는 소문과 사진만 보고 왔는데 막상 역 앞에 벌어진 어지러운 풍경에 잠시 멈춰섭니다. '작은 역앞에 난 작은 길을 따라 그냥 걸으면 되자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는 일순간 깨졌고,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야 할 지 고민이 시작됩니다. 우리처럼 카메라를 맨 관광객이라도 보이면 따라갈텐데, 비오는 평일 오전에 그런 사람을 찾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복불복.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가봅니다. 셔터가 내려진 상점들이 줄지어 있는 길을 따라 몇 블럭을 걸어가니 상상하던 분위기의 동네가 있습니다. 이색적인 건물과 범상치않은 외관의 상점들. 잘 정리된 집들과 그 사이로 난 깨끗한 길. 제대로 찾아온 게 맞나봅니다. 우산을 받쳐들고 비에 젖어 촉촉해진 동네 구경에 빠져듭니다. 눈길을 끄는 독특한 디자인의 집과 상점들이 곳곳에 숨어있고 동네 주민으로 추측되는 사람들은 우산을 받쳐든 채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닙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빗소리만이 가득한 너무나 조용한 이 동네가 무척 마음에 들어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데, 아쉽게도 대부분의 가게들이 open전이었고, 그 중 몇군데는 아예 휴일이었다는 것. 너무 부지런을 떨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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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빗방울도 점점 굵어져서 일단 오는 길에 봐두었던 루피시아로 들어갑니다. 1층에는 다양한 차와 각종 다구가 전시된 매장이, 2층에는 차를 마시고 간단한 요리를 먹을수 있는 cafe로 되어 있네요. 좀 이르지만 휴식 겸 점심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기로 합니다. 조용한 동네 분위기와는 달리 이곳은 주민들의 아지트인 양 삼삼오오 모여 차를 마시는 사람들로 은근히 활력이 넘칩니다. 저는 다즐링과 스콘을, 남편은 복숭아향 차와 참치 샌드위치를 시킵니다. 갓 구운 듯한 스콘과 샌드위치가 나오고, 넉넉한 크기의 티팟에 무채색 린넨으로 만든 티코지를  씌워줍니다. 차가 우러날 동안 스콘에 꿀을 발라 한 입 베어무는데, 정말 입에서 살살 녹아내릴 만큼 부드럽습니다. 차가 우러나고 '음~ 스멜'을 나지막히 내뱉으며 한모금을 넘깁니다. 비오는 구경하며 마시는 차 한잔과 곁들이는 스콘 한조각에 금새 행복해집니다.


예상치 못했던 디저트까지 깔끔하게 다 먹고 나니 비가 좀 잦아드는 듯도 합니다. 아까 눈여겨 봐두었던 가게들이 이제는 문을 열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다시 거리로 나가봅니다. 좀 전까지 숨어있던 가게들의 간판들이 밖으로 나와 있군요. 아무래도 신혼이다 보니 살림살이에 관심이 많이 가는 걸까요. 캬하하. 그렇진 않구요. 전 원래부터가 문구류 및 각종 그릇과 장식용 생활소품들을 보면 정신을 잃는답니다. 남편의 취향도 약간 그러하구요. 이곳이야말로 정신줄 놓기 딱 좋은 곳이었구요. 아하하. 이제부터 쇼핑 시작이야.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하루만에 환율이 폭락했을리가 없으니 구경만 하리라 결심합니다. 모모내추럴(http://www.momo-natural.co.jp/)이 보입니다. 가끔 예쁜 그릇이나 소품을 파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수입해다 파는것을 본 적이 있었던지라 망설임없이 들어가지요. 원목느낌의 나무 가구들과 자연스러운 느낌의 패브릭 소품들과 그릇들. 너무 예쁩니다. 구석구석 꼼꼼히 구경하며 맘에 드는 그릇들을 들었다 내렸다 하고, 널찍한 나무 식탁과 의자들을 쓰다듬어봅니다. 아마도, 저의 무의식은 이미 들어올때부터 빈손으로 나가진 않으리라 결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참을 구경한 끝에 기어이 하얀 순면행주와 나무로된 행주걸이를 사서 나왔으니 말이죠. 뭐. 한번도 쓰지 않을 행주라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행주걸이라도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손바닥 만한 핸드백에 들어갈 정도의 부피였지만, 커다란 종이 쇼핑백에 넣어 비에 젖지 말라고 비닐 커버까지 씌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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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심한(일본에서는 아주 보편적이라고 하는) 서비스를 경험해보니, 행주를 산 것도 비가 오는 것도 다행스럽게 여겨집니다. 신기하게도 손에 쇼핑백을 드니 발걸음은 가벼워집니다. 룰루랄라 걸어가니 또 예쁜것들이 많은 건물이 보입니다. IDEE(http://www.idee.co.jp/)라는 브랜드였는데, 여기 디자인이 예술입니다. 특히 가구는 어깨에 짊어지고서라도 가지고 가고 싶을 정도였는데, 가격이 격하게 비싸더군요. 이쁜 것들은 원래 다 그런 법이지요. 오르락 내리락 하며 전층의 구경을 마쳤지만, 저희 둘의 발이 쉽게 떨어지지가 않습니다. 보들보들한 가죽으로 바닥과 안쪽을 대고 색색으로 염색한 스웨이드로 겉을 대서 만든 실내용 슬리퍼 때문이었지요. 이것이야말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는데, 왠지 제가 인터넷에서 파는 것을 본것 같은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단 말이지요. 그냥 사가자는 남편에게 '아니야. 인터넷으로 내가 더 싸게 살수 있어'라고 알뜰한 주부를 희망하는 3일차 주부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며 빈손으로 가게를 빠져나옵니다.





2009/07/16 22:09 2009/07/16 22:09
허니문스토리 #9
from Sometimes/Travel 2009/07/1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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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여기서 저녁을 먹기로 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가 않습니다. 다만 저녁을 먹기 위하여 다시 발길을 돌려 도착한 환하게 불을 밝힌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입구에서 우연히 레스토랑들이 소개되어 있는 팜플렛을 보았을 뿐이고, 팜플렛의 안내에 따라 'TOP OF ABISU'라고 써있는 엘리베이터를 탔을 뿐이고, 통유리로 된 엘리베이터에서 반짝거리는 도시의 야경을 보고 한눈에 반했을 뿐이고....2개층에 걸쳐 오코노미야키부터 철판구이집까지 즐비하게 늘어선 갖가지 레스토랑들 중 하나를 고르기가 좀 어려웠을 뿐이고, 허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체력이 바닥을 칠 때 쯤 가장 가까이에 이 식당이 있었을 뿐이고....

전망 좋은 창가 자리에 앉아 메뉴를 받아 들었지만, 메뉴를 보아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럴 때 만만한게 코스지요. 다행히 코스는 그 종류가 하나여서 간단히 주문을 마치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사실 밖에서 볼 땐 레스토랑일거라고 생각하고 들어온 것인데, 둘러보니 술집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합니다. 회식을 하는 듯한 단체 손님도, 미팅을 하는 듯한 남녀의 무리도 있습니다. 맥주잔을 채워 단체로 간빠이를 외치고 자리를 옮겨가며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는군요.  맥주를 마시고, 하하호호 웃으며 일본말로 떠드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마치 한 편의 일본 드라마를 보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드디어 음식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뭔지 모르고 시킨 요리였으므로 먹으면서도 이게 뭘까 하는 것들이 좀 있었지만 그래도 하나같이 맛있습니다. 코스 요리들은 회도 고기도 먹고 싶었던 우리의 바램을 충족시키고도 남을 만큼 잘나왔으므로, 야경이 잘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고 더 받아간 seat charge는 눈 딱감고 용서해주기로 합니다.

며칠만에 한 제대로된 식사를 기분좋게 마치고 숙소가 있는 시나가와로 서둘러 돌아갑니다. 불시착한 여행지였지만,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좁지만 글로벌한 인맥의 소유자. 음하하하. 사실 동경에 머물게 되었을 때 떠오른 사람이 언니 말고도 한명 더 있었는데, 바로 남편의 고등학교 친구인 너구리님입니다. 우리의 결혼식이 있기 며칠 전에 지역전문가로 파견되어 동경에 체류중이신데, 한국에서 쓰던 핸드폰 번호가 아직 살아있어 쉽게 연락이 되었다지요. 낮에는 롯본기에 있는 본사에서 교육 중이어서 저녁에 보기로 했고,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해 호텔에 머물고 있는 너구리님의 숙소 역시 시나가와쪽이라고 하여 밤에 만나 맥주 한잔 하기로 했답니다.

