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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1/01/02 21:50

영하 11도의 날씨.
늦잠을 자고 일어나 주섬주섬 아침준비를 시작하려는데, 커피를 만들어 주겠다며 남편이 부엌으로 따라나선다.
커피를 내리는가 싶더니 커피머신 청소를 해야겠다며 수돗물을 물통에 가득 채워담고는 커피머신을 켠다.
커피머신이 켜지는 동안 잠시 사라진 남편은 어느 새 거실에서 후레쉬까지 펑펑 터뜨려가며 꽃사진 찍는데 여념이 없다.
그러고 나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컴퓨터 삼매경.
남편에게 가 따져 묻는다. 커피는.커피는.커피는.

그러자 카페드유라에 가서 먹자는 반가운 제안을 해온다.
아침밥을 먹고 여러겹 옷을 껴입고 집을 나선다.
맛있는 커피는 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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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onji
2006~2010/Days2010/12/30 19:49


연말을 맞이하여 언니와 형부가 한국에 들어왔다.
언니가 도착한 다음날 아침 부리나케 천안집으로 내려가보니 
꼼꼼쟁이 커플의 대명사답게 식구들의 선물을 일일이 챙기고
더불어 무거운 줄도 모르고 갖가지 먹을 거리들을 싸왔더라.

어제는 천안에서 오랜만에 조카들이랑 언니랑 같이 놀고
오늘은 언니,형부에게 혹한의 서울을 맛볼 수 있는 관광을 시켜주었다.
눈이 내리지 않는 곳에서만 살아온 두 사람에겐 너무 가혹한 날씨였지만
다행히 눈 내린 창덕궁의 설경은 '폭설이 내리면 다시 와야겠는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있었고
간장게장을 먹고싶어 한다는 형부를 위해 고른 큰기와집의 간장게장 역시 최고의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너무 추운 날씨가 내심 미안해서 다음엔 꼭 가을에 오라고 했는데
간장게장 맛에 반한 형부가 '게가 제철이니 겨울에 다시 오겠다'는 강한 집념을 보여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득템한 선물과 엄마가 싸준 반찬거리를 챙겨 오느라
집에 들러 짐을 놓고 가야했다
집에 오는 길에 지하상가를 통해가기로 한건 순전히 날씨가 추워서였는데
거기에 펼쳐져있는 꽃집을 보고 언니랑 형부가 역시 그냥 지나가질 않는다.
꽃을 사주겠단다. 흑. 난 너무 거절을 못한다.
'괜찮은데...'하면서 거의 동시에 '라넌큘러스 노랑이 한단이요'라고 외쳤다


남편이 사랑하는 '선토리프리미엄몰츠'랑 에비스까지.
우리집에 온 게 두캔씩이지 실제로 일본에서 들고 온건 한팩씩.
기운을 이렇게 쓰니 둘 다 살이 안찌나 보다.
이거 먹는 우리는 또 살찌겠지....


고베에서 제일 오래된 카스테라 집에서 샀다는 카스테라
모두 4개가 들어있는 패키지였는데,
역시 남편이 카스테라를 사랑한다는 나의 거침없는 발언으로
오빠네랑 부모님이 맛보기용으로 한통씩 가지시고
우리집에 2통이 오게 되었다. 



이것은 야심차게 준비했던 오늘의 관광코스 중 하나였단 인사동 떡집 '합'에서 얻은 떡세트.
분명히 블로그를 통해 알려진 바로는
비록 테이블 수가 적기는 하지만
매장에 앉아서 예쁜 그릇에 아름다운 장식으로 담겨져 나오는 떡과 전통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곳이였는데
추운 날씨를 뚫고 찾아간 '합'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테이크아웃만 된다고 한다.
좀 어이가 없었지만
 맛은 봐야겠고 포장이 또 좀 예뻐서
한 팩을 맛보기 용도로 또 다른 한팩은 천안의 다른 가족용으로 형부가 구입했다.
가까운 찻집에 가서 증편을 하나씩 꺼내어 맛보고 남는 걸 또 내가 챙겨왔다. (이런 염치없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았지만 맛은 있는 떡집 '합'


이건 면세점에서 좀 급하게 산 듯한 선물
녹색병은 남성용 로션이고  하얀통은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키엘의 수분크림.
한번 써보고 싶은 크림이었는데 안사고 있었더니 이렇게 또 생긴다. 기쁘다.



어느 날 마크로비오틱 요리 선생님이 들고 나타나서는
 모든 수강생의 부러움을 샀던 강판이 있었는데, 일본거라고 했다.
마침 한국에 온다는 언니가 필요한 걸 말하라길래 사진을 보내줬더니
숟가락 모양으로 된 작은 강판까지 덤으로 가져왔다.



이것은 간사이지방의 명물 화장품 요지야.
투명한 병에 든 것은 요지야의 세안용 가루비누인데 엄마가 너무너무 사랑하는 아이템이고
아래 튜브와 작은 통은 휴대하기 좋은 핸드 크림.
엄마가 시어머니 드리라고 챙겨주시길래 포장봉투도 같이 챙겨왔다. 
 

이것은 일명 '천쪼가리'.(-> 충실한 통역의 의무가 있는 언니가 이렇게 말했다)
공항에서 형부가 올케언니와 나를 위해서 하나씩 샀다고 했는데
뒷면은 타올느낌이 나고 앞면은 손수건 느낌이 나는 천이다.
테이블에 올리거나 벽에 걸어도 예쁠거 같다.



두 가지 무늬가 있었는데 이 무늬가 더 예뻐서
올케언니가 도착하기 전에 냉큼 선점해버리는 나는 시누이.



그리고 가디건.
이렇게까지 준비할 필요는 없는데, 굳이 내 가디건까지 선물로 챙겨왔다.
옷선물까지 받으니 좋기도 하고
나도 이제는 뭔가 해줘야 할거 같기도 하다.




꽃병에 꽃을 꽂으려고 포장을 푸니 툭 떨어지는 꽃송이.
그렇다고 버릴순 없지. 작은 찻잔에 살짝 띄워두었다.

서울의 혹한을 온몸으로 느낀 언니랑 형부는 콧물을 훌쩍이면서 천안으로 내려갔고
서울역에서 배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해보니
 올해가 이제 하루 남았구나 싶었다.
비슷한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니 시간이 더 빨리 가는것 같다.
올해는  한없이 느슨하게 보냈으니, 내년에는 정신 좀 차리고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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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onji
2006~2010/Days2010/12/24 23:03



30년만에 가장 추운 날씨라는 크리스마스 이브
얼마전 득템한 마크로비오틱 베이킹 책을 뒤적이다 점찍어둔 쇼콜라케익을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구워보기로 했다.
계란 대신 순두부가 들어가는 레시피였으므로 순두부도 사고 쇼콜라케익에 곁들일 오렌지도 살 겸 백화점으로 향했다.
역시 포장코너와 베이커리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장바구니를 하나 들고 식품관을 이리저리 해메이다 보니 케익하나로 지내기엔 뭔가 서운할거 같은 생각이 든다.
정육코너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거침없이 five star 등심을 두덩어리 골랐다.
곁들일 야채며 간단한 파스타 재료는 냉장고에 돌아다니는 것을 활용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칼바람에 얼굴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다. 
아무데도 가지 않기로 한건 잘한 일인것 같다.

과연 이게 케익이 되긴 할까 싶었지만 레시피대로 쇼콜라 케익을 구웠고
남편 퇴근시간에 맞춰 바로 조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재료도 손질해 놓고 나니 시간이 남는다.
찬장에 모셔놨던 접대용 접시들을 꺼내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낼 겸 테이블 세팅을 했다.
파스타 삶을 물을 끓이기 시작할 때쯤 칼바람에 루돌프 코가 된 남편이 도착했다.
내가 샐러드를 만들고, 초간단 앤쵸비파스타를 만드는 동안 남편은 스테이크를 굽고 사진을 찍는다.

이로써 파티 시작.
접시를 싹싹 비우고 
커피를 한잔씩 내려 두부로 만든 쇼콜라케익과 함께 먹는 것으로 크리스마스
홈파티는 끝.

추운 날 데이트하느라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다행인지.
판교에서 달래내까지 50분이나 걸린다며
인터넷에 올라온 사람 머리 밖에 안보이는 명동사진을 보면서 키득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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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onji
2006~2010/Days2010/12/18 21:47


눈이 펑펑펑 내리던 날.

집으로 배달된 작은 상자 두 개 *^^*



이것은 머핀 텀블러!



패키지를 열어보니 크리스마스를 앞 둔 요즘 시즌에 어울리는 컬러의 텀블러가 하나씩 들어있다.



맘먹고 동네 산책이라도 하려면 산책보다 먼저 찾게 되는 것이 동네 커피숍이었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따뜻한 카푸치노 한잔이라도 들어야 그나마 좀 걷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

출근 도장 찍다시피 들르다 보면 한잔에 몇 천원 씩하는 커피값도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준비하나 야심의 텀블러 크크크

테이크 아웃 커피잔을 그대로 본 따서 만든 것 같이 생겼는데




내부는 스테인리스로 되어있고



외부는 진공으로 되어있어 보온력은 탁월할 듯. 



손으로 전해지는 일회용 종이컵의 온기는 없겠지만, 이제는 환경을 생각할 때!

