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처럼 비행기표 하나 달랑 끊어놓고 아무 준비도 없이 떠난 여행은 아마도 처음이었을 것이다.
자고로 해외여행이란, 최저가 항공권부터 차근차근 알아보고 목적지에 관한 책 서너권 정도 독파는 기본이며 트립어드바이저를 수십번 들락거리며 예산에 꼭 맞으면서도 유니크한 숙소를 찾아내는 일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번 여행은 애당초 목적이 고베에 있는 언니네 집을 구경하러 가는 것이었고, 마침 추석연휴 즈음하여 언니와 형부의 직장이 바뀌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둘 다 시간적 여유가 많다고 하니 숙소와 현지 가이드가 한방에 해결된 셈이었다. 이번 추석은 연휴가 긴 탓에 한달 정도 여유가 있었지만 비행기표가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다행히 두 자리 예약완료.
그러고 나니 준비할 거라곤 언니가 부탁한 짜파게티(그냥 짜파게티를 사갈 수 도 있었으나, 그 즈음 내가 팔로잉하는 트위터들 사이에서 극찬을 받고 있던 '팔도 일품 짜장'을 사갔다. 마트에는 잘 팔지도 않아서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먹어봤는데 듣던대로 맛 최고!)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는 레쿠에 실리콘 찜기(엔고 덕분에 한국에서 더 싸다고 해서 알아보니 마침 공동구매를 하는 곳이 있어서 바로 구매). 참, 더불어 남편의 야구용품의 구매대행을 언니에게 부탁하는 것이 전부였다. 가끔 '어딜 가고 싶니 뭘 하고 싶니'라니 언니의 물음에 '예전에 갔던 교토의 길들을 다시 걸어보고 싶고, 고베규도 먹고 싶고, 료칸같은 데도 가보고 싶고 오벤또와 삐루도 먹고 싶다.' 정도의 소박한 희망사항만 읊는 것으로 여행 스케쥴을 모두 정해진 듯 했다.
그러던 사이 어느덧 여행은 한주 앞으로 다가오고 언니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교토에 있는 전통가옥을 하루 빌려서 지내보는 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여러 종류의 전통가옥을 소개해놓은 홈페이지 링크(http://kyoto-machiya.com/eng/)를 메일을 보내주었는데, 오잉, 이거야말로 너무나 솔깃한 제안이 아닌가. 전통 료칸에서 온천도 하면서 일박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9월이 되도 식을 줄 모르는 더위에 온천을 포기하면서 료칸도 같이 포기했었는데 이런 전통가옥에서의 하룻밤이라면 교토의 옛 정취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몇 종류의 집을 살펴본 뒤 옛날에 꽃집으로 사용되었었다는 기온거리에 있는 한 집을 찜하였다. 언니도 내가 그집을 고를 줄 알았다며 예약 가능한 지 알았보겠다고 하면서, 같이 보내준 료칸도 너무 멋지지 않냐고 한다.
사실은 언니가 보내준 그 메일에는 전통가옥 말고도 호시노야 라는 료칸의 링크(http://kyoto.hoshinoya.com/en/)도 같이 있었다. 한국에 알려진(혹은 내가 알고 있던) 호시노야는 동경 근처 가루이자와에 있는 것 뿐이었는데 교토 근처 아라시야마 지역에 작년 겨울 새로 오픈했다는 것이었다. 잡지에서 인터넷에서 보고 좋은데 참 비싸지만 언젠가 한번은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호시노야가 때마침 교토에...마음이 흔들렸던 건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가격이 후덜덜. 게다가 이렇게 좋은 곳을 일주일 전에 갑자기 결정해서 가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도 망설임의 이유가 되었다. 두세번 가기 어려운 곳이니 한번 갈때 최적의 시기와 최적의 객실을 골라서 가야 한다는 생각에 다음에 단풍 좋을 때 가자고 했다. 그렇게 결론을 짓고 난 후, 나는 우리가 가기로 한 전통 가옥이 아닌 호시노야 교토 홈페이지와 각종 국내외 블로그들을 섭렵하고 있었고, 아마 언니도 그러고 있었던 듯. 한 두어시간 쯤 후에 언니가 그냥 거기서 하루 지내보자고 연락이 왔다. 에잇. 이번에 가보고 좋으면 단풍 들때 한번 더 가보면 되지 뭐. 함 가보자. 그렇게 호시노야를 4인실을 겁없이 예약하고 촌스럽게도 우리 자매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하루종일 가슴 떨려 했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