호텔로 돌아와서 오늘의 전리품들을 기념촬영하고, 창밖으로 펼쳐진 야경을 감상하며 잠시 휴식을 취하니 너구리님이 시나가와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옵니다. 역으로 나가니 저 멀리,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너구리의 페이스를 가지신 분이 걸어옵니다. 보통 어른남자들은 악수를 하고, 좀 더 친하면 어깨를 두드리며 안부를 나누면서 인사를 하는데 오랜만에 만난 이 두 친구는 초딩남자처럼 보자마자 팔로 목을 두르며(조르며) 별명을 부르면서(욕을 섞어) 반가움을 표현합니다. 빨리 오려고 롯본기에서 시나가와까지 택시를 타고 왔다는 너구리님은 일본 생활에 적응을 마치신 듯 능숙하게 시나가와 뒷골목에 있는 꼬치구이집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축의금 받으러 동경까지 왔다는 말을 믿지 않는 친구에게 남편은 그 간의 일들을 설명하고, 내친 김에 부산에 있는 또 다른 남편의 친구들과도 문자를 주고받고 전화를 합니다. 빈자리가 없이 손님이 가득한 작은 이자까야가 떠들석합니다. 옆자리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술취한 일본일들이 없었다면 여기가 동경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편하고 즐거운 시간이 지나갑니다.

아무리 반갑고 즐거워도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각자 숙소로 돌아가려고 보니, 너구리님이 장기투숙중인 호텔은 우리가 오전에 산책할 때 본 하얀색 레이스모양의 테라스를 가진 바로 그 호텔이라고 합니다. 세상이 좁은 걸까요...이자까야를 나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서늘한 밤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2009/07/12 21:35 2009/07/1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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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여름, 언니랑 동경 여행을 할 때 늦은 오후 에비스에 온 적이 있었지요. 여름 더위에 하루종일 돌아다니느라 지친 기분을 한순간에 날려버린 선선한 공기와 산책하기 좋은 깨끗하고 조용한 동네 분위기가 오래오래 기억에 남았었는데, 무작정 시작한 동경 여행에서 어딜 갈까 하는 고민에 제일 먼저 떠오른 곳이 바로 에비스였습니다. 그 때의 좋은 기억을 되살려 늦은 오후 시나가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에비스로 향합니다. 그러나, 전철을 타기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건 아니었지만 역 내에 쇼핑몰이 있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지요. 잠깐 구경이나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쇼핑몰로 들어갑니다. 쇼핑몰 입구에서부터 앙증맞은 사이즈의 핸드타이를 아이스크림처럼 꽂아두어 지나가는 행인들을 유혹하는 꽃집이 눈에 뜁니다. 우리나라보다 확실히 디자인이 앞선 대중적인 일본의 꽃집이 부럽습니다. 한다발 사서 호텔방에라도 두고 싶지만 사진 한 장 찍는걸로 만족하고 몇발짝 전진하는데, 아니 왠일왠일! '애프터눈티' 샵이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생활 소품들이 너무나 많아 예전에 왔을때도 한참을 머물다간 곳이는데 딱 마주쳤군요. 들어가보니 역시나 미처 다 갖추지 못한 살림살이들이 여기 다 있었습니다. 어쩜 이리 이쁜것들이 많을까 감탄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가격x15를 해봅니다. 이거야 원...왠만하면 참아내야 할 것 같았지만, 정말 꼭 필요하다 생각되는 아이템만을 추려서 구매합니다. SOAP이라는 글자모양의 비누받침대 2개와 린넨 느낌의 천에다가 핑크와 블루 스티치로 장식한 2장의 식탁매트, 그리고 여행올때 챙겨오지 않아서 불편할 뿐만 아니라 집에도 아직 없는 샤워타올, 그리고 여행용 사이즈의 향좋은 바디로션. 꼭 필요했지요. '내가 꼭 다시 올게. 환율이 800원만 찍으면 꼭 올게. 그때 더 많은 신상으로 만나자'라는 인사를 남기고 다시 전진하는데, 보들보들한 머플러를 파네요. 그것도 균일가로 말이죠. 머플러야말로 지금 이 시점에 머스트해브 아이템이었으니 그 자리에서 바로 목에 둘러줍니다.

쇼핑은 즐겁지만 이제 정말로 가야겠지요. 복잡하기로 유명한 동경전철 지도에서 에비스 역을 찾습니다. 언니에게 전화해 타야 할 전철을 한번 더 확인하고 역에서 나가야 할 출구방향을 미리 물어봅니다. 금방 에비스역에 도착했습니다. 햇빛이 잘 들어오는 따뜻한 무빙워크를 지나 연결된 출구로 나가니 예전에 봤던 그 곳입니다.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를 중심으로 펼쳐진 광장과 정원과 건물들을 본 남편은 동경에 와서 가장 밝은 표정을 보여줍니다. "이런 분위기 좋아"라며 연신 셔터를 눌러되는 남편을 보니 저도 잘 모르는 동네지만 괜히 앞장 서서 소개를 하게 됩니다. "예전에 저기 있는 비어 스테이션에서 기린 맥주를 사먹고 그 밑에 쇼핑몰에서 언니가 운동화를 샀지", "그땐 저기 예쁜 건물에서 사진을 찍었었는데", "저긴 아마 백화점일거야" "저기는 음식점 같은게 많았는데" 주로 쇼핑과 음식에 관한 안내뿐이었지만 그것들은 동경 여행의 백미이니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다. 여기 저기서 기념 촬영을 해주고 슬금슬금 백화점으로 향합니다. 일본의 도자기 그릇들은 어쩜 이리도 얇고 가벼운 걸까요. 그릇들을 몇 번이나 들었다 내렸다 해보지만 살 수는 없었지요. 마음이 아파옵니다. 마음이 아플 땐, 단게 땡기는 법. 생각을 해보니 점심을 제대로 안먹은 것 같고, 마침 케잌가게가 옆에 보입니다. 읽을 순 없었지만, 에비스 곳곳에 붙어있던 핑크색 포스터가 딸기철을 맞은 딸기 디저트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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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여기 가게에도 딸기가 가득 들어간 케익 종류가 유난히 많습니다. 하나를 골라 포장을 해달라고 합니다. 백화점을 빠져 나오면서 또 한번 와 본 척을 해봅니다. "뒤 쪽으로 가면 가로수랑 벤치가 좋아. 거기 앉아서 먹자" 그리고 예전의 기억을 바닥까지 털어냅니다. "나 예전에 거기서 모기한테 완전 뜯겼어. 모기 완전 많아." 다행히 아직은 추워서 모기는 없었고 가로수의 가지는 앙상했지만, 삿포로 맥주 사옥으로 보이는 빌딩을 마주한 정원 속 벤치에 앉아 케익 상자를 열어 한 포크 먹습니다. 밖에서 앉아 뭘 먹기엔 좀 무리인 추운 날씨였지만, 쵸코쉬폰 사이로 향긋한 제철딸기와 크림을 층층히 쌓아올린 케익이 아주 맛있습니다. 불 켜진 사무실에서 근무중인 사람들을 보니 상대성 이론을 증명이라도 하듯 여기서 이렇게 보내고 있는 시간이 더욱 즐거워집니다.

동네 구경을 좀 더 해보기로 합니다. 예전에 안가본 쪽으로 말이지요. 넓지 않은 도로에 다니는 차들이 이곳이 부촌임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서서히 가로등이 켜진 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눈에 띄는 것이 있으면 구경하고 사진찍고 또 다시 걷습니다. 사람 구경도 하고, 건물 구경도 하고, 친절히 길가에 내어놓은 레스토랑 메뉴판을 들여다 보면서 저녁 메뉴도 고민해봅니다. 그렇게 오밀조밀 모여있는 건물들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따라 걷는데, 길 건너 살짝 길 안쪽으로 비켜 들어가 있는 건물 2층에 걸려있는 작은 간판 하나가 제 눈에 쏙 들어옵니다. "macrobiotic academy". 다양한 먹을 것에 관심이 많은 제가 당시 가장 집중해있던 것이 생로병사의 비밀에 소개된 적이 있는 '마크로비오틱'이었지요.  저의 서핑능력을 풀가동하여 찾아보니 원래 일본의 전통 조리법 중 하나가 발전된 형태로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이미 건강식으로 널리 알려져서 마크로비오틱을 테마로 한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이미 많다고 합니다. 한국에는 겨우 한두권 정도의 관련 책이 나와있었고, 방송에 소개되었던 한국에 사는 일본인 요리사가 거의 유일하게 마크로비오틱 소개를 하고 계시더군요. 이야기가 다른 길로 좀 빠졌지만, 아무튼 반갑고 신기한 마음에 마크로비오틱 아카데미 아래층에 있는 마크로비오틱 카페와 마르쉐로 저는 곧장 향합니다. 남편은 그 옆에 멋진 자동차가 가득한 가득한 가게(자동차 튜닝샵 이라고 하네요)를 구경하느라 곧장 오지 못합니다. 작은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마크로비오틱을 위한 식재료를 팔고 있습니다.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마크로비오틱이라고 특별한 먹거나 안먹는 식재료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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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를 주식으로 제철에 나는 야채를 껍질째 먹고 해초류 뭐 이런걸 많이 사용하는 정도였는데, 이 곳에는 요리의 편의를 위해 말린 해초류, 야채 및 다양한 곡류들 그리고 기본이 되는 소스 같은 걸 파는 것 같았습니다. 운명처럼 마주한 이 곳에서 도저히 빈손으로 나가고 싶지 않습니다. 뭘 살까 한참을 둘러보지만 일본어와 영어로 적힌 식재료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고민고민하다가 눈에 띈 '검은깨소금'. 마크로비오틱의 기본인 현미밥 위에 한 숟가락씩 올려먹는 거라고 들었던 제가 아는 물건이었습니다. 집에서도 쉽게 만들수 있다고 하였으나, 아무래도 내가 만들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뭐라도 하나 사야 잠이 올 것 같은 마음과 적당한 가격이 어우러져 검은깨소금 한봉지를 사서 나옵니다. 여행의 큰 기쁨 중 하나는 여행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 물건을 구하는 이런 것 아닐까요. 아하하하하. 이제는 정말 배가 고파옵니다.