따뜻한 커피 한잔 뽑아서 꼭꼭 눌러 담아 함박눈 펑펑 내릴 때 동네 한 바퀴 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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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onji
2006~2010/Days2010/12/11 16:49

작년에는 스티커를 온 집안에 붙이는 걸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했었다.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먼지도 날리지 않아서 좋았는데
봄이 되어 더이상 어울리지 않는 스티커들을 떼어 내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올해는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서
눈 모양 줄과 몇가지 오너먼트들을 사다가 거실 한쪽 벽에 달아보았다. 
보기엔 예쁜데, 하얀 반짝이 가루들이 좀 떨어져 못마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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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onji
2006~2010/Days2010/12/09 13:13

1. 동경에서의 극적인 만남 이후 잠시 시들해졌던 마크로비오틱에 대한 관심이 불현듯 되살아나
   지난 9월부터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마크로비오틱 쿠킹클래스를 듣기 시작했다
   강사는 일본인 이와사키 유카 선생님. 
   매스컴에도 많이 나오시고 벌써 책도 몇권 내신 유명하신 분이시다.

2. 일주일에 한번 하는 쿠킹클래스는
    가을 야채라던가 두부, 콩 같은 것을 주재료로 하는 메인요리와
    그에 어울리는 사이드요리를 하나씩 만들어보고 시식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어느 날은 유카 선생님이  빵, 케익, 무스 같은 달달한 디저트류 잔뜩 만들어 오셔서는 맛보라고 나눠주셨다.
    버터, 계란, 설탕, 이스트를 쓰지 않고 만든 것이란다.
    아니..과연 이게 빵맛이 날까 싶어서 먹어보니 정말 빵같고, 케익같고, 심지어 맛도 있다.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궁금했다.

3. 그날 만들어놓은 요리는 다 제쳐두고 다들 열심히 빵과 케익을 먹고 있는데  메모지를 한장씩 나눠주신다.
    유카선생님이 마크로비오틱 베이킹에 관련된 책을 준비하고 계시는데  방금 먹은 것들의 레시피가 들어갈거라고 했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먹어본 소감과 느낌을 나눠준 메모지에 써주면 고맙겠다고 하신다.

4. 난 주관식, 서술형에 약하다. 아니 싫어한다.
   각종 설문조사, 각종 평가를 할 때에도 객관식은 3번으로 통일하고, 주관식은 거의 빈칸으로 낸다.
   그래서 난, 미안하지만 메모지에 뭔가를 써서 낼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그 때 후기 중 몇개를 추첨해서 책에 실을 계획이고,  당첨된 사람들에겐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줄 계획이라고 했다.
  
5. 그래도 나 공짜는 좋아한다.
   그래서 못쓰는 손글씨로 열심히 깨알같이 적어냈다.
   이름도, 나이도, 연락처도, 직업도...
   백수라고 쓸것인가, 양심에 걸리지만 주부라고 쓸것인가, 아니면 역시 양심에 걸리지만 일년 전 관둔 직업을 쓸 것인가.
   직업을 쓰기 전에 잠시 망설였지만, 그냥 주부라고 썼다.

6. 그 일이 있은 후 한참 지난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날 찾는 이가 없는 요즘 기꺼이 받은 전화 건너편 여인은 무슨무슨 출판사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평소 누군가가 나에게 출판 제의를 해오면 좋겠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던 나는 귀가 솔깃했다. 설마..
   용건은 유카 선생님의 책을 보내주겠다며 주소를 알려달라는 전화였다.
   내가 깨알같이 써낸 후기가 당첨된 것이다.

7. 책을 받기 전 조금 설레였다. 
   어떤 이유에서건 처음으로  내 이름이 정식으로 출판된 책에 활자로 찍혀 나오는 것이었다.
   
8. 책이 도착했다. 
   선명하게 찍힌 내 이름과 그 옆에 친절히 나를 설명하고 있는 34세, 주부라고 적혀있는 작은 괄호.
   어색하고 이상했다. 
   이제 한달 있으면 심지어 한살 더 먹겠지만
   34세라는 나이가 낯설었고 마치 평생을 주부로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9. 앞으로도 계속 35세, 36세, 37세 주부로 살아가게 될지
    아니면 또 다른 타이틀을  달고 살아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34세의 나는 주부였다는 일종의 증명서을 얻은 셈 치기로 했다.

10. 책에 실린 후기가 좀 오글거린다.
     내가 쓴건 이렇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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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onji
2006~2010/Read2010/11/28 09:48


-결혼식 참석차광주행 KTX에서-

내면에 감춰진 자살 충동을 끄집어내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풀어내는 이야기. 두번째 읽는 것인데도 여전히 새롭고 매력적이다.

용산에서 출발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덮으니 내릴때가 다 되었네. 올라갈 땐 남편손에 쥐어줘야겠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yonji
2006~2010/Watch2010/11/08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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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뮤지컬을 보러 나선 이유는 단지 '놀라울 따름이라는 이자람의 실력'을 보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가끔 매체를 통해서 '무슨무슨 판소리를 완창을 했다더라' '밴드를 한다더라'라는 소식을 듣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아있는 이미지는 어릴 때 tv에서 '예솔아~ 할아버지께서 부르셔 ~!'  이런 노래 속 어린 여자아이. 과연 얼마나 잘하길래, 그 어린 여자아이가 어떻게 변했길래 하는 마음으로, 혹시나 공연이 별로이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 속에, 몇달에 걸친 공연중에 그래도 왠지 특별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되는 마지막 공연을 찾았다.

이자람은 예상보다 훨씬 대단했다. 연기, 노래, 판소리, 그리고 뮤지컬의 국악 작곡까지 맡아서 했다는 그녀의 실력은 그 동안의 행보에 대한 궁금증과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 뮤지컬은 결코 이자람만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한국뮤지컬이란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독창적으로 표현된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과 그것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배우들, 서사적인 줄거리를 짜임새있게 풀어내는 구성, 간결하면서도 아름다운 의상과 무대까지. 공연을 보는 내내 알 수 없는 감정으로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지기도 했고 드디어 우리도 이런 공연을 만들어 내는구나 라는 생각에 괜시리 뿌듯해지기도 했다.  머릿속으로 떠올리기만 해도 수많은 감정들이 울컥 치밀어 오르는 서편제의 그 '소리'들은 아마도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공연이 끝나고 한 배우가 마지막 공연에 대한 감회를 털어놓으면서 '처음엔 관객들이 찾질않아 많이 외로웠다'며 공연장을 꽉 채운 관객들의 기립박수속에 눈물을 훔쳤는데, 그 한마디가 한국뮤지컬이란 타이틀 아래 요즘세대에겐 멀게만 느껴지는 판소리를 들고 나선 이들이 그 동안 겪었을 어려움을 어렴풋이나마 짐작케했다. 우리 것이 소중하다라던가, 전통문화를 지켜야 한다던가 하는 진부한 호소따위는 필요없는 공연이었다. 그냥 한번 보고나면 느낄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멋진 것인지를.

Posted by yonji
2006~2010/Days2010/11/06 21:05


곱게 물든 단풍이 아무래도 며칠 안남은 것 같아서
남편손에 카메라 쥐어주고 산책을 나섰다.

나이가 들수록 계절의 변화가 새삼스럽다.

Posted by yonji
2006~2010/Days2010/11/05 13:16

어느덧 3주째에 접어들고 있다.
그냥 좀 심한 감기몸살인것 같았던 남편은 일주일 넘게 아프고 난 뒤에 A형 간염 진단을 받았다.
처음에 간 병원에서는 체온만 재보고 주사를 놔 주었고 두번째 간 병원에서는 X-ray 를 찍어보더니 급성 축농증염이라는 당황스러운 진단을 내렸다. 각종 증상을 동반한 채 간신히 받고 있던 예비군 훈련 3일째날 남편은 회사 병원에서 링거를 꽂고 누웠있었다고. 회사 병원 의사는 왜그런지 모르겠다며 일단 해열제를 좀 먹어볼까요? 라고 되려 물어봤단다. 휴가를  이틀 쓰고  주말 이틀까지 쉬고 나서 다시 출근을 했지만 다음날 다시 일어나질 못하는 남편. 미련하게 일주일을 넘게 아프고 나서 좀 더 큰 병원에 같더니 입원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종합병원에 가보란다.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찾아간 강남성모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본 결과 A형 간염.

39도가 넘게 올라갔던 고열도, 소화가 안된다며 밥도 제대로 못먹던 것도, 그나마 억지로 조금 먹은것은 죄다 토해내 버린 것도, 기운없고 피곤하다며 종일 잠만잤던 것도, 피부발진도 알고보니 모두 A형 간염의 증상의 전형적인 증상이었다. 초기에 A형 감염 진단을 받았더라면 바로 입원해야 했을거라는데, 지금은 이미 아플거 다 아프고 회복기에 들어선 것이라 입원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대신 회사도 가지말고 움직이지 말고 책도 보지 말고 누워서 잠 많이 자고 잘먹고 지내라는 것. 다음 진료 예약과 약 처방전을 받아들고 병원을 나섰다. 그동안 대체 뭐한거지.

