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이하여 언니와 형부가 한국에 들어왔다.
언니가 도착한 다음날 아침 부리나케 천안집으로 내려가보니
꼼꼼쟁이 커플의 대명사답게 식구들의 선물을 일일이 챙기고
더불어 무거운 줄도 모르고 갖가지 먹을 거리들을 싸왔더라.
어제는 천안에서 오랜만에 조카들이랑 언니랑 같이 놀고
오늘은 언니,형부에게 혹한의 서울을 맛볼 수 있는 관광을 시켜주었다.
눈이 내리지 않는 곳에서만 살아온 두 사람에겐 너무 가혹한 날씨였지만
다행히 눈 내린 창덕궁의 설경은 '폭설이 내리면 다시 와야겠는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있었고
간장게장을 먹고싶어 한다는 형부를 위해 고른 큰기와집의 간장게장 역시 최고의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너무 추운 날씨가 내심 미안해서 다음엔 꼭 가을에 오라고 했는데
간장게장 맛에 반한 형부가 '게가 제철이니 겨울에 다시 오겠다'는 강한 집념을 보여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득템한 선물과 엄마가 싸준 반찬거리를 챙겨 오느라
집에 들러 짐을 놓고 가야했다
집에 오는 길에 지하상가를 통해가기로 한건 순전히 날씨가 추워서였는데
거기에 펼쳐져있는 꽃집을 보고 언니랑 형부가 역시 그냥 지나가질 않는다.
꽃을 사주겠단다. 흑. 난 너무 거절을 못한다.
'괜찮은데...'하면서 거의 동시에 '라넌큘러스 노랑이 한단이요'라고 외쳤다
남편이 사랑하는 '선토리프리미엄몰츠'랑 에비스까지.
우리집에 온 게 두캔씩이지 실제로 일본에서 들고 온건 한팩씩.
기운을 이렇게 쓰니 둘 다 살이 안찌나 보다.
이거 먹는 우리는 또 살찌겠지....
고베에서 제일 오래된 카스테라 집에서 샀다는 카스테라
모두 4개가 들어있는 패키지였는데,
역시 남편이 카스테라를 사랑한다는 나의 거침없는 발언으로
오빠네랑 부모님이 맛보기용으로 한통씩 가지시고
우리집에 2통이 오게 되었다.
이것은 야심차게 준비했던 오늘의 관광코스 중 하나였단 인사동 떡집 '합'에서 얻은 떡세트.
분명히 블로그를 통해 알려진 바로는
비록 테이블 수가 적기는 하지만
매장에 앉아서 예쁜 그릇에 아름다운 장식으로 담겨져 나오는 떡과 전통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곳이였는데
추운 날씨를 뚫고 찾아간 '합'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테이크아웃만 된다고 한다.
좀 어이가 없었지만
맛은 봐야겠고 포장이 또 좀 예뻐서
한 팩을 맛보기 용도로 또 다른 한팩은 천안의 다른 가족용으로 형부가 구입했다.
가까운 찻집에 가서 증편을 하나씩 꺼내어 맛보고 남는 걸 또 내가 챙겨왔다. (이런 염치없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았지만 맛은 있는 떡집 '합'
이건 면세점에서 좀 급하게 산 듯한 선물
녹색병은 남성용 로션이고 하얀통은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키엘의 수분크림.
한번 써보고 싶은 크림이었는데 안사고 있었더니 이렇게 또 생긴다. 기쁘다.
어느 날 마크로비오틱 요리 선생님이 들고 나타나서는
모든 수강생의 부러움을 샀던 강판이 있었는데, 일본거라고 했다.
마침 한국에 온다는 언니가 필요한 걸 말하라길래 사진을 보내줬더니
숟가락 모양으로 된 작은 강판까지 덤으로 가져왔다.
이것은 간사이지방의 명물 화장품 요지야.
투명한 병에 든 것은 요지야의 세안용 가루비누인데 엄마가 너무너무 사랑하는 아이템이고
아래 튜브와 작은 통은 휴대하기 좋은 핸드 크림.
엄마가 시어머니 드리라고 챙겨주시길래 포장봉투도 같이 챙겨왔다.
이것은 일명 '천쪼가리'.(-> 충실한 통역의 의무가 있는 언니가 이렇게 말했다)
공항에서 형부가 올케언니와 나를 위해서 하나씩 샀다고 했는데
뒷면은 타올느낌이 나고 앞면은 손수건 느낌이 나는 천이다.
테이블에 올리거나 벽에 걸어도 예쁠거 같다.
두 가지 무늬가 있었는데 이 무늬가 더 예뻐서
올케언니가 도착하기 전에 냉큼 선점해버리는 나는 시누이.
그리고 가디건.
이렇게까지 준비할 필요는 없는데, 굳이 내 가디건까지 선물로 챙겨왔다.
옷선물까지 받으니 좋기도 하고
나도 이제는 뭔가 해줘야 할거 같기도 하다.
꽃병에 꽃을 꽂으려고 포장을 푸니 툭 떨어지는 꽃송이.
그렇다고 버릴순 없지. 작은 찻잔에 살짝 띄워두었다.
서울의 혹한을 온몸으로 느낀 언니랑 형부는 콧물을 훌쩍이면서 천안으로 내려갔고
서울역에서 배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해보니
올해가 이제 하루 남았구나 싶었다.
비슷한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니 시간이 더 빨리 가는것 같다.
올해는 한없이 느슨하게 보냈으니, 내년에는 정신 좀 차리고 살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