2009/07/04 22:22 2009/07/04 22:22

체크아웃 시간이 거의 임박했을 즈음해서 일본의 승리가 거의 확정적이라고 판단되었고, 미련없이 짐을 챙겨 다음 호텔로 이동합니다. 이동할 호텔은 "더 프린스 사쿠라 타워 호텔". 시나가와 역을 사이에 두고 나뉘는 동편과 서편의 분위기가 사뭇 대조적인데 스트링스 호텔이 있는 동편지역이 좀 고급스러우면서 현대적인 분위기라면, 새로 옮겨갈 호텔이 있는 서편지역은 좀 복작거리면서 일본만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더군요. 미지의 곳에 대한 불안함과 기대감을 안고 사쿠라 타워 호텔로 찾아갑니다. 얼마 후 모습을 드러낸 프린스 호텔은 한두개가 아니더군요......아마 세개였던가요. 크크크. 저희는 단번에 프린스 계열의 '사쿠라 타워 호텔'까지 무사히 도착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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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텔 컨셉이 독특합니다. 호텔 진입로에 벚나무가 많아 그래서 사쿠라 호텔인가 보다 생각 했는데, 호텔 여기저기 사쿠라 문양이 가득합니다. 흔히 벨보이라고 불리는 차문을 열어주고, 여행 가방을 들어주고 하시는 분들이 모두 여자분이었구요. 간혹 남자 직원들도 있긴 했으나 확실히 여자직원의 비율이 많아 보입니다.. 호텔 유니폼도 사쿠라 색이었구요. 엘리베이터에도, 벽지에도 자잘한 사쿠라 문양이 쫘악 깔려 있습니다. 로비 소파에 앉아있으니 사쿠라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분이 무릎을 꿇고 앉아 체크인을 해줍니다. 로비에 있는 통유리 창문에는 자리를 펴놓고 벚꽃놀이를 즐길 수 있는 평상같은 것들이 보입니다. 객실의 인테리어도 일반 비지니스 호텔의 느낌과는 많이 다릅니다. 좀 낡은 듯한 소파는 흰색 레이스 커퍼를 깨끗하게 씌워 은근한 앤틱 느낌을 자아냈고, 한쪽 벽에 손잡이 달린 문을 양쪽으로 여니 거울이 3면 화장대 거울로 변신합니다. 남성용 세면도구과 여성용 세면도구는 각각 다른색 파우치에 다른 구성으로 담겨져 있고, 일본식 가운이 곱게 개어져 서랍에 들어있습니다. 한글로 가운은 객실내에서만 입으라고 써있었는데 잠시 부끄러집니다. 호텔의 전체적인 느낌은 언뜻보면 촌스러운듯 하나 다시 보면 고풍스럽기도 한 것이 일본 중년여성의 단체여행에 딱 어울릴 것같이 조용하고 아기자기합니다. 이 호텔, 일본에만 있을 것 같고, 도쿄타워가 중심을 잡고 있는 창밖 풍경도 괜찮고, 객실도 욕실도 말끔합니다. 호텔 뒤편으로는 일본식 정원이 꾸며져 있는데, 3개의 더 프린스 호텔들과 정체를 알수 없는 저택이 이 정원을 공유하며 연결되어 있습니다. 일본 분위기 한껏 살린 현대식 호텔이라고나 할까요...암튼 내심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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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에비스쪽으로 가서 저녁을 먹고 들어올 계획이었지만, 그 전에 호텔의 일본식 정원 구경을 둘러보기로 합니다. 호텔 2층으로 연결된 작은 문을 통해 나가니 나즈막한 언덕위로 돌계단이 있고 산책하기 좋은 길들이 이어집니다.  아직은 좀 이른 듯 간간히 꽃을 피운 벚나무들 사이로 일본 전통 다실이 있고 그 옆으로 작은 개울이 흐릅니다. 좀 더 가니 너른 잔디밭 옆으로 연못도 있구요. 그 옆으로 장미만큼이나 탐스러운 동백꽃이 활짤 피어있네요. 낮은 언덕을 다 올라가면 하얀....건물 전체가 완전 하얀 another 프린스 호텔이 나오는데, 흡사 레이스 같은 테라스가 인상적입니다. 올망졸망 귀엽게 핀 꽃과 나무들을 구경하며 산책로를 걷는데 멀찍이 잘 관리된 잔디밭 안에서 혼자 놀고 있는 어린이가 눈에 띕니다. 그 쪽으로 가려고 간건 아니지만 길을 따라가다보니 가다보니 어느새 그 어린이가 있는 곳입니다. 천진한 표정의 어린이는 우리를 보고 잔디밭 밖으로 반갑게 달려옵니다. 가까이서 보니 어린이는 well-made wooden 방패와 칼을 들고 들고 있고, 옷도 잘 갖춰입은 것이 꽤 있어보이는 집 자식 같습니다. 영어로 짧은 인사를 건내니 일본말로 뭐라뭐라 한 후 포즈를 취합니다. 아마도 사진을 찍어 달라는 말인가봅니다.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니 입이 귀에 걸리게 웃으며 연거푸"사요나라"를 외치며 잔디밭 위로 뛰어 사라집니다.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 하나 없는 밝은 표정의 이 아이는 누구였을까요. 가문의 전통에 따라 단정한 바가지 머리를 하고 유모가 입혀주는 옷을 입고 가문을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진 방패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더 프린스 호텔가의 상속자가 아니었을까 상상해보며 더 친해졌어야 하는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 뒤로 하고 짧은 정원 구경을 마칩니다.







2009/06/29 21:56 2009/06/2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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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쨍쨍한 날씨까지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건 뭔가요. 창문을 가득 채우다 못해 흘러내리는 서리를 보니 적잖이 추울 것 같습니다. 여행 가방을 가득 채워온 것은 시원한 여름 옷들과 수영복과 슬리퍼와 차양넓은 모자뿐인데...그래도 다행인건 뭐 이 정도는 이제 별 걱정도 안된다는 거. 어떻게든 되겠죠 아하하.

대충 씻고 대충 챙겨 입고 서둘러 조식 부폐를 먹으러 26층으로 내려갑니다. 호텔 중앙부가 뻥 뚤러 있는 구조라 객실 복도에서 이미 사람들이 밥먹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군요. 출장온 것 같은 비지니스 맨들 사이에서 관광객 티 팍팍내며 호텔 여기저기서 셔터를 누르며 좋아합니다. 호텔 조식 부페는 대개 특별할 게 없지만, 저는 티팟에 티코지를 씌워 내오는 것에 감동하고 남편은 찰지고 부드러운 카푸치노 우유 거품에 감동합니다. 마치 뒤뜰에서 막 따온 것 같은 앙증맞은 사이즈의 달콤한 딸기로 식사를 마무리합니다.

뜻하지 않게 동경에서 며칠 머물게 되었으니 이제는 어떻게든 잘 혹은 무사히 놀다가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여행을 위해서 해야할 일들을 우선 수위별로 정리해보니 1) 돌아가기 비행기표를 변경하기 2) 환전하기 3) 호텔 정하기 4) 여행코스 정하기. 대략 이정도.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며칠을 머무느냐를 정해야 하는데, 며칠을 머무느냐가 곧 얼마를 쓰는가 와 직결되니 고민이 됩니다. 여행에 쓰이는 돈은 절대 아까워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금의 환율은 너무합니다. 덤으로 홀라당 날려버릴지도 모를 보라보라 여행 경비도 있으니, 흠...아무래도 너무 길게 있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옷이...멋은 둘째치고라도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옷과 신발이 전무합니다. 잠시였지만 어제 밤 시나가와역에서 맞은 뼈 속까지 파고드는 칼바람의 기억도 여행이 지속되기 힘든 이유가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목적없이 여기에 오래 머무는 것이 무의미하게 생각되어 3일만 더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합니다. 대신 호텔을 좀 저렴한 곳으로 변경해서 말이지요. 몇번에 걸친 전화 통화와 그 때마다 곁들인 좀 긴 상황 설명으로 돌아갈 비행기 표 예약 완료!