남편은 금요일까지 휴가를 냈고, 나는 고단백저지방 식단을 위한 장을 봐두었고, 엄마는 간에 좋다는 재첩국을 보내주셨고, 아들이 A형간염인 줄은 상상도 못하고 계셨던 시어머니도 때마침 고기며 생선이며 일용할 양식을 한 박스 보내주셨다. 이 정도 식량이라면 요양 뿐 아니라 전쟁이 나도 몇달은 버틸수 있을거 같았다. 쉬는 동안 회복기에 접어든 남편의 얼굴과 눈은 황달로 점점 노래져 갔지만 입맛과 기운은 많이 회복해갔다.

다 좋았는데 집에서 왠종일 tv만 보고 있자니 좀 심심했다. 그래서 보기 시작한 미드. 남편이 요양생활을 한 일주일을 둘이서 '굿 와이프'와 함께 보냈고, 다행히 간 수치가 많이 떨어져 출근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난 뒤부터 나는 '모던패밀리'와 함께 보냈다. 아직 완치 판정을 받지 못한 남편은 다음주에 다시 병원에 가야하고 난 또 다른 재미난 미드를 찾아 보려고.

more..

Posted by yonji
2006~2010/Travel2010/10/2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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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바를 맛나게 먹고 나서 우리가 향한 곳은 동네 자전거 가게. 역시 여행자에게 어울리는 장소는 아니었지만, 이런데 구경하는게 더 재밌다규. 우리가 일본에 간다고 했을때 싸이클이 취미인 형부가 찜해둔 자전거 가게가 있다며, 싸이클 역시 취미로 즐기는 남편이 좋아할 거라고 구경 가자고 했던 곳이었다. 예쁘게 생긴 건물에 다양한 자전거와 기타 자전거 용품 및 의류가 세련되게 전시된 곳이었는데, 알 수 없는 기계앞에서 자전거 기어가 변속되는 원리를 보여주는 거라며 남편과 형부가 감탄하고 있던 장면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자전거 구경을 마치고 나서는 언니네 동네를 내려다 보고있는 산자락에 펼쳐진 (파나소닉 회장의 집도 있고, 무슨 야쿠자의 집도 있다는) 1Q84의 노부인의 저택이 있을 것만 같은 부촌을 관광지 구경하듯 한번 훓어 주고 동네 빵집에 가서 빵을 사고 다시 언니네 집으로 컴백홈.

이제 남은 마지막 일정은 고베로 이동해서 유서깊은 '니시무라 커피'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이자까야에 가서 저녁+가볍게 맥주 를 마시는 것이었다. 음식점을 위주로 해서 사이사이에 소화를 시키기 위한 동네 구경이 끼어들어간 참으로 바람직한 여행 코스 역시 집안 내력인 것이다. 고베는 처음이었고 워낙 맛있는 집이 많다고 해서 살짝 설래였다. 집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기운을 내서 고베로 고고고. 고베까지는 전철로 한 20여분 정도의 거리였다. 전철역에 내려서 '니시무라 커피'까지 가는 길은 예상했던 고베의 깔끔한 이미지와는 달리 좀 시끌벅적하고 복잡했다. 니시무리 커피 2층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커피를 시키고 배는 불렀지만 케잌도 빠질 수 없으니 두조각 시켰다. 옆테이블에 운동회를 마친듯한 자매 두명을 데리고 온 가족이 있었고 그 옆테이블에는 그 아이들의 친구인듯한 가족이 있었고 또 건너편 테이블에는 선을 보는 듯한 커플이 있었다.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하는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커피가게 색다르게 느껴졌다.

커피를 마시고 전철역을 기준으로 반대쪽으로 가니 백화점들과 명품샵들 예쁜 가게들이 가득한 왠지 고베다운 동네가 나타났다. 아무래도 4명이 같이 쇼핑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동네는 좋았지만 목적없는 아이쇼핑을 하다보니 금방 피곤해지려 할 때쯤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는 솔깃한 제안. 가까운 거리였지만 택시를 타고 이동한 곳은 american park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메리켄 파크'. 타워도 있고, 관람차도 있고, 옛날 지진이 났던 흔적을 그대로 전시해둔 곳도 있고, 알수 없는 전통춤 경연대회 같은 것이 열리고 있었고, 바다에는 최신형 크루즈가 정박해 있었고, 한국인 관광객도 많았던 그 곳에서 왠지 고베를 한꺼번에 다 봐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늘이 어둑어둑 해질때 즈음(=이자까야 예약시간이 가까워 질때 즈음)까지 바다바람을 쐬며 이리저리 구경을 다니다가 'SUN'이라는 이자까야로 이동했다.

이자까야라고 하기에는 꽤나 큰 규모에 고급스러운 분위기. 일본 각 지역별 특산 재료들로 만든 요리들이 메뉴판을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단품 요리를 여러개 시켜서 나누어 먹기로 했다. 주문은 역시 언니와 형부가 거의 도맡아 하고 술은 또 맥주. 3일째가 되니 드는 괜한 반항심으로 난 맥주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셋이서 동시에 선토리 프리미엄몰츠 생맥주는 정말 맛있다며 먹어보는게 좋을거라 했지만, 그럴수록 더욱 고개를 드는 괜한 고집. 나 혼자 스파클링 워터를 시키고, 나머지 셋은 선토리 프리미엄몰츠 생맥주를 시켜 신나게 건배를 하고, 맛나게 냠냠냠. 음식도 맛있었고 맥주도 꽤나 맛있었는지 다섯잔 정도 까지는 내가 세었는데 그뒤로 얼마나 더 마셨는지는 모르겠다. 암튼 신나게 먹고 그렇게 마시고 집으로 오는길에 마트에 들려 선토리 프리미엄몰츠 6개짜리 한팩을 사서 한국까지 가지고 왔다지.

암튼 언니랑 형부 덕분에 너무너무 잘 놀고 잘 먹고 와서 담에 또 가서 더 오래 놀다와야 겠다는 염치없는 꿍꿍이를 매일같이 하며 지내고 있다. 영어든지 일어든지 둘중 아무거나 하나라도 빨리 말문이 트이길 바라는 마음에 괜히 'J-channel'과 재미없는 헐리웃 영화들만 주구장창 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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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onji
2006~2010/iPhone2010/10/23 13:42

13:25:09

나의 iPhone에서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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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뜨 공원

Posted by yonji
2006~2010/Travel2010/10/15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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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에 공연을 본적은 있었는데, 영화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엄마는 거기까지 가서 영화를 보러 가냐고 타박을 했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영화가 있어서 아침 일찍 언니네 집 근처에 있는 영화관을 찾았다. 우리가 보려고 한 영화는 '카모메 식당' '안경' '요시노 이발관'의 감독이 개봉한 새 영화 '토일렛'. 아무리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라도 일본어를 모르는 우리는 자막이 없으면 볼수가 없다. 그런데 이미 그 영화를 본 언니가 일본 영화지만 캐나다가 배경이라 일본어가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며 추천해 주었다. 물론 영어도 자막없인 이해하기 힘들지만, 정말  쉬운 영어만 나와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거라고 했다.

전날 형부가 미리 예매해둔 영화표를 찾아들고, 고디바 쵸콜릿 드링크를 하나씩 사들고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극장의 시스템은 한국의 멀티플렉스와 거의 유사한데 입구에서 담요을 나눠주는 것과 좌석의 앞뒤 간격이 충분히 넓은 것,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기 전까지 불을 켜지 않는 것 정도만 달랐던 것 같다. 영화는 전작들과 비슷하게 잔잔하면서 깊은 감동과 재미를 주었다. 쉬운 영어만 나올거라고 방심하고 있다가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나래이션 부분을 살짝 놓쳤는데, 영화를 이해하는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고 생각하나 한국에서 개봉하면 한번 더 볼 생각이다. 카모메 식당에서는 '오니기리'가 '안경'에서는 팥빙수가 있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교자'가  soul food 로 등장해 침샘을 자극하는데 일본에서 미처 못먹고 온 탓에 한국에 돌아와서 냉동 군만두를 사다 먹는 걸로 아쉬움을 달랬다. 영화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온 언니랑 형부를 만나서 쇼핑몰과 백화점을 돌아다니면서 조카들 선물 좀 사고, 마치 그 동네 사는 사람처럼 화분에 물주는 물뿌리개 사고, 도시락으로 쓸 그릇을 사고, 목 마사지 도구 같은 것을 샀다. 아무래도 형부가 이런 나를 좀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어쩔수 없다. 일본에서 사온 물뿌리개를 보고 엄마가 잘샀다고 하는걸로 봐서는 집안 내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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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역시 언니와 형부가 추천하는 소바집에서 먹기로 했다. 그날 간 '무라켄'이라는 소바집은 원래 고베 근처 온천지역으로 유명한 '아리마'지역에 있다가 지금의 자리(언니네 동네에 있는 산 거의 정상)로 옮겨왔다고 했다. 모던한 디자인의 건물 두개가 나란히 있는데 하나는 식사를 하는 곳이었고 다른 하나는 갤러리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우리 앞으로 예약된 테이블은 실내였는데, 날씨도 좋고 마침 야외 테이블이 비어 있어서 밖으로 나가 식사를 하게 되었다. 테이블 아래로 계곡이 흐르고 있어서 시원한 물소리가 들리고, 주변은 온통 푸른 나무로 둘러쌓인 곳에 있으니 마치 신선이 된 듯한 기분. 어김없이 맥주를 시키고 이집의 별미라는 계란말이를 먼저 먹었다. 매콤한 무에 간장을 살짝 뿌린 것을 부드러운 계란말이에 얹어서 먹는데 참으로 별미였다. 혹시나 양이 적을까봐 계란말이 한접시 더 시키고, 각자 소바하나씩 시켜 후르륵 후르륵 소리를 내며 먹고(일본에서는 소바를 먹을 때 후르륵 소리를 내면서 먹는다고 해서 따라해봤다), 또 양이 적을까봐 소바 하나 더 추가해서 시켜먹고...역시나 빠질 수 없는 소바유를 마시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Posted by yonji
2006~2010/Travel2010/10/14 21:40

언니의 신혼집이 있는 곳은 오사카와 고베의 중간정도에 위치한 '니시노미야'라는 한적한 주택지역이다. 교토역에서 전철을 타고 룰루랄라 가면 나오는데 도착했을 땐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어두운 도시의 첫인상은 참 한적하고 조용하고 높은 건물이 별로 없다는 정도. 언니네 신혼집이 있는 멘션의 구조도 참 재밌었는데 거실 바로옆에 거실보다 더 넓은 다다미방이 있어서 미닫이 문을 닫으면 방이 되고, 열어두면 거실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공간이 있는 전형적인 일본 멘션의 구조라고 했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크기의 멘션의 구조는 필요한 것들을 알차게 갖추고 있었고, 지어진 지 15년이나 되었다고 했지만 세월의 흔적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일단 짐을 대충 밀어놓고, 간단한 집구경을 마친 후 이번 여행의 진짜 메인 코스인 '고베규 샤브샤브'를 언니가 준비할 동안 나머지 셋(남편, 형부, 나)는 근처 슈퍼에 장을 보러 나섰다. 언니가 없으면 대부분 형부가 영어로 말하고 우리 둘은 그냥 듣고만 있기 때문에 대화의 균형이 잘 맞진 않지만 그래도 친절한 형부는 끊임없이 동네 구석구석을 설명해주며 슈퍼까지 운전을 했다. 도착한 곳은 ikari라는 슈퍼마켓. 가격은 좀 비싸지만 질좋고 다양한 물건들이 많다고 했는데 야채 몇종 사보니 정작 (요즘 부쩍 오른)한국이랑 비슷한 것 같다. 지하에 있는 근사한 와인셀러까지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본격적인 고베규 샤브샤브  파튀~. 호시노야에서 본 안 뜨거운 핫플레이트에 냄비 하나 올려놓고 고베규 풍덩, 갖가지 야채 풍덩, 샤브샤브용 떡도 풍덩. 비쥬얼에 약한 나를 위해 준비했다는 단풍시즌용 스페셜 맥주와 그밖의 다양한 맥주들을 곁들여 참 맛나게 먹었다. 고기로 배 채우는 호사를 누리고 피도 눈물도 없는 Wii 한판 하고 났더니 소화도 잘 되고.


 
결혼한 동생이 부부동반으로 며칠을 묵고 가겠다고 해서 아무래도 언니는 신경이 좀 쓰였던 것 같았다. 여행지에서는 아침형 인간형으로 돌변하는 나야 새벽같이 눈이 떠지는게 당연하지만 언니도 꽤나 일찍 일어나서 부산하게 아침준비를 시작하였다. 냉정하게 보자면 직접 요리한 건 없다고 봐야겠지만, 그래도 호텔 조식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셋팅과 따끈하게 구워낸 토스트와 맛있는 쨈, 신선한 오렌지 쥬스에 쫀득쫀득한 소세지, 거기에  생 블루베리를 투척한 맛있는 요커트까지. 남부러울 것 없는 아침식탁이 뚝딱 차려졌다. 더욱 놀랐던 건, 다음 날 아침에는 전날 없던 흰 테이블보를 깔더니 테이블 매트까지 다른 걸로 바꾸는 치밀함을 보였다는 점이다. 꽃병에 꽃을 꽂고 그 옆에는 아침에 베란다에서 딴 싱싱한 가지를 관상용으로 같이 올려두었다. 언니도 역시 설정을 좋아한다. 파자마 차림의 형부는 잠결인 듯 했지만 커피잔 데우는 것까지 빼먹지 않고 정석대로 드립커피를 내려 주었는데 그 맛이 정말 환상. 그날 아침 먹었던 드립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우리도 집에서 계속 드립만 해먹고 있다지. 커피도 맛있고, 높은 건물도 없고, 오후 3시면 대부분의 빵이 바닥을 드러내는 동네빵집도 있고, 괜찮은 마트도 있고, 아름드리 벚꽃나무가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는 작은 강도 가까운 언니집이 아주 맘에 쏙 들었다. 담에는 작정하고 한 한달쯤 빌붙다가 와야겠다.

Posted by yonji
2006~2010/Travel2010/10/1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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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으러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기사 아저씨가 어찌나 친절하신지 가이드를 자처하고 나섰다.교토스러운 것들을 보여주신다며  아라시야마에서 교토역을 지나 기요미즈데라, 기온, 신바시를 거쳐 원래 우리의 목적지인 장어요리집 '와라지야'에 데려다 주셨다. 중간중간에 구경하라며 속도도 줄여주시고, 해박한 역사 지식을 이용한 설명도 덧붙여 주시고. 마침 '와라지야' 근처에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니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잔인함을 상징하는 '귀와 코의 무덤' 있다며 미터기를 꺽은 채 무덤도 한바퀴 돌았고 한국인인 우리를 의식한 듯, '교토 사람들도 이렇게 잔인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설명을 강조하여 덧붙혀 주셨다. 귀와  코의 무덤은 겉에서 보기에 그냥 큰 무덤인데 전쟁에서 죽은 조선인들의 코와 귀만 잘라서 만든 무덤이라고 하니 왠지 섬뜩.

지난번 부모님이랑 왔을 때에도, 좀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어김없이 재발하는 아빠발의 티눈 덕에 택시를 타고 기온이며 신바시를 구경했었는데, 이번에도 택시로 교토를 간단히 훓어보게 되다니...어쨌든 도착한 오래된 장어요리집 '와라지야'는 전날 공항에서 교토로  오는 고속철 안에서 언니가 보여준 여행잡지에 소개되어 있었는데 무려 450년째 이어진 집이라고 했다. 사진만 봤을땐 그냥 장어덮밥인 것 같았지만, 설명을 보니 '장어죽?'인 것 같다고 한다...뭔지 정체를 알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장어니까 고민없이 결정~ 예약시간에 맞춰 도착해보니 놀랍게도 지난번 왔을 때 묵었던 숙소 바로 코 앞. 정보가 생명인 시대인 것이다.

'와라지야'에는 메뉴판이 따로 없이 사람 수에 맞추어 음식을 내어온다.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한가지 메뉴만을 파는 음식점은 왠지 믿음이 간다. 점심이지만 빠질 수 없는 맥주를 시키고, 음식을 기다렸다. 처음 내어온 음식은 가쓰오로 다시를 낸 국물에 구운 장어와 유바, 대파, 당면이 들어간 요리였는데 정말 최고였다. 뼈만 쏙 빼내고 통째로 구워진 장어도, 쫄깃한 유바도, 유난히 맛있는 교토 대파도 일품이었다. 일본인인 형부조차 처음 먹어보는 요리라고 했지만 정말 국물과 장어의 조화가 환상이라며 감탄에 또 감탄. 같이 나오는 산초가루도 살짝 뿌려먹으면 또 다른 풍미의 맛이 나고. 어째서 한가지 메뉴로 450년이나 장사를 하는지 알 수 있을것 같았다. 정신없이 국물요리를 해치우고 나니, 두번째 요리인 '죽' 스타일의 음식이 나왔다. 계란을 살짝 풀었고, 말캉한 떡도 들어있는 역시 난생 처음 먹어보는 장어요리. 맛있는 먹으니 또 한국에다가 차리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아졌다. 이거 한국에서 팔면 완전 대박일 거 같아서 가격을 물어보니...좀 비싸...그냥 참기로 했다. 언니랑 형부랑 같이 다니다 보니 메뉴판도 안보고 계산도 안하다 보니 미쳐 몰랐던 것이다. 암튼 가격을 다 먹고 나서 알아서 다행이다 생각하고 기분좋게 교토 산책을 나섰다.



오는길에 택시로 다 둘러본 길이었지만, 교토까지 와서 걸어보지 않을 수 없는 길들을 산책했다.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길이라는 산넨자케, 니넨자케를 지나 지난번에 와서 반해버린 네네노미치에도 다시 가고, 교토 명물인 이노다 커피에서 커피도 마셔주고, 게이샤들의 기온, 신칸센 표지 사진으로 실렸다는 풍경이 있는신바시로 이어지는 코스. 마이코들의 무슨 행사를 앞두고 있어서 유난히 거리에는 기모노를 입은 마이코들이 많이 더욱 교토스러웠던 짧고 굵게 교토를 느낄 수 있는 산책을 마치고, 드디어 원래 목적지인 언니네 신혼집으로 고고씽....

Posted by yonji
2006~2010/Flower2010/10/09 13:29
야채값만 오른 줄 알았더니 꽃값도 장난 아니심.
설마 바가지 쓴건 아니겠지...