언니에게서 받은 만엔을 이리저리 쓰고나니 돈이 별로 안남았습니다. 신용카드로 버틸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현금이 필요하겠지요. 그리고...다행히, 원래 보라보라에서 쓸만큼이라고 생각하고 미리 환전해두었던 유로와 결혼식 당일날 축의금으로 절값으로 그리고 여행경비에 보태라고 따로 챙겨주신 유로와 달러를 모두 싸들고 왔기에 꽤 넉넉합니다. 환전소에서 환전을 하는게 유리한지 신용카드를 쓰는게 유리한지 헷갈리기는 했지만, 3일동안 필요한 만큼이라고 생각되는 달러를 들고 환전소에 갑니다. 엔화 확보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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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호텔은 참 좋지만, 남은 2박을 더 지내기엔 좀 비쌉니다. 기본적으로 아는데도 별로 없고 멀리 이동하기도 힘들..아니 귀찮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익숙해져 버린, 쇼핑몰도 많고 교통도 좋은 시나가와 지역에서 좀 싸고 괜찮은 호텔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얼결에 우리의 신혼여행 대부분을 의지하게 된 언니에게 또 자문을 구해봅니다. 갑작스러운 우리의 부탁에 호텔 몇 개를 골라 추천해주었지만, 여행 가이드도 아닌 그렇다고 동경에서 사는 것도 아닌 언니의 목소리에 확신이 없는건 당연하겠지요.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컨시어지 데스크에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줄 걸" 그럽니다. 아무리 친절하기로 소문난 일본인이지만 자기네 호텔에 와서 다른 호텔 추천해 달라고 하면 기분나빠 하지 않을까 했더니 괜찮다며 한번 물어보라 합니다. 그럼 물어보지 뭐....아니 물어보라고 하지 뭐...남편이 또 나섭니다. "이 호텔 아주 좋으나 좀 비싸다. 우리는 이것보다 저렴한 근처 호텔을 원하는데 혹시 추천해줄수 있느냐..."뭐 대충 이랬습니다. 컨시어지 데스크 여인은 처음 잠깐 당황하는 듯했으나 금새 방긋 웃으며 자기네 호텔이 비싼편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가격대를 물어보고 흔쾌히 호텔 리스트를 꺼내 여기저기 전화를 해봅니다. 방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홈페이지에서 사진도 찾아서 보여주며 새로 리노베이션 했다며 한 호텔을 추천해줍니다. 기대보다 친절한 서비스에 흡족하여 앉은 자리에서 예약까지 부탁해버립니다. 이렇게 호텔 예약 완료!

그리고 여행코스. 여행 코스는 뭐...천천히 정해보지요. 일단은 야구를 봐야 할거 같으니까요...


2009/06/28 16:29 2009/06/28 16:29
드디어 시나가와 역입니다. 지금쯤 보라보라로 가는 비행기 안에 있어야 정상이겠지만, 사는게 다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만은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아침 일찍 공항에 도착해서 쭉 실내에서 혹은 지하로만 다녔으니 거의 12시간만에 쐬는 바깥공기가 상쾌합니다. 후웁~하고 심호흡을 하려는데, 앗! 찬바람이 장난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두툼한 트렌치코드 혹은 얇은 파카를 입고 목도리를 매고 부츠를 신고 다니는군요. 동경은 아직...겨울이었습니다.

시나가와역은 삼성역 처럼 오피스빌딩과 호텔등이 역에 바로 연결되어 있는 곳이었습니다. 동경에 처음 왔을때 서울과 유사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도시라는 첫인상 받았던 탓에 가는 곳마다 '여긴 서울의 어디와 비슷한 곳이군'이라고 연결시키는 몹쓸 버릇이 생겼나봅니다. 규모나 시설면에서 비교우위에 있었지만 그래도 기능적으로나 구조적으로 삼성역과 비슷해보이니 일단 삼성역과 엮어봅니다.

역 주변으로 사진속 고층빌딩 같은 것이 여러 개 있었는데, 스트링스 호텔은 특이하게 그 중 한 빌딩의 26층부터 32까지에 있습니다.  다행히 빌딩 2층에서 편의점와 환전소도 발견합니다. 짐을 풀어놓고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오벤또와 남편이 사랑해마지않는 삐루를 사러오기로 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올라갑니다. 헛...호텔이 상당히 좋습니다. 남편이 체크인을 하는 동안 로비 소파에 앉아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호텔의 공기를 즐깁니다. 보라보라보다 여기가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잠시 해봅니다. 안가보면 모르는 것이니까요. 체크인을 마친 남편이 활짝 웃습니다. 내일 WBC 결승이 몇 신인지 물어보니 센스쟁이 호텔직원이 '댓즈 베리 임폴턴트 프러브럼'이라며 체크아웃 시간을 2시 30분으로 연장해주더랍니다. 제값 다주고 묵는 거라 좀 아깝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는데 덤으로 몇시간을 더 얻어옴과 동시에 여행의 첫번째 스케쥴을 단번에 정해온 남편이 대견합니다. 일단 내일 오전은 방에서 WBC를 보는걸로. 하하하.

기내식으로 점심을 먹은 이후 물 한모금 먹지 않은 저희는 방에 짐을 풀어놓고 곧바로 편의점으로 달려갑니다. 도시락 천국의 면모를 기대하고 갔으나 이미 늦은 시간이라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지만, 새우튀김이 올라간 볶음면과 뭔지 잘 알기 힘든 도시락을 각각 고르고 맥주, 과자 그리고 방한을 위한 스타킹도 잊지 않고 구입합니다. 방으로 돌아와 한숨 돌리며 무사히 도착했음을 알리기 위하여 전화를 합니다. "어쩌고 저쩌고 어쩌고 저쩌고"를 하다가 "편의점에서 도시락이랑 맥주도 샀다"고 하니 깜짝 놀라며 "어! 샴페인 없나?" 합니다. 얼음이 채워진 통에 담겨 테이블 위에 고이 올려진 샴페인을 언니가 어찌 알았을까요. "그거 내가 선물로 보낸거다. 카드도 있을건데".
오잉. 그제서야 샴페인 옆에 얌전히 놓인 카드가 보입니다.  저흰 그냥 으레 호텔에서 서비스로 주는 싸구려 샴페인이겠거니 생각했는데...으레 호텔 지배인이라는 사람의 프린트된 싸인이 있는 카드인줄 알았는데...아하하하하. 선물이었군요. 그것도 기쁨 두배 서프라이즈 선물이었군요. 큰 글씨로 "Happy Wedding"이라는 쓰여있는 카드를 보니 하루종일 잊고 있었던 신혼여행 기분이 납니다. 암요암요. 신혼여행에는 맥주보다는 샴페인이지요. 무슨무슨 페리에라는 라벨을 달고 있던 이 샴페인은 맛도 어찌나 좋던지 ㅋㅋ

길고 험난한 하루였지만, 끝이 훈훈합니다. 따뜻한 물에 은은한 향의 입욕제를 풀어 몸을 담그니 하루의 피로가 풀립니다. 지금껏 3개월 정도는 기본으로 준비하고 떠나던 제가 지도 한장 없이 시작하는 여행을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그 동안 동경에 가보고 싶었던 곳들이 하나 둘씩 떠오르면서 머릿속이 즐거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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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5 22:50 2009/06/25 22:50

환승을 위해 1터미널에서 2터미널로 가는 길에는 검색대를 지나게 되어있습니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우리는 빛의 속도로 검색대를 빠져나가려는데, 검색대를 지키던 직원이 저희를 불러 세우고 항공편을 확인하더니 멈추라고 합니다. '아까 저기서 아직 이륙 안했다고 했다' 뭐 그 비슷하게 얘기 했더니 언어의 장벽으로 답답해하는 듯한 공항직원이 침착하게 핸드폰을 꺼내어 우리의 항공편명을 인터넷으로 조회해서 보여줍니다. 짧은 한자실력이지만 '운항중'이라는고 표시된 건 알겠더군요. 검색대 그 분께서는 이륙시간까지 친절히 보여주십니다. 3시 45분에 이륙했더군요......더 이상의 전진이 무의미해졌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왔던 길을 되돌아 입국장으로 가서 짐을 찾고....짐을 찾고...짐을 찾는것 밖에 생각이 안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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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던길을 다시 돌아가는데 아까의 그 여인을 다시 만났습니다. 친절하게 우리에게 먼저 말을 걸어옵니다. "이륙했다더라. 우리는 짐찾아 나가야겠다." 뭐 이랬더니 자기를 따라오라합니다. 듣던대로 일본인은 참으로 친절합니다. 사무실같은 곳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이 여인은 알고보니 대한항공 직원이었습니다. 한참을 있다 나온 이 여인은 심각한 표정으로 우리에게와서  "짐.은. 타.히.티. 갔.어.요." 이럽니다. '이건 또 뭔소리' 또박또박 천천히 다시 한국말로 얘기했습니다. "타히티 가는 비행기가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이륙했다는데, 짐이 혼자 어떻게 가나요" 이 여인 눈하나 깜짝 안하고 "모.르.겠.어.요. 제.가. 조.회.해. 보.니.까.요. 타.히.티.로. 가.고. 있.다.고. 나.와.요."이럽니다. "아이참...사람도 못타는데 짐이 혼자 어떻게 가나요" 뭐 이렇게 언쟁을 하고 있으니, 다른 한국인 직원분이 오셔서 자초지정을 물어보십니다. 상황설명을 하고, 우리의 짐도 타히티행 비행기를 타지 못한 채 입국장에 무사히 있음을 확인하고, 원래는 날짜 변경이 안되는 나리타->인천행 비행기표이지만, 특이한 경우이니 바꿀 수 있을거라는 얘기를 듣습니다. 입국심사를 받고 짐을 찾으러 갑니다. 수하물대는 이미 텅 비어있었지만, 다행히 타히티의 페페테 공항으로의 수하물표를 달고 있는 우리의 짐만 한켠에 잘 모셔져 있더군요. 가방을 끌고 입국장 문을 열고 나섭니다.

입국장 자동문이 열리고 나리타로 들어섭니다. 이로써 세번째가 되는군요. 지난 두 번은 모두 언니가 손을 흔들며 반겨주었는데, 이번엔 반겨주는 사람이 없어 조금 낯섭니다. 상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져서 약간 공항 상태에 빠져있던 저와는 달리 남편은 비교적 침착했지만 그래도 둘다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습니다. 여행사에서도 비행기표 구해서 한국으로 돌아오라 합니다. 1층 입국장에서 곧바로 4층 출국장으로 올라갑니다. 이래저래 시간이 꽤 많이 흘러서 밖은 이미 어두워져있습니다. 대한항공 카운터에 가서 다시 길게 상황설명을 하고 있는 남편을 보니 든든하기도 하고 안됐기도 하고 아침부터 일어난 일을 생각하니 좀 웃기기도 합니다. 뭐 어쨌든 더이상 비행기가 없고, 아침 사고의 여파로 결항이 많아서 다음날도 일찍 와서 대기를 걸어두어야 할 거라고 합니다. 할수 없이 나리타에서 하룻밤 자야하는구나...예약해둔 호텔은 커녕 아는 호텔도 없는데 어디서 자나...심란하여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내가 울면 남편도 울겠다고 협박하니 꾹 참습니다.

공항 인포메이션에 가서 근처 호텔예약을 하고 싶다고 하였으나, 아마 구하기 힘들거라고 합니다. 사고로 발이 묶인 사람들이 저희 말고도 이만명이나 더 있었다는군요. 이대로 손놓고 있을수만은 없기에 나리타 관광 안내지를 하나 들고 빈의자에 자리를 잡습니다. 남편은 이 호텔 저호텔 전화를 걸어 방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저는 점심때 헤어진 언니한테 전화를 겁니다. 놀라 걱정하는 언니 목소리를 들으니 또 목이 메이고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긴 얘기는 못하고, 호텔을 구해야 하는데 나리타에는 이미 방이 없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얘기만 하고 전화를 끊습니다. 이리저리 알아본 언니는 "밤이 늦었으니 찾아가기 쉬운 호텔로 가는게 좋겠다. 알아보니 동경의 시나가와 역에서 바로 연결된 '스트링스 바이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방이 있다고 한다. 예전에 언니랑 부모님이 묵은 적이 있는데 시설도 괜찮으니 거기에 전화해서 예약을 하고 가라"합니다. 전화를 해보니 가격이 좀 비싸긴 했지만, 하룻밤 쉴곳을 찾았다는 것는 생각에 그리고 어쨌든 신혼여행이라는 생각에 겁없이 예약을 합니다. 비로소 한숨 돌리며 양가 부모님들께 전화를 합니다. 다들 놀라고 걱정하시며 이왕 이렇게 된거 며칠 쉬다 오라고 위로해주시지만,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맘상한 저희는 마냥 돌아가고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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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기운을 차려 시나가와 역까지 가보려고 자리를 뜹니다. 다행히도 지갑에는 인천 공항에서 언니가 쥐어준 만엔짜리 지폐가 있었으니 천만엔을 가진듯 든든합니다.  티켓 오피스에 가서 시나가와까지가는 표를 사고 전철을 타니 그제서야 진정이 좀 됩니다. 생각해보면 다이나믹하고 쇼킹한 게 재밌기도 합니다. 결혼한지 하루만에 벌어진 동경 불시착이라니 말이죠. 휴가가 아직도 일주일이나 남았다는 생각이 납니다. 일부러 오기도 하는 일본인데, 비록 환율은 1500원을 넘나들지만, 아무 계획도 예약해 둔 일정도 호텔도 없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며칠 놀다 가자 맘먹습니다. 금새 마음이 풀리고 관광객의 마음이 됩니다. 똑같은 자세로 잠에 빠진 커플을 구경하며 웃습니다. 전철안의 누군가 들고 있는 신문에 "미국격파"라고 커다랗게 써있습니다. WBC 결승은 한일전이 되겠군요.하하하.

2009/06/22 21:07 2009/06/22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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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가 좋으니 창밖에 가리는 것도 하나 없습니다. 쏘쿨한 B형 남편은 순식간에 숙면에 들어가셨고, A형인 저는 그제서야 소심하게 여행약관을 꼼꼼이 읽어봅니다. 여행계약서만 봤지 그 뒤로 이렇게 여러 장이 붙어있는 줄은, 게다가 그것들을 밑줄까지 그어가며 정독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런 경우는 뭐 천재지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것도 아니고....그렇다고 항공사의 잘못도 아니고, 여행사의 잘못도 아닌것 같고....더더욱 우리의 불찰도 아닌 것 같고....도저히 답이 안나옵니다. 창밖 한 번 쳐다보고 여행 약관 한 줄 읽어보고 천장 한 번 쳐다보고 여행약관 한 줄 더 읽어보고 하다보니 어느새 일본입니다. 인천에서 동경까지 가는데는 채 2시간이 걸리지 않는군요....쩝.

4시가 좀 넘은 시간에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착륙하던 비행기에 불이 났다는 1터미널의 사고현장도 궁금하고, 우리가 타려고 한 비행기가 정시에 출발했는지, 혹시 지연되고 있지나 않은지, 우리가 일본인들을 기다려준것처럼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나 않을지 궁금합니다. 만약에 이미 떠났다면...작년 겨울부터 기다려온 보라보라에 가지 못하는 것도, 환차손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 몇 달 동안 분할 매수한 유로로 지불한 여행 경비를 홀라당 날려먹게 되는 것도 슬프지만, 뭐니뭐니 해도 신혼여행이란 말이죠...훌쩍...이렇게 끝나는 건 좀 말도 안되지 않나....

2터미널에 착륙한 비행기는 우리를 내려줄 생각은 않고 천천히 제 2 터미널 구석구석을 돌아 다닙니다. 얜 또 왜이럴까 궁금해 하면서도 두 눈는 창에서 떠날 줄을 모릅니다. 혹시나 아직 출발하지 않고 있을지도 모를, 티아레꽃이 예쁘게 그려진 타히티 누이 항공사의 비행기를 발견하면 너무나 기쁘겠다 생각하면서 말이죠. 한참을 돌아다닌 후, 꽃그림이 그려진 비행기의 코빼기도 못 본 채 1터미널에 도착하니 서서히 실감이 나기 시작합니다. 개념없이 마냥 즐거웠던 커피타임도 반성해보고, 양손가득 면세점 쇼핑백 들고 나타난 일본인 관광객을 원망도 해보지만...뭐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 된 것 같습니다.

핸드폰을 켜봅니다. 안테나가 잡히고 로밍 안내문자와 외교부에서 보내는 안내문자가 주르륵 자동수신 됩니다. 업계에 종사하면서도 통신기술이 발달하는 것이 늘 못마땅했는데 자동 로밍이 되니 좋습니다.  남편은 여행사에 전화해서 나리타에 도착했음을 알리고 우리가 타야할 비행기가 출발한 것 같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아....결국은 이렇게...이제 어떻게........환승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타히티까지 바로 부쳐버린 우리의 짐은 어디에 있을까...환승쪽으로 가야 하는건가, 입국장으로 나가야 하는건가 혼란스럽습니다. 좀 걸어가다 보니 제복을 입은 한 여자가 흰종이를 들고 환승하는 사람들을 안내해주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어설프지만 한국말도 제법 합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서 "타히티 누이가 이륙했냐" 물어봅니다. "가세요. 빨리 가세요. 달리세요" 엥....이게 무슨 소리...귀를 의심하며 남편이 다시 물어보는 순간 저는 그 여인이 들고있는 종이를 봅니다. 남편의 영문이름이 뚜렷이 적혀 있습니다. '아....뭐야 이거...안간거야?' 그 여인은 계속해서 아직 이륙 안했다고 빨리 가라고 달리라고 합니다. '아하하. 안갔구나. 안갔나봐. 아하하.아하하.아하하'

백만년만에 달려봅니다. 금방 숨이 차왔지만 잠시 멈추었다가 금방 다시 달립니다. 달리면서 인천공항에서 산 손바닥만한 가그린을 미련없이 휴지통에 버립니다. 액체류 반입 금지 어쩌고 하면서 발목을 잡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죠. 이대로 달려서 비행기를 타기만 하면....정말 좋을텐데....좋았을텐데 ㅋㅋㅋ

2009/06/21 21:18 2009/06/21 21:18
그리하여 원래 계획과 약간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들뜨고 설레는 마음으로 호텔과 공항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탔고, 3분후에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대한항공 카운터에가서 체크인을 하려고 하니 아직 안된다고 합니다. 대한항공 측에서 우리에게 알려주기로는 "오늘 아침 나리타 공항에서 사고가 났음" "활주로가 폐쇄되어 현재 나리타로의 모든 입출국이 중지된 상태임" "추후 진행에 대해서는 다시 공지할테니 대기하시라" 였습니다.