그래도 오랜만의 꽃 쇼핑에 기분이 업업업
밥먹는 것도 잊은채 곧 생일이신 그녀를 위한 핸드타이 완성

담아둘 데가 없어서
우리집 빨래 삶는 솥에 꽂았더니 나름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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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onji
2006~2010/iPhone2010/10/09 07:25

07: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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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꽃시장

Posted by yonji
2006~2010/Travel2010/10/0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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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도착했던 도케츠 다리에 다시 왔다. 호시노야에서의 하룻밤은 꿈같이 지나가 버렸다. 아무래도 하루는 너무 짧다. 혹시라도 다시 가게 된다면 며칠 푹 지내고 오고 싶은 곳이다. 다시 찾은 이곳도 날씨가 쨍하니 분위기가 또 다르다. 왠지 더욱 활기찬 기운이 감돈다. 아라시야마는 두번째 방문인데 지난번에 왔을 때처럼 텐류지를 지나 대나무숲 길을 걸어 관광열차를 타는 코스를 다시 가보기로 했다. 그땐 늦은봄이어서 여름 분위기가 났었는데 이번에는 초가을에 와서 역시 여름 분위기가 났다. 수학여행지에서 볼수 있을 법한 상가들이 즐비한 거리를 지나 텐류지를 슬쩍 구경하고 대나무 숲에 들어섰다. 사람이 복잡해지기 전에 구경하려고 서둘러 나섰던 것이었지만 꽤나 사람들이 붐볐다. 그래도 울창한 대나무숲이 주는 상쾌함은 그대로였다. 대나무 숲을 지나 톳토리 열차 출발 시간에 맞춰 작은 기차역에 도착했다. 옛날 방식 그대로 옛날 철길을 따라서 달리는 이 관광열차는 창문을 다 열고 덜컹거리면서 달리기 때문에 (무서운 놀이기구 같은건 쥐약인 우리 자매에겐)꽤나 스릴있는 액티비티이다. 기차를 타고 산속을 달리면서 구경하는 경치가 역시 참 좋다. 몇년 전과는 달리 작은 이벤트가 하나 들어가 있었는데 난데없는 도깨비 코스프레 아저씨의 출현. 중간 어느역 플랫폼에서 손을 흔들고 있던 해괴한 도깨비가 기차에 올라타서는 열차칸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장난을 걸고 포즈를 취했다. 제발 우리쪽으로는 오지 말았으면 했지만 지나치지 않고 포즈를 취해주었으나 격하게 거부하는 이상한 사진이 찍혔다. 암튼 사람들은 좋아했고, 혹시나 아이들이 놀랄까봐 키티가면도 들고 다니면서 애들 앞에서는 키티 가면을 쓰는데 그게 엽기적이고 무서웠다. 풍경 구경하랴 사진 찍으랴 안내방송 들으랴 짧은 기차여행이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중간중간 서는 역에서 내려도 되는데 우리는 어차피 교토로 이동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다시 기차를 타고 돌아갔다. 돌아갈때 타게 된 기차칸은 UV차단용 이라고 써져있는 투명한 지붕만 있을 뿐 벽도 창문도 없는 완전 개방형 기차칸.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터널을 지나갈 때는 정말 숨이 멎고 고막이 터지는 줄 알았지만 경치를 보기엔 최고의 기차였다. 기차는 중간중간 경치가 좋은 곳에 잠시 서서 천천히 둘러볼 시간을 주고 설명을 덧붙여 주는데 호시노야 앞에서도 뭐라뭐라 설명을 하는데 괜히 뿌듯해지는 기분이었다.

Posted by yonji
2006~2010/Travel2010/10/0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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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도 채 안되어 눈이 번쩍 떠졌다. 여행을 왔다고 몸이 알아서 반응하는 것이다. 잠자리가 편해서 숙면을 취한 덕에 몸은 한결 가볍고 개운한 것 같다. 파자마에서 릴렉스 복으로 다시 갈아입고 외투를 걸치고 생수 한병를 들고 산책을 나섰다. 벌써 세번째 산책이고 같은 코스이지만 시간대가 다르니 보이는 것도 다른것 같다. 비가 왔는지, 물을 뿌렸는지, 그냥 새벽 이슬이 내린건지 주변이 온통 촉촉한 느낌이었다. 손님 수보다 많아보이는 직원들은 벌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우리처럼 부지런을 떨어 산책에 나선 다른 손님들도 볼 수 있었다. 가벼운 산책을 끝내고 라이브러리에서 커피를 한잔 뽑아서 연못가의 테이블에 앉았다. 야외에서 커피를 마셔도 된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산책에서 마주친 한 외국인이 그렇게 하길래 따라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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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시 객실로 돌아갔을 때 쯤 언니네 부부가 아침 산책을 나섰고, 씻고, 거의 풀지도 않은 짐을 다시 싸고,  창가의 풍경을 구경하고 있으니 아침을 차려주러 왔다. 일본으로 여행을 간 우리는 일식으로, 일본에서 사는 언니부부는 양식으로 아침을 주문했더니 식사준비를 위한 살림살이가 한 짐이었다. 한쪽 테이블에 차려진 일본식 조식은 유바를 이용한 나베요리와 구운생선이 메인이었는데 이를 위한 커다란 냄비와 핫플레이트(한국에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핫플레이트는 전혀 'hot'하지 않은데 냄비만 뜨거워졌다. 믿을수 없어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냄비가 올려진 부분을 만져보았지만 약간 따뜻한 정도)가 올려져 있었다. 또 다른 상에는 아메리칸스타일 조식을 위해서 5가지 종류의 잼과 요거트, 샐러드, 계란요리와 소세지, 그리고 프렌치프레스와 모래시계까지 꼼꼼하게 셋팅되어 있었고, 방 한 구석에는 빵을 구울수 있는 토스터까지 놓여있었다. 참으로 흠잡을 데 없는 룸 서비스였다. 양 작은 언니 덕분에 우리부부는 일식 1인분과 양식 쩜5 인분을 푸짐하게 먹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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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체크아웃을 해야할 때가 되었다. 일단 아라시야마를 좀 구경한 다음 교토역 근처의 오래된 장어요리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짐은 료칸에서 바로 교토역으로 보내 보관하는 서비스가 있다고 카메라와 삼각대만 남기고 모두 보내버렸다. 다시 배를 타고 처음 왔던 곳으로 나가는데 어제와 달리 날씨가 참 좋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두둥실 떠있고, 바람은 선선하고, 햇빛은 쨍하고, 물빛은 맑고, 숲은 푸르다. 참 좋구나. 언제가 단풍이 들었을 때 아니면 벚꽃이 피었을 때 다시 한번 와보고 싶다. 더불어 가루이자와에 있다는 호시노야에도 한번...가보고...싶다.






Posted by yonji
2006~2010/Travel2010/10/0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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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야 안에는 레스토랑이 하나 뿐이라, 아라시야마 지역에 있는 몇군데의 레스토랑을 추천하여 예약을 도와주거나 픽업서비스를 해주고 있었다. 그 중에는 미슐랭 3 star에 빛나는 레스토랑도 있고 좀 저렴한 차이니즈 레스토랑도 있고 뭐 그렇다. 미슐랭 3 star에서 잠시 흔들렸으나 아직은 한끼 식사비로 그 정도의 돈을 지불할 만한 능력도 베짱도 없는지라 호시노야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호시노야의 디너도 충분히 훌륭하였므로 아쉬움 따윈 전혀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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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이서 회색빛 릴렉스복을 맞춰입고 가죽으로 된 일본식 슬리퍼를 신고 많이 춥지는 않았지만 외투까지 걸쳐입고 예약시간에 맞춰 레스토랑으로 갔다. 1층은 Bar 형식으로 꾸며져 있고 2층은 몇 개의 room이 있는데, Bar에서는 요리사가 직접 메밀면을 반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글을 봤었다. 하지만 4명이서 Bar에 일렬로 앉아 식사를 하는 건  무리. 우린 2층으로 안내되었다. 별로 볼 생각도 없었지만 영어 메뉴는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세 종류의  코스요리와 여러가지 단품 요리들이 있었는데, 우린 미리 정해둔(일본에 오기 전에 언니가 호시노야 일본어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디너 코스 메뉴를 한글로 번역해서 보내주었기 때문에 이미 메뉴에 대한 결정은 끝나 있었던 상태였다) 코스를 주문하고, 곁들일 술도 취향대로 주문했다. 삐루삐루 노래를 하던 남편은 suntory premium malts 를 주문하고 나는 유자맛이 술맛보다 더 많이 나는 술을 주문하고, 언니와 형부는 시원한 사케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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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배와 함께 식사는 시작되었고, '맛있다. 맛있어' '오이시' '혼또 오이시' 등을 연발하며 우리의 짧은 일본어와 형부의 짧은 한국어가 어우러지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에 맥주를 몇 병 더 시킨듯 했고, 더운 사케를 한병 더 시켰고, 몇 개의  단품요리도  더 주문했다.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있었던 건 아마도 그 펑퍼짐한 디자인의 릴렉스 복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한참을 먹고 마시고 웃고 난 후 불 켜진 료칸을 한바퀴 더 산책하고 객실로 돌아왔더니 낮에 차를 마셨던 다다미 방에, (자기들도 처음 와보면서 멀리서 온 우리를 게스트 대접 해주느라 근사한 침실을 선뜻 양보해 준 고마운) 언니네 부부를 위한 얌전한 이부자리가 가지런히 깔려있었다. 객실엔 tv는 없지만 아이폰으로 음악을 들을 수는 오디오가 있었고, 시나 편지를 쓸 수 있도록 종이와 편지봉투, 먹, 붓 같은 것들이 있었다. 나즈막하게 음악을 틀어놓고 다들 때 아닌 붓글씨 삼매경. 자기 이름 석자를 한글로 써보고 한자으로 써보는 게 전부였지만, 그나마 붓글씨를 배워본 적이 없는 나는 이름 석자도 제대로 써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재밌었던 기억이었다.



Posted by yonji
2006~2010/Travel2010/10/0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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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장거리를 뛰어야 하는 강행군을 마치고 드디어 일본으로 떠나는 날 아침.
아침 비행기라 새벽같이 일어나야 했지만 알람이 채 울리기도 전에 두 눈이 번쩍 뜨이는 기적을 경험하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가장 최근이었던 작년 5월에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탔던 센터털 시티 터미널로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갔는데, 9호선 지하철이 생긴 이후로 거기서는 공항리무진이 출발하지 않는다며 지척에 있는 대로변으로 나가서 거기 있는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타란다. 없앨려면 둘 다 없애는 게 맞을 것 같았지만 대로변 정류장이 집에서 가기엔 좀더 편하므로 군소리 없이 버스를 기다렸다. 공항가서 체크인하고, 비행기타고, 비행기에서 주는 빵 먹고, 입국신고서 작성하고 (비록 언니집 이틀 호시노야 하루 묵는 일정이지만 대표 체류지는 당근 '호시노야 교토'라고 씀.ㅋㅋ) 나니 순식간에 오사카 공항. 두두둥 여행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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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게이트를 나서니 형부와 언니가 단촐한 여행가방을 들고 마중나와 있었다. 한손에는 오벤또를 든 채...시간을 아끼려고 미리 사두었단다. 이런 센스쟁이들. 든든한 가이드가 두명이나 있으니 벤또도 사다주고 물도 사다주고 표도 끊어주고 길도 찾아주고 짐도 들어주고. 완전 좋다. 교토역까지는 고속철을 타고 한시간 반 정도. 때마침 점심시간이었음에도 그 때 오벤또를 먹는 사람들은 우리 네명 뿐 ㅋㅋ.고속철이 많아지면서 일본 사람들도 이제 기차에서 오벤또를 잘 안먹는다고 해서 아쉬웠다. 그래도 우리가 샀다면 엄두도 못냈을 스시를 점심으로 먹으며 룰루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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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도착하기 전날 천둥 번개가 쳤다는 교토 하늘은 구름이 많은 흐린 날씨였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교토역에 도착해서는 곧바로 택시를 타고 아라시야마의 랜드마크인 가츠라 강을 가로지르는 도게쓰 다리로 향했다. 금요일이었지만 여행 온 사람들로 붐비는 것이 괜히 기분을 들뜨게 했다. 호시노야는 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호시노야 선착장은 도게쓰 다리 바로 옆에 있다. 주말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우리 말고도 몇 명의 사람들이 더 있었고 웨이팅 룸에서 잠시 대기한 다음 다같이 배를 타고 호시노야를 향했다. 강에는 뱃놀이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도 꽤 있었다. 아라시야마 지역은 원래 단풍이 유명한 지역이라 단풍 시즌이 되면 이 강이 온통 관광객들로 채워져 도게쓰 다리에 발 디딜 틈도 없다고 했다. 복잡한 건 질색이지만 그래도 이 곳 단풍은 한번 와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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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점점 강폭은 좁아지고 산세는 깊어지면서 고즈넉한 분위기가 주위를 감싸올 때 쯤, 사진으로 보았던 호시노야가 똑같은 모양으로 나타났다. 주변이 아직 초록인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충분히 멋진 풍경이었는데, 이 때  눈에 거슬리는 한 장면. 배가 도착하는 곳 바로 옆 바위에 노숙필 충만한 채로 죽은듯이 누워 계시는 한 분. 우리가 저 사람 보라며 수군거리니 호시노야 스텝 한명이 자기네 스텝은 아니다'라고 한마디 덧붙이기만 할 뿐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 쿨한 일본일들. 한국이었다면 깨우던지 내쫓던지 했을법한 상황이었는데 그들은 완전히 없는 사람 취급해서 좀 놀랐다. 우린 또 금방 적응하니까 아무렇지 않게 배에서 내려 사진찍고 사진찍고 또 사진찍고. 우리를 객실로 안내해 주실 스텝 언니분도 덩달아 앞에서 찍어주고 멀리 올라가서 찍어주고.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부터 너무 좋아하는 티 팍팍내며 스텝언니 설명을 들으면서 객실로 향했다. 호시노야에는 아직 한국어를 하는 스텝은 없다고 하니 영어나 일어중 하나는 잘 구사하는 사람과 동행하는 것이 좋을거 같았다. 아무래도 료칸이다 보니 약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요하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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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사이 사이에 얌전히 들어앉은 료칸 건물들은 옛날 어느 유명한 사람의 별장이었다가 이후 료칸으로 사용되었고 최근에 호시노야가 인수하면서 현대적인 방식과 전통의 방식이 공존하는 료칸의 형태로 변했다고 했다. 료칸에서 사용된 가구는 모두 맞춤 수제작된 것이라고  했고, 특이한 문양의 벽지도 전통방식으로 핸드프린팅 된 것으로 만드는 곳이 교토에 두군데 밖에 없다고 하니 왠지 조심스럽다. 13세 미만은 투숙이 금지되어 있다고 했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방에 난 창문은 우리가 배를 타고 온 가츠라 강을 향해 있어서 시원한 바람 향긋한 나무냄새, 새소리, 곤충소리를 BGM으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온천지역이 아니라 온천은 없지만 욕실에 질 좋은 하누끼탕이 있고, 휴식을 위한 릴렉스 복, 파자마 그리고 쌀쌀할 때 입는 외투가 같이 제공된다. 회색빛의 펑퍼짐한 릴렉스 복을 입으면 출가한 듯한 혹은 사찰에서 도피중인 듯한 분위기가 나서 좀 꺼려졌다. 게다가 한 체격 해주는 우리 남편에게는 일본의 M 사이즈가 맞지 않았다. 부부는 일심동체의 마음으로 나도 입지 말아야지 생각했는데, 친절하게도 형부가 남편의 사이즈 문제를 스텝에게 말해서 곧바로 L 사이즈가 지급되었다. 그래서 저녁을 먹을때 입고 가봤는데, 릴렉스 복이라 이름 붙혀질 만한 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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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다다미 방에서 스텝언니가 서빙해주는 차와 달달한 모찌를 먹으며 잠시 흥분을 가라앉힌 뒤 객실 구경을 대강 마치고 본격적인 료칸 구경을 나섰다. 규모가 작은 료칸이지만 아기자기하게 볼 것들과 놀 것들이 있었다. 일단 책을 읽고 경치를 보며 쉴 수 있는 '라이브러리'라는 공간이 있는데 제공되는 커피가 꽤나 맛있었다. 다른 음료나 과자들도 비치되어 있어서 원하는 대로 먹으면 되었는데, 커피 맛있다고 주구장창 커피만 마신게 이제와서 좀 후회된다. 그리고 플레이 룸이라는 작은 다다미 방이 있는데, 은은하면서도 멀리 퍼지는 소리를 내는 악기와 알 수 없는 놀이기구들이 비치되어 있어 언제든지 이용해도 된다고. 작은 정원도 두 개가 있는데 작은 연못이 있는 정원과 교토의 전통적인 모래정원을 옮긴 듯 한 또 다른 작은 정원에 비치된 의자나 돌에 앉아 바람소리와 새소리를 듣고 있으니 그야말로 자연인이 된 듯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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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010/Travel2010/09/30 10:16

이번처럼 비행기표 하나 달랑 끊어놓고 아무 준비도 없이 떠난 여행은 아마도 처음이었을 것이다.

자고로 해외여행이란, 최저가 항공권부터 차근차근 알아보고 목적지에 관한 책 서너권 정도 독파는 기본이며 트립어드바이저를 수십번 들락거리며 예산에 꼭 맞으면서도 유니크한 숙소를 찾아내는 일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번 여행은 애당초 목적이 고베에 있는 언니네 집을 구경하러 가는 것이었고, 마침 추석연휴 즈음하여 언니와 형부의 직장이 바뀌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둘 다 시간적 여유가 많다고 하니 숙소와 현지 가이드가 한방에 해결된 셈이었다. 이번 추석은 연휴가 긴 탓에 한달 정도 여유가 있었지만 비행기표가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두 자리 예약완료.