결혼한 지 하루된, 허니문을 눈 앞에 둔 이 때의 우리는 매사에 너무나도 긍정적이었습니다. 다소 개념이 없어 보일 정도로 말이지요...나리타 공항이 잠시 폐쇄된 이 정도의 상황은 전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한항공 직원의 말대로 '좀 기다리면 비행기가 떠서 우리를 동경에 데려다 주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전히 즐겁고 설레고 들뜨기만 한 우리는 장시간 비행을 대비하기 위하여 휴대용 가그린을 하나 사고, 사탕도 한통 사고, 뜻하지 않게 주어진 여유시간을 커피나 마시며 즐기기로 합니다. 사진도 찍고 음악도 들으며 한참을 놀았을까요...저멀리 비행기스케쥴을 알려주는 전광판(?)에 11시 50분에 나리타로 가는 아시아나 항공이 수속중이라는 표시가 있습니다. 좀전까지 입출국이 모두 중지되었다는 그 나리타...말이죠. 저희가 타려고 한 대한항공이 12시 30분이니 '우리도 곧 수속을 하겠구나', '드디어 가는건가' 하고 대한항공 카운터로 이동했습니다.

다시찾은 대한항공 카운터 앞은 아까에 비해서 나아진게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대기중인 사람들과 그들에게 무언가 답을 해주는 직원들의 표정은 아까보다 더욱 심각해보입니다. 저희도 줄이 빈 카운터에 서서 항공사 직원에게 현재 상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습니다. 사건을 정리해보면, 나리타 공항에는 두개의 터미널이 있는데 그 중 제1터미널에서 페덱스 화물기가 활주로에 착륙하던 중 기체에 불이 나는 사고가 났고 그로 인하여 활주로가 폐쇄되었고 아직 수습중이며 이 사고로 현재 제1터미널을 이용하는 항공사의 비행 스케쥴이 모두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었지요. 우리가 전광판에서 확인한 아시아나 항공은 제2터미널을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 무리없이 탑승을 개시할 수 있었던 것이구요...

 저희도 그제서야 뭔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정신을 차리기 시작합니다. 항공사 직원에게 12시 30분 대한항공을 타고 나리타에 도착해서, 오후 3시 25분에 나리타에서 타히티의 페페테 공항으로 가는 타히티 누이 항공으로 갈아타야 하는 우리의 스케쥴에 대해서 알려줍니다. 대한항공 측에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으니 기다리라고만 합니다. 아마도 우리가 탈 타히티 누이 항공 스케쥴도 조정이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 나리타 공항측에서 발표를 하지 않고 있으니 기다리라.......기다리라.......음.......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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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전화기가 분주해집니다. 남편은 공항의 상황에 대해서 여행사에 계속 알려주고, 여행사에서도 나리타와 타히티누이 항공사의 상황에 대해 계속 전화를 주고. 시간은 자꾸 가는데 대한항공 측도, 여행사측도 나리타 공항의 사태파악이 잘 안되는 눈치입니다. 일부 승객들은 일본의 다른 도시로 가는 비행기로 바꾸어 타기도 하는데, 오후 비행기를 타야하는 저희에겐 해당사항이 없는 대안이었지요. 여행사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나리타 공항으로 가야 한다고 합니다. 다급해진 우리는 아시아나 카운터로 가보지만 이미 수속을 다 마친 상태라 어떻게 수가 없다는군요.



다시 우리가 할일은 기다리는 것뿐...대한항공 카운터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으니 앞 비행편부터 수속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원래 비행기보다 작는 크기의 비행기로 대체하여 제2터미널을 이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곧이어 우리가 원래 타기로 한 비행기가 1시 30분 출발을 알려옵니다. 동경까지는 대충 2시간 정도. 환승할 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긴 하지만 이런식이라면, 제2터미널을 이용해서라도 승객을 실어날라야 하는 비행기가 많아질것이고, 원래부터 제2터미널을 이용하는 타히티 누이도 정시 출발을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또 마음만 앞서 보라보라로 가있습니다. 저희는 일등으로 달려가 e-ticket을 들이밀었는데, 항공사 직원분께서는 타히티 누이의 정확한 스케쥴이 조회가 되지 않는다며 환승을 보장할수 없다고 꼭 가겠냐고 물어봅니다. '암요암요 가야지요. 꼭 가야지요. 저희는 일단은 가겠다'며 두눈에 힘주어 말합니다. 얼굴도 예쁘신 그분께서 측은한 눈빛으로 "그럼.......자리라도 좋은걸로 해드릴게요"라며 티켓을 내어 주십니다.

아마 이 때쯤 제 결혼식 참석차 한국에 들어왔다가 고베로 다시 돌아가려 공항에 나온 언니도 상봉했습니다. 오사카행 비행기를 타는 언니와는 비행기 시간이 안맞아서 만나지 못할거라 생각했었는데 갑작스런 사고덕분에 이렇게 만나니 또 반갑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그리 여유롭지 않습니다. 탑승수속을 한 시간이 거의 1시 경이었고 탑승 마감은 1시 15분 경이었고 출발 시간은 1시 30분이었으니, 대략 10~20분 동안 언니도 같이 출국장으로 들어가서 출국심사를 받고 달려가 면세물품을 수령받고 받은 물건 중에 언니 선물용으로 산 누들앤부 비누셋트를 그자리에서 선물로 주고 다시 탑승 게이트로 달립니다. 덩달아 우리와 함께 출국장을 달리던 언니가 뭔가를 직감한것이었을까요. 지갑에서 만엔짜리 지폐 한장을 쥐어주며 "혹시 모르니 가져가"라고 합니다. "괜찮은데"하며 일단 받아들고 숨을 헥헥거리며 언니랑은 짧은 작별 인사를 하고 저희만 비행기에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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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상에.....비지니스석을 주셨네요. 저희를 안타깝게 바라봤던 얼굴도 예쁘신 그 분께서 말이죠. 비지니스 석은 이렇게나 넓은 곳이었군요. 하지만 출발시간인 1시 30분이 넘어도 비행기가 뜰 생각을 안하니 편안한 비지니스 석도 곧 가시방석으로 변합니다. 왜 안뜨는걸까..왜! 왜! 왜!. 스튜어디어스 조차 모르겠다던 "왜 안가느냐?"에 대한 대답은 한 시간 정도가 흐른 후 양손이 모자라게 면세점 쇼핑백을 들고 들어서는 한무리의 일본인들이 탑승하면서 자연스럽게 밝혀졌고(ㅠㅠ 환율이 죄지요. 뭐.), 2시 30분 경 드디어 나리타를 향하여 이륙합니다
2009/06/06 13:50 2009/06/06 13:50


결혼식 당일 아침까지 내리던 비가 서서히 그친 것은 참으로 다행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얼굴보는 소수정예의 친구들도 너무너무 반가웠고 가족들도 놀라는 신부화장의 서프라이즈도 재밌었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주인공이 되어보는 경험도 나름 즐거웠습니다. 새벽부터 시작된 일련의 과정 (신부화장->가족사진촬영->대기->결혼식->친지/친구사진촬영->피로연->폐백->배웅)을 모두 무사히 마치고 그때까지 떠나지 않고 함께 해준 친구들과 차도 한잔 마시는 여유도 가졌습니다. 왜냐하면 신혼여행은 다음날 떠나기로 계획되어 있었고, 그날 남은 스케쥴은 신혼집에 들러 여행복장으로 갈아입고 여행가방을 챙겨 예약해둔 인천공항 근처 호텔로 가기만 하면 되었거든요. 공항으로 가는 길은 결혼식보다 더 좋았습니다. 붉게 노을이 내리는 강변북로를 달리는 차 안은 모든 것이 끝났다는 홀가분함과 바로 코 앞으로 다가온 허니문의 설레임으로 가득해서 피곤한 줄도 몰랐었죠. 그렇게 인천의 한 호텔에 도착했고 룸서비스로 저녁도 시켜먹고...

신혼여행은 무려 3개월도 훨씬 전에 예약을 완료한 채 기다린 이벤트였습니다. 목적지는 보라보라. 이제는 언제가 처음이었는지 기억도 안날만큼 오래전에 보라보라의 존재에 대해서 알게되었고 그 후로 가끔 영화에도 나오고 가끔 연예인들도 신혼여행으로 다녀왔다는 소식도 들으면서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있던 곳이었지요. 하지만 지금의 남편이 신혼여행 가고싶은 곳을 얘기해 보자 했을 때 저는 선뜻 보라보라 라고 얘기하지는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보라보라는 너무 멀었고 비싸다는 소문도 무성했고 말해도 어딘지 모를 게 분명했기 때문이죠. 희망 신혼여행지를 묻는 질문에 한두번 빼다가 안가도 난 정말 안가도 괜찮다는 단서를 달고 마음속의 고이고이 담아둔 보라보라를 남편에서 고백했습니다. 역시나 보라카이랑 헷갈려 하더군요. 인터넷에서 사진을 찾아서 보여줍니다. 좀 반한듯한 눈치였습니다. 일단 사진을 본 이상 다른 곳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지요..ㅋㅋㅋ 그렇게 우리의 신혼여행지가 대충 결정되었습니다. 여행사를 알아보고 프로모션 상품을 검색해보고 신속하게 리조트를 결정하고 계약을 완료합니다. 보라보라는 아직 직항이 없어 일본이나 호주/미국등을 경유해서 가야하는데 당연히 대부분은 일본을 경유해서 가게 되지요. 일본에서 출발하는 비행편도 일주일에 두 번(토/월)밖에 없기 때문에 저희는 선택의 여지 없이 월요일에 일본에서 출발하기로 합니다. 일요일 밤을 일본에서 보낼지 인천에서 보낼지를 결정하는 것만 남는데 리먼사태로 인하여 환율이 충분히 많이 폭등한 상태여서 일본에서의 1박조차 부담스러웠고 일요일 결혼식을 끝내고 동경행 마지막 비행기를 타기에도 시간이 좀 빠듯했으므로 큰 고민없이 월요일(3/23) 오전 비행기로 동경에서 트랜스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꿈자리가 좀 뒤숭숭하긴 했지만, 상쾌한 아침이었습니다. 탑승수속을 호텔 1층에서 해준다고 하니 훨씬 여유롭다며 좋아합니다. 바람이 좀 부는듯 했으나 날씨도 맑습니다. 호텔조식부페를 먹으러 간 라운지에는 CNN을 틀어놨더군요. 오랜만에 귀도 트레이닝 시켜야 하니 뭐 CNN도 나쁘지 않습니다. 음식을 담기 위해 오가며 슬쩍슬쩍 본 CNN에 뉴스 화면에는 TOKYO PLANE CRASH라는 자막이 보이더군요. 뭐...대수롭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보라보라에 갈거니까요. 아침을 다먹고 짐을 챙겨서 호텔 로비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대한항공 수속 카운터는 생각보다 규모가 작더군요. 그래도 뭐 상관은 없지요. 자랑스럽게 나리타를 경유하여 타히티(보라보라에 가려면 타히티 국제공항을 거쳐야 하니까요)로 가는 e-ticket을 대한항공 직원에게 들이밀었습니다. '우리는 보라보라에 가는거야. 부럽지 않니..'라고 속으로 말하며...그런데 혼자 카운터를 지키고 있던 대한항공 여인이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오늘 아침에 갑자기 나리타로 가는 탑승 수속이 중지되었으니 공항에 가서 대기하다가 수속하라"고 말합니다. 아까 얼핏 본 TOKYO PLANE CRASH가 아직 정리가 안되었나 보다 생각하고 공항으로 바로 이동하기로 합니다. 공항에서 잠깐 노는 것도 재밌으니까 말이죠.




2009/06/06 09:12 2009/06/06 09:12


정말정말 오랜만이네요...

로그인해서 글 하나 남기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 몰랐습니다.
어쨌든 무사히 결혼식 마치고 신혼여행도 (뜻하지 않게 두 번씩이나) 다녀 왔습니다.
처음에는 밥 한번 해먹는데 막 3시간씩 걸리고 그래서 도저히 블로그 업데이트 할 시간이 안났는데
그래도 이제 한 두어달 지내보니 왠만큼 살만해졌나 봅니다.
슬슬 블로그 입질이 ㅋㅋ
그래서 일단 우여곡절끝에 다녀온 신혼 여행기부터 풀어보려구요.

일단은 사진 한장 던져놓고 시작해봅니다.
아래 사진은 저희가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남태평양 한가운데 "프렌치 폴리네시안"이란 나라의 "보라보라"라는 섬의 "생레지스"라는 리조트에서
점심을 먹고 비치에서 소화시키면서 찍은 것이죠.
보라보라 섬은 예전부터 꼭 한번은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가보게 되었지요.
역시나...참 좋더군요.
가만히 앉아서 바다를 보고, 하늘을 보고,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낙원에 있는 듯한 쫌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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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6 00:21 2009/06/06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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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de jura
from Sometimes/Masil 2009/02/0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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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01 20:34 2009/02/01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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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히 마음을 두드리는 감미로운 멜로디의 노래와, 열정을 다해 노래하고 연주하는 밴드만으로는 훌륭한 공연을 만들수 없다는 것을 2시간 동안 절실하게 깨닫고 나온 공연이었다. 셋팅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탓인지 솔로 혹은 듀엣으로 노래할 때에는 괜찮다가도 6명의 밴드가 합주를 할시에 음량이 조금이라도 커지면 어김없이 목소리와 악기소리가 뭉쳐져서 잡음처럼 들리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었고(심지어는 하울링까지...), 분명히 촬영이 금지된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하는 중간중간 무례하게 터지던 후레쉬들은 앵콜이 시작되면서 눈이 부셔서 뜰수 없을 정도가 되었고 뒤늦게 세종문화회관 직원들이 제지에 나섰으나 약발이 먹힐리가 없었다, 내 앞자리의 관객은 어찌나 심하게 필을 받으셨는지 공연내내 쉬지않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주시고, 그밖의 관객들은 아이돌의 콘서트에 온것처럼 노래하는 도중에 심한 환호를 보냈다. 애초에 Once라는 한편의 영화를 통해서 알려진 아일랜드의 작은 밴드 스웰시즌의 공연을 세종문화회관처럼 큰 공연장에서 하려고한 기획자체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공연장을 빠져나오면서 컴플레인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는데, 어디다가 해야할지 몰라서 여기다가 이렇게...ㅠㅠ

+ 그나마 얻은 것이 있다면, 미발표곡 몇곡이 좀 좋았다는 것과 유재하추모가요제 출신이라는 MATE라는 밴드의 발견 정도. 공연 시작전 로비에서 연주를 하던 이들을 원래 계획에는 없었지만 글렌이 무대에 세웠는데 상당히 괜찮았다. 게다가 보너스로는 심하게 잘생긴 드러머의 얼굴정도....

2009/01/17 23:58 2009/01/1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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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보울
from Sometimes/Masil 2008/12/2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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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좋고 맛도 좋은 덮밥을 주는 노다보울.
 프로세스의 메뉴얼화가 잘 되어 있는 집은
주인이 없어도 잘 굴러간다.

 


2008/12/21 21:09 2008/12/2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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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8ight
from Sometimes/Masil 2008/11/1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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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 찐득하고 약간 달달한 발사믹 소스를 뿌린 모짜렐라 샐러드
-두부를 두툼하게 잘라 샌드위치 빵사이에 살포시 끼워둔 이름 그대로 두부샌드위치.
-마이크로 버블이 가득한 카푸치노

이태원이라고 하기에도 경리단 길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어중간한 동네 골목길에서 xx흑염소 집과 xx 미장원을 마주한 채 자리한 Table 8ight. 실제로 4개의 테이블은 아름답지 않은 골목길에 내어져 있고, 나머지 두개의 테이블은 bar 형태이고 그나마 정상적인 table은 2개뿐이긴 했지만...이곳에서 맛 본 두 가지 음식과 카푸치노는 상당히 맛있더군요. 게다가 두부 샌드위치라니...완전 감동입니다. ~

2008/11/10 21:33 2008/11/1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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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
from Sometimes/Masil 2008/11/03 21:16


주말 효자동은 평일보다는 약간 더 붐비는 듯 했다. 그 사이 못보던 가게들도 몇 개 더 들어섰지만, 그래도 아직은 많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블로그를 통해서 남의 사생활을 관찰하는 나의 은밀한 취향 덕분에 효자동에도 (나만) 아는 얼굴들이 몇 있는데 이날은 그들은 만나게 되어서 막...반가웠다.

(나는) 두오모에서 밥을 먹고 친구랑 수다를 떨고 있는데, 카페 고희의 얼굴마담이 자전거를 타고 나타나 두오모의 큰 창밖에서 손을 흔든다. 자전거에서 내려서 "안녕"이라고 시원하게 인사하며 두오모로 들어서니 주방에 있던 두오모의 요리사가 나와서 반갑게 맞아준다. 그들은 필시 오랜만에 본 사이는 아닐 터인데 재잘재잘 재미나게 이야기를 나눈다. 나도 거기 끼어서 "지난 번 동경 여행은 재밌었어요?" 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나만 아는 사람이므로...pass.