그러고 나니 준비할 거라곤 언니가 부탁한 짜파게티(그냥 짜파게티를 사갈 수 도 있었으나, 그 즈음 내가 팔로잉하는 트위터들 사이에서 극찬을 받고 있던 '팔도 일품 짜장'을 사갔다. 마트에는 잘 팔지도 않아서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먹어봤는데 듣던대로 맛 최고!)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는 레쿠에 실리콘 찜기(엔고 덕분에 한국에서 더 싸다고 해서 알아보니 마침 공동구매를 하는 곳이 있어서 바로 구매). 참, 더불어 남편의 야구용품의 구매대행을 언니에게 부탁하는 것이 전부였다. 가끔 '어딜 가고 싶니 뭘 하고 싶니'라니 언니의 물음에 '예전에 갔던 교토의 길들을 다시 걸어보고 싶고, 고베규도 먹고 싶고, 료칸같은 데도 가보고 싶고 오벤또와 삐루도  먹고 싶다.' 정도의 소박한 희망사항만 읊는 것으로 여행 스케쥴을 모두 정해진 듯 했다.

그러던 사이 어느덧 여행은 한주 앞으로 다가오고 언니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교토에 있는 전통가옥을 하루 빌려서 지내보는 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여러 종류의 전통가옥을 소개해놓은 홈페이지 링크(http://kyoto-machiya.com/eng/)를 메일을 보내주었는데, 오잉, 이거야말로 너무나 솔깃한 제안이 아닌가. 전통 료칸에서 온천도 하면서 일박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9월이 되도 식을 줄 모르는 더위에 온천을 포기하면서 료칸도 같이 포기했었는데 이런 전통가옥에서의 하룻밤이라면 교토의 옛 정취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몇 종류의 집을 살펴본 뒤 옛날에 꽃집으로 사용되었었다는 기온거리에 있는 한 집을 찜하였다. 언니도 내가  그집을 고를 줄 알았다며 예약 가능한 지 알았보겠다고 하면서, 같이 보내준 료칸도 너무 멋지지 않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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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언니가 보내준 그 메일에는 전통가옥 말고도 호시노야 라는 료칸의 링크(http://kyoto.hoshinoya.com/en/)도 같이 있었다. 한국에 알려진(혹은 내가 알고 있던) 호시노야는 동경 근처 가루이자와에 있는 것 뿐이었는데 교토 근처 아라시야마 지역에 작년 겨울 새로 오픈했다는 것이었다. 잡지에서 인터넷에서 보고 좋은데 참 비싸지만 언젠가 한번은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호시노야가 때마침 교토에...마음이 흔들렸던 건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가격이 후덜덜. 게다가 이렇게 좋은 곳을 일주일 전에 갑자기 결정해서 가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도 망설임의 이유가 되었다. 두세번 가기 어려운 곳이니 한번 갈때 최적의 시기와 최적의 객실을 골라서 가야 한다는 생각에 다음에 단풍 좋을 때 가자고 했다. 그렇게  결론을 짓고 난 후, 나는 우리가 가기로 한 전통 가옥이 아닌 호시노야 교토 홈페이지와 각종 국내외 블로그들을 섭렵하고 있었고, 아마 언니도 그러고 있었던 듯. 한 두어시간 쯤 후에 언니가 그냥 거기서 하루 지내보자고 연락이 왔다. 에잇. 이번에 가보고 좋으면 단풍 들때 한번 더 가보면 되지 뭐. 함 가보자. 그렇게 호시노야를 4인실을 겁없이 예약하고 촌스럽게도 우리 자매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하루종일 가슴 떨려 했다지.

Posted by yonji
2006~2010/Travel2010/09/28 13:46

꽤나 길었던 추석 연휴 스케쥴을 모두 소화하고 어제 집으로 돌아왔다.
연휴의 처음 이틀은 시댁의 시골집에서 보냈고,
다음날은 친정에 다녀왔고,
그 다음날 교토로 이동하여 언니네 부부와 료칸에서 1박을 하고
남은 2박 3일을 고베에 있는 언니네 집에서 묶고 돌아왔다.

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이용한 교통수단의 종류만 해도 무려
- 버스(우등고속, 일반고속, 공항리무진)
- 기차(KTX, 하루카(일본고속철
- 전철(9호선, JR Line, 한큐 Line)
- 승용차(시아버님차, 형부차, 엄마차, 택시)
- 배

오전내내 세탁기를 세번이나 돌려 밀린 빨래를 모두 해치우고 청소기도 대강 한번 돌리고
마침 햇빛도 좋고, 그간 가을이 성큼 다가온 듯 공기가 쌀쌀해서 오랜만에 홍차도 한자 우려내어
일본에서 찍어온 사진을 한장한장 찬찬히 살펴보다가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사진이 있어서 한장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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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여행 둘째날 료칸에서 체크아웃 하는길
  뱃머리에 서서 시원한 바람과 기분좋게 따가운 햇살을 동시에 맞으며 서있는 언니와 나의 닮은 듯한 뒷모습

  어릴 적에는 엄마가 똑같은 옷을 입혀서 내보내면 쌍둥이냐는 소리도 종종 들었었는데
  자라면서 나는 점점 살찌고 언니는 점점 살이 빠져서 이제 어디 가면 친구냐는 소리를 더 많이 듣는다...
  사는 곳도, 생활방식도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취향만은 비슷해서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이 언니가 추천해주는 곳이었고,
  언니가 데려간 곳은 어김없이 맘에 쏙 들었다.
  신기하게도 형부와 남편의 취미와 관심사도 너무너무 비슷하다는 것.  
  앞으로도 이렇게 가끔 만나서 같이 여행하고
  예쁜 거 보면서 좋아하고 맛있는 거 먹으면서 지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콩닥거린다.
 
Posted by yonji
TAG 언니, 여행
2006~2010/iPhone2010/09/20 21:26

내일부터 4일간 매일매일 장거리.
커피로 에너지 충전하러 밤마실 나왔어요.
- 가로수길 coffee kit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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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onji
2006~2010/Days2010/08/30 20:45

D+1

D-Day를 앞둔 나는 촌스럽게도 잠을 좀 설쳤더랬다.
무리해서 일찍 잠자리에 든 까닭도 있겠지만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일관성없이 이어지던 여러가지 생각들 중 하나는 D+1(바로 오늘)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하는 생각이었다.
가장 급히 해야할 일은 그간 미뤄왔던 집안일이었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냉장실, 냉동실에서 일년이 넘게 방치되어 이젠 더이상 음식이 아닌 것들은 하루 이틀 더 방치되어도 아무 지장이 없을것이고, 온 집안을 굴러다니는 먼지뭉치이며 머리카락도 며칠은 더 참아줄 수 있었다.
그간 눈길도 주지 않았던(순전히 양심상의 이유로) 소설책이나 읽으며 뒹굴거려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소설책도 책인지라 내키지 않았다.
미장원도 다녀왔어야 할 시점이 훨씬 지났지만 요즘 짧은 커트머리에 꽂혀서 좀더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수시로 오랫동안 방치되는  블로그를 모바일 용으로 바꾸고 싶기도 했는데, 일이 커질거 같아 일단 보류.
그래서 그냥 뜬금없이 빵이나 굽기로... 날씨가 이렇게 덥고 습하니 발효가 얼마나 잘 될까 싶은 생각에 살짝 신이 나기도 했다.
선잠을 자고 일어나 어제 하루를 보내고 다시 깊은 잠을 자고 나니 오늘이다.
맘 같아선 당장 빵반죽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집엔 밀가루도 이스트도 없다.
신나게 빵을 만들려면 귀찮게도 나가서 이스트와 밀가루를 사와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
모든 것을 잠시 보류하고 커피 한잔을 들고 노트북앞에 앉아 한참을 놀다가 오후 한시가 넘어서야 밀가루와 이스트를 사러 나섰다.
해는 쨍쨍했지만 그래도 바람이 좀 서늘해진걸 보니 여름이 지나가고 있긴 한가 보다.
집을 나선 김에 텅빈 냉장고를 채워줄 과일도 좀 사고 밀가루와 이스트도 사서 돌아왔다.
오늘 만들 빵은 - 예전에 만들어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맛있게 먹은적이 있는- 치아바타. 레시피가 전혀 생각나지 않아 책을 뒤적거려본다.
힘들게 반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이 빵의 장점인데, 처음 발효를 12시간 이상 해야 한단다.
하루만에 만들수 없다는 것이 이 빵의 단점 되겠다. ㅠㅠ
그래서 실로 몇년만에 다시 시작한 베이킹은 밀가루와 이스트와 따뜻한 물을 잘 섞어 랩을 씌워 두는 것으로 허무하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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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onji
2006~2010/Days2010/04/28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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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에 화분 하나를 선물 받았는데 화분 속 식물 이름이 벌써 이름이 가물가물.
아마도 '꽃기린'이었을거야.
식물 이름이 기린이라니 좀 이상하긴 하지만
첨 들었을때도 이름이 좀 이상하다 생각했으니 꽃기린이 맞을 듯.

흙이 건조해질 때마다 물을 주면 되는 엄청 키우기 쉬운 식물이라고 했지만
흙이 건조한 상태가 과연 언제일까를 판단하기가 너무 어려워
매일매일 소심하게 소량의 물을 주었는데
며칠 만에 몇 개의 꽃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내가 물을 너무 자주 줘서 그런건지, 너무 조금씩 줘서 그런건지 알수가 없다.

미리 사진을 찍어두길 잘했다는 생각과 그래도 화분은 남는거라는 생각을 하며
소심한 물주기를 오늘은 두 번했다.






Posted by yonji
2006~2010/Days2010/03/23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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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펑 눈이 내리던 2010년 3월 22일.