두오모를 나와 효자동 골목길을 친구랑 걷다가, 예전에 찾다가 실패한 spring come, rain fall을 찾아나섰다. 헤맬 각오를 했더니 오히려 너무 쉽게 모습을 드러낸 spring come, rain fall. 손님이 꽉 차있어서 생각보다는 공간이 협소해 보였지만, 심플한 디자인의 소품들과 개성있는 의자들이 아기자기하고 채광이 좋은 창 덕분에 분위기는 아늑했다. 이 곳에서 친구랑 2차 수다를 떨고 있는데 카페 주인의 아들인 권율군 나타났다. 권율군은 아직 어린데도 평소 캐릭터를 정확하게 집어내는 놀라운 그림솜씨를 (그의 모친의 블로그에서) 보여주었는데, 이 날 Office가 있는 위층과 카페가 있는 아래층을 오르락 내리락거리면서 자기가 그린 그림이 있을 걸로 추측되는 스케치북을 펼쳐서 카페에서 일하는 누나들에게 보여준다. "나도 한번 보여줘" 하고 싶었지만 나만 아는 사람이므로...역시 pass.

생각해보니, 실제로는 나도 알고 상대방도 아는 관계의 사람들에게도 살가운 말 한마디 먼저 건내지 않으면서 이런 상상을 하는 내가 우습다ㅋㅋ



2008/11/03 21:16 2008/11/03 21:16
가을 북한산
from Sometimes/Masil 2008/11/02 20:58


+ 거의 한달 만에 다시 찾은 북한산. 지난번과는 코스를 달리하여 진달래 능선길로 올랐다. 격하게 힘들었던 하루재를 지나는 지난번 코스보다는 훨씬 다양하고 재미난(?) 길들과 멋진 풍경들이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 등산 중간중간 먹을 간식으로 엄마가 추천한 배를 챙겨갔는데, 전망 좋은 바위에 앉아서 먹는 배는 정말로 꿀맛. 북한산 아래에서 사간 산 한줄에 천오백원짜리 김밥은 먹은 후 30분이 지나니 기운이 쭉 빠지는게 아무래도 중국산 쌀인 듯. 다신 먹지 말아야겠다.

+ 지난주가 단풍 피크였다는 북한산이 초만원이길래 서울 사람들 다 북한산에 와 있는 줄 알았는데, 집에 가는 길에 보니 차도 꽉꽉 막힌다. 도대체 사람은 얼마나 많은 걸까....

+ 풀 셋트....머지 않았다 ^^
2008/11/02 20:58 2008/11/02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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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오시정
from Sometimes/Masil 2008/10/2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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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간 가로수 길은 이미 예전의 그 가로수 길이 아니었다. 도로표기법상 가로수 길은 스타벅스도, 크라제 버거도, 그 밖에 꽤 큰 규모의 레스토랑들과 정체를 알수없는 옷가게들로 채워져 있었고, 가로수 길에서 다소 벗어나야 비로소 예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개성있는 작은 카페와 레스토랑들을 하나 둘씩 발견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 Cafe 5CIJUNG 역시 가로수길에서는 좀 벗어나 한적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카페 주인의 이름을 그대로 따서 지었다는 이곳은 정갈함이란 무엇인가를 확실히 보여주는 듯한 interior 와 exterior를 가지고 있다. 카페이긴 하지만 잔치국수와 참치주먹밥을 셋트로 한 브런치 메뉴나 채썬 우엉조림을  살짝 끼워놓은 샌드위치, 숙성시킨 오렌지로 만들었다는 비타민 차와 대박으로 맛있는 호박스프를 먹어본 결과 음식 솜씨와 그 정성도 예사롭지 않은 듯했다. 차를 시키면 함께 주는 스콘에 발라먹는 잼과 화장실에 있는 비누까지 handmade라고 하니...멜라민 열풍이 부는 요즘. 왠지 믿음이 간다.

+ 그냥 가을이 오늘 줄로만 알았다가, 동남아 스콜 부럽지않게 갑자기 쏟아지는 빗속을 잠시 걸었더니 그날 밤 편도선이 부워올랐다. 그동안 누적된 피로도 풀고 부워오른 편도선도 가라앉힐 겸 일요일은 하루종일 밀린잠을 자는데에만 집중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드디어 감기에 걸렸다. 내 주위 모든 사람들이 감기에 걸려 콜록콜록 기침을 할 때도 절대 안걸리던 감기인데...어째 요즘은 일년에 꼭 한번은 걸리는 것 같다.

+ 오랜만에 블로그라 주절주절 쓸말들이 더 있는데, 현빈과 송혜교가 나오는 드라마, 노희경 작가와 표민수 PD가 만들었다는 그 드라마가 지금 시작한다. 퇴근길에 사온 콩나물 넣고 끓인 콩나물 국을 들이키면서...봐야지 ^^
 
2008/10/28 22:01 2008/10/28 22:01
오래 살고 볼 일
from Sometimes/Masil 2008/10/06 22:53




아주 오랜세월 숨어있던 나의 운동 욕구가 왕성하게 샘솟는 요즘이다. 3일 연휴 중 무려 이틀이나 등산을 감행하고도 샘솟는 운동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여, 오늘은 예전에 다니던 요가학원을 다시 등록하러 갔는데....학원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매우 실망하였다. 꽤다 힘든 산행을 마친 뒤이지만, 신기하게도 예전처럼 온몸의 근육이 뭉쳐서 걷기가 힘들고 앉았다 일어나는 것이 죽을것 같지도 않았다. 제대로 필이 꽂힌 것이 분명한데, 그것이 운동이라니...참 오래살고 볼일이다.

오래전 하늘이 열렸다는 개천절 빨간날에는 수원에 있는 광교산에 올랐다. 광교산은 청계산과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안좋은 감정들이 많은 산인데, 그 이유는 툭하면 열리는 회사 워크샵이나 산행대회 같은 것들 때문에 억지로 붙잡혀 가서 산 밑자락에서 서너시간씩 숨어 배회하다가 비빔밥 한그릇 얻어먹고 돌아온, 여전히 새록새록한 수차례의 기억들 때문이다. 그랬던 광교산을...자발적으로 가서, 정상까지 밟아주고, 내려와서는 회사에서 단체로 갔던 바로 그 식당에 가서, 그때 먹었던 것과 같은 비빔밥을 먹고 왔다. 게다가 기분은 상쾌하고 음식은 또 어찌 그리 꿀맛이던지...역시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하루 쉬고 어제는 급기야 북한산에 올랐다. 얼마전에 본 "다큐 3일"에서 본 북한산 편에 자극받아 간 것인데, 가본 산이 몇군데 되진 않지만, 북한산은 참으로 만만치 않더라. 바위도 많고, 사람도 많고, 경사도 높고...등산에 대한 생각이 참 많이 바꼈다. 올라가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산을 오르는 동안 마시는 공기도 달고, 높은 곳에 올라가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고, 올라갈 때 죽을 듯이 힘들었던 길을 한결 수월한 발걸음으로 신나게 내려오는 기분도 그만이다. 예전같으면 결국 내려올 것을 굳이 왜 올라가나 했을텐데...역시 오래 살고 볼일!



***

그런데, 한가지 문제는 등산용품 및 등산복의 세계에 눈뜨기 시작했다는 것.
그래서 산에 가는 회수 만큼 백화점 등산복 매장에도 간다.
2008/10/06 22:53 2008/10/06 22:53
등산
from Sometimes/Masil 2008/09/08 20:43
다들 오랜만이예요~

요즘 저 등산다녀요.
정확하게 말하면 아주 작은 산 두번 다녀왔고,  조금 큰 산 한번 다녀왔는데
앞으로도 부지런히 다녀볼까하고 등산화도 장만했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주말이면 아빠랑 옆집 살던 아저씨랑 셋이서 등산을 다니곤 했었는데
산에 갈때마다 그때 생각도 나고
처음보다 한결 가벼워지는 발걸음에 뿌듯하기도 하고
좀처럼 땀이 나지 않아 과연 내몸에도 땀구멍이 있을까 하는 했던 의구심도 풀리고
세상을 달리한 친구에 대한 한 슬픔 뒤로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내 건강 챙겨야겠다는 이기적인 자기애도 충족시키고....

사진은 지난 주말에 갔던 강화도 마니산의 정상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정상에서 맞는 시원한 바람이 참 좋더군요.
다들 건강 챙기시길 바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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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8 20:43 2008/09/0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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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ism
from Sometimes/Masil 2008/08/22 21:47

경리단 길 끝에 자리한 티즘에서의 즐거웠던 한때...를 마냥 기쁜 마음으로 회상하고 싶지만. 오늘, 맘껏 삐뚤어지고 싶은 날이다. 그렇다고 이 나이에 딱히 삐뚤어질 것도 없고 해서 괜히 사진들만 삐뚤빼뚤 돌려놓고 좋아하고 있다. 이 곳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던 터였지만, 그냥 유명한 일식집인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캐주얼한 분위기였고 메뉴들도 한끼 식사로 부담없는 정도로 구성되어 있었다. 토요일 저녁이었지만 예약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한여름 스끼야키를 시키는 나에게 좀 더울수도 있다는 친절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딱 단골집 하고 싶은 곳이었는데,  단골삼고 싶은 가게들은 하나같이 나에게서 멀리 있다.




2008/08/22 21:47 2008/08/22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