집으로 배달되어 온
생각치도 못했던 정열적인 빨간 장미꽃바구니와
'사랑하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결혼 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라는
메세지가 쓰여진 노란 봉투 속 귀여운 카드.

일년이 지났지만 이제 겨우 두번째
내 손가락에 끼워보는 결혼반지와
오랜만에 신어보는 높은 굽의 구두와 작은 핸드백.
여행 대신 선택한 피에르 가니에르에서의
오감을 사로잡혀버린 3시간여의 코스요리.

그리고 마지막 디저트와 함께 등장한 서프라이즈 꽃다발.
그것도 제인패커라니.
으앙.

 


- 그날의 비하인드

날씨도 안좋았는데 남편은 낮에 혼자나와 꽃다발 사서 호텔에다가 맡겨놓고 왔다고 했다.

이상하게도 코스를 먹는 중간에 화장실에 잠깐 다녀오겠다던 남편이 거의 나가자마자 들어오길래 화장실 다녀온거 맞냐고 물으니 다녀왔다고 했다. 뭔가 수상한 촉이 왔지만 화장실이 바로 앞에 있었다고 하니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우리를 서빙해주시는 분께서 착오가 생겨 죄송하다며 물은 서비스로 드리겠다고 했다 (피에르 가니에르는 외국처럼 물을 주문해서 먹는다.) 공짜로 준다니 좋긴 하지만 무슨 착오가 있었지? 라며 잠시 의아해했었다. 그러다가 꽃다발이 등장했고 난 정말 놀랐고, 또 기뻤는데 곧바로 언제 어떻게 준비한건지가 궁금했다.
 
남편이 원래 부탁한 건 우리가 식사할 룸 테이블 위에 미리 놓아달라는 것이었는데, 그날 피에르 가니에르에서는 와이너리 갈라 디너 행사가 있어서 그들이 그것을 깜박하고 챙기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연기파 남편은 아무 내색도 없이 같이 몇개의 요리를 먹고 나서 화장실 가는 척 나가서는 꽃다발에 대해서 얘기했고, 이미 타이밍을 놓쳤으니 마지막 디저트와 함께 달라고 다시 얘기했다고 했다. 그와 관련해 센스가 약간은 부족하셨던 그날의 서버께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에게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착오에 대해서 미리 사과를 하셨던 것이다.

마지막 디저트였던 말린 과일을 가니쉬로 곁들인 오렌지 초콜렛 무스 케익(정식 이름은 이것이 아니지만 프랑스 요리는 당췌 이름을 기억할 수 없다)에는 'Happy Anniversary'라고 쓰여져 있었고 촛불도 하나 꽂혀져 있었는데, 집으로 가는 길에 남편이 주머니에서 빨간색의 '1'모양 초를 하나 꺼내 보여준다. 원래는 케익도 자기가 준비하려고 했는데 호텔에서 준비해주겠다고 해서 이렇게 초만 남았다며....초가 이래뵈도 백화점제라며....으앙. 나 정말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보다.






Posted by yonji
2006~2010/iPhone2010/03/13 21:52
어쩌면
나 정말
운동신경 충만한 뇨자였는지도 모르겠다. 냐하하.

오늘이 세번째 한강 라이딩이었는데 무려 42.98km를 달렸다는 ^^;
중간중간 쉬어주느라
느닷없이 출몰하는 장애물 때문에 간간히 걸어주느라
지나칠 수 없는 맛집까지 들러주느라
아침나절에 집을 나서서 오후에 돌아오긴 했지만
이 정도면 잘했다....고 생각한다. 냐하하하

[오늘의 route]
잠원나들목(출발) -> 한강남단 -> 잠실철교 -> 한강북단 -> 뚝섬유원지(커피더쏠) -> 한강북단 ->
마포대교 -> 여의도공원 -> 폴 -> 여의도공원 -> 한강남단 -> 잠원나들목(도착)

▼ 아이폰으로 이런 것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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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더쏠.
   뚝섬 유원지에서 나가면 바로 있고
   와이파이도 빵빵하게 잡히고
   커피도 맛있고
   전체가 통유리라 자전거를 밖에 세워둬도 안심이 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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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여의도 공원 2번출구로 나가서 바로 건널목만 건너면 바로 폴.
  한강에서 자전거로 가기 아주 적절한 위치이지만,
  점심 때 가니 당황스럽게도 빵이 부족했다.
  정말 맛있었던 크로와상과 이름을 기억할 수 없지만 맛있었던 다른 빵들도 자취를 감추었더라...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수 없어서 쇼콜라 조각케익 하나, 딸기 타르트 하나, 모짜렐라토마토 샌드위치 하나,
  아몬드가 수북하게 뿌려진 페스트리 하나만  간단하게 주문했을 뿐인데 거의 삼만원 찍어주신다.
  가격은 참으로 후덜덜이지만, 배낭속에 차곡차곡 빵을 채워 집에 와 먹으니 참 맛있다.
  40킬로씩 자전거 타면 뭐하나 하는 생각이 진한 쇼콜라 케익을 먹는 내내 떠나질 않았다.

  앞으로는 남들처럼 계란 싸들고 다녀야 겠다.
 
 
 
 

Posted by yonji
2006~2010/Travel2010/03/01 10:42

눈 깜짝할 사이에 두달이나 훌쩍 지나갔다.

충실한 여행기로 정리해볼까 했으나
내일이면 벌써 3월이니...애초에 맘 먹은대로 할때까지 기다리다간
눈오는 제주풍경을 한 여름에 올리게 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2월에 마지막날 사진 대방출로 대충 급하게 마무리~

▽ 포도호텔.
    온천 좀 다녔다고 자부하는데, 정말 최고의 온천수를 만날 수 있었다.
    1박 하면서 3번이나 온천욕을 하는 기염을 토했다는...
    그리고, 기대 이상의 우동. 완전 최고!!
   
   


▽ 비오토피아.
    포도호텔에 이웃한 생태지역에 세워진 타운하우스 비오토피아.
    자연과 조화를 이룬 고급스러운 주택단지인데 입주민들을 위한 뮤지움들이 있다고 해서, 호텔에 예약을 부탁해 구경하러 가보았다. 원래는 외부인들에게 공개하지 않는데 특별히 입장시켜주는 것이라 강조했어는데, 막상 가보니 그냥 왔어도 상관없었을 듯. 제주도의 상징적인 바람, 물, 돌을 테마로 한 뮤지엄과 산방산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있는 형태의 건물인 두손 뮤지엄이 있고 더불어 생태공원을 둘러볼 수 있다. 참으로 독특하면서도 임팩트가 강한 장소였다.



▽ 김영갑갤러리
 
평생을 제주사진을 찍었고, 몇년 전 루게릭 병으로 사망한 사진작가인 김영갑. 그가 작업하던 작은 분교를 갤러리로 꾸며놓았는데 그의 사진처럼 참 푸근한 공간이었다. 매섭게 불던 눈보라가 이 동네에 들어서니 신기하게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 섭지코지
 
예전에 왔던 섭지코지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너무 좋았는데...휘팍이 다 버려놨다. 쯧.
그래도 먹고 놀라고 지어놓은 건물이니 들어가서 커피는 한잔 마셔주고.
다 버려놨다고 욕하면서도 사진은 또 찍어주고



▽ 보오메꾸뜨르

인테리어는 훌륭하였으나, 서비스나 편의시설 같은 다른 여러가지 점들은 많이 부족한 호텔. 운영을 좀 잘하면 좋은 호텔이 될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 절물휴양림
잠깐 산책이나 하러 들어간 휴양림이었는데, 어쩌다가 코트입고 절물오름 정상까지 등산을 하게 되었다.
덕분에 2010년 첫날 백록담 정상을 보는 행운까지 덤으로


▽ 천짓골 식당, 흑돈가, 삼성혈 해물탕
서귀포 시내 어느 골목에 자리잡은 돔베고기로 유명한 천짓골 식당- 유명세를 꽤 탔음에도 불구하고 몇년전에 왔을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 맛있다.

제주시내에도 있고 삼성동에도 있는 흑돈가- 물론 제주시내에 있는 가게가 본점. 이렇게 육즙이 풍부한 삼겹살이 또 있을까. 배가 불러 더 이상 못먹을 만큼 먹고 나서도 한동안 흑돈가 삼겹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을 정도.

삼성혈 해물탕-맛집을 알려주는 서비스에서 일등에 랭크되어있는 신선한 재료에 양많고 맛있는 해물탕집이라고 해서 가보았는데, 양이 많았지만 둘이서 사이다 두병 추가해서 다 먹었고, 맛은 있었는데 뭔가 특별한건 없었다. 네티즌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Posted by yonji
2006~2010/iPhone2010/02/2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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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저녁을 먹고
하이킥을 보고
대강의 설겆이를 끝내고 나면
자전거를 끌고 나선다.

'쉬고 싶으면 거기로 와'라는 간단한 약속을 한 뒤
각자 가고싶은 곳을 향해 페달을 밟는다.
 
산책하는 사람들 사이사이로 요리조리 달리는 것도
오르막을 오르는 것도 내리막을 미끄러져 내리는 것도
아무도 없는 길에서 힘껏 속력을 내어 달려보는 것도
난생 처음인데
너무나 상쾌하다.

밤공기가 달달하다

Posted by yon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