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09/07/29 허니문 스토리 #12 (4)
  2. 2009/07/26 허니문 스토리 #11 (4)
  3. 2009/07/16 날씨가 끝내줘요
  4. 2009/07/16 허니문 스토리 #10 (2)
  5. 2009/07/12 허니문스토리 #9 (4)
  6. 2009/07/04 허니문 스토리 #8 (4)
2006~2010/Travel2009/07/29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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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요. 음. 그건 운이 좋을때 쓰는 말인데...저흰 떠나는 날이 장날인지 모처럼 동경이 파란 하늘을 보여줍니다.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모름지기 여행이란 다시 돌아가기 싫고 그래야 정상이지만 이번만큼은 여행의 끝이 그리 아쉽지는 않습니다. 새 집과 새 살림살이들을 어서 빨리 오라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테니까 말이죠. 서둘러 짐을 챙겨 공항으로 갈 채비를 합니다. 호텔 진입로에 다음주부터 있을 벚꽃축제를 알리는 팜플렛이 걸려있고 벚꽃도 제법 꽃망울이 맺혀있는 걸 보니 한주 늦게 결혼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괜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일본에서의 벚꽃구경은 예전부터 한번 해보고 싶었던 것이었거든요. 한주 늦게 결혼을 했다면 이런 일도 생기지 않았을테고 역시나 벚꽃축제를 볼 수는 없었겠지요.

여유롭게 호텔을 나선 탓에 시나가와 역을 오가며 봐두었던 카페로 들어갑니다. 커피도 팔고 각종 베이커리와 초콜렛도 팔기에 카페인가보다 했지만, 바로 옆으로 식료품과 꽃을 같이 팔고 있는 독특한 곳이었답니다. 맘 같아선 갖가지 빵들을 맛보고 싶었지만, 계획해 둔 일이 있었으니 카푸치노에 아몬드와 슈가파우더를 잔뜩 뿌린 크로와상을 곁들이는 걸로 만족하기로 합니다.

계획해 둔 일이란 것은 바로 일본 도착해서부터 벼르던 오벤또 제대로 먹기. 2002년 언니가 있던 동네에 가기 위해서는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타고 동경에 도착해서 또 신칸센을 타고 한 시간 정도를 더 가야했는데, 신칸센을 갈아타기 위해 지나쳤던 동경역의 수많은 도시락집들과 아마도 늦은 저녁이었던 그 때에 신칸센 좌석에 앉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혼자서 조용히 녹차병을 따고 도시락 뚜껑을 열어서 한손에는 책을 한손에는 젖가락을 든 채로 책을 읽으며 밥을 먹으며 어디론가(아마도 대부분은 집이겠지만) 가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지요. 남이 먹는 건 왠지 맛있어 보이고 남이 하는 건 꼭 한번 따라해보고 싶어하는 성격인지라 신칸센을 탈 때마다 역에서 도시락을 사서 먹었는데, 매번 도시락의 다양함에 놀라고 (그 때만 해도)비싸지 않은 가격에 놀라고 제대로 된 밥맛에 놀랐었지요. 그 다음부터 누군가가 일본에는 뭘 먹어봐야 하냐고 물어보면 주저없이 도시락을 추천하여 뭔가 그럴듯한 것을 기대한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곤 했었지요. 며칠전 동경에 도착해서 먹은 편의점 도시락도 맛있었지만, 신칸센 역에 파는 도시락과 편의점 도시락은 질적으로 다르다는 언니의 말을 듣고보니 가기 전에 반드시 먹어야 보아야 겠다 결심했으나, 동경 안에서만 움직였으니 제대로 된 도시락을 구경할 수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NEX를 타고 도시락을 먹으면서 가는 것이 여행의 마지막 계획이 되었습니다.

이제 도시락만 사면 되는데, 아무리 봐도 "오벤또"라도 써있는 도시락 가게가 보이지 않습니다. NEX티켓을 끊고 들어가야 도시락가게가 있으려나 생각하고 들어갔지만 도시락 가게가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몰려 들어오는 쪽을 향해 걸어가보니 신칸센으로 연결된 출입 게이트가 있고 그 너머로 "오벤또"라는 간판을 내건 전문 도시락 가게들이 반갑게 쭉 이어져 있습니다. 도시락을 사려면 표를 게이트에 집어넣고 나가야 하는데, 그러면 도시락보다 비싼 NEX 티켓이 그냥 날아가게 생겼습니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마치 정지영상처럼 잠시 멈추어 생각을 합니다.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었기에 티켓을 한손에 들고 게이트를 지키고 있던 역무원에게 다가가서 손에 든 티켓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도시락 가게를 바라보며 오벤또 라고 한마디 하니 표를 통과시키지 않고도 나갈 수 있게 문을 열어줍니다. 이런 걸 이심전심 혹은 인지상정이라고 하는 걸까요.

가장 가까운 도시락 가게에 들어가 도시락들을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일본어를 모르기 때문에 순전히 포장만 보고 골라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장어를 좋아하는 남편은 히라가나로 쓰여진 우나기를 읽어 그것으로 골랐고, 전 우나기 도시락과 비슷한 가격의 포장이 예쁜 도시락을 골랐습니다. 각자 차도 한병씩 골라 봅니다.기차가 출발하고 잠시 뜸을 들인 후 도시락을 열어봅니다. 제가 고른 건 열 몇가지의 야채를 반찬으로 한 건강 도시락인듯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익힌 야채와 조린 야채들이 많은 것이 맘에 쏙 드는군요. 남편의 도시락에는 장어와 더불어 (예상치 못했던)생선도 올려져 있군요. 이 또한 아주 맛있었답니다. 환율로 인한 가격 폭등으로 예전에 비해 거의 두배의 가격이었지만 그래도 오벤또는 역시 최고!

여기까지가 짧은데 길게 풀어쓴 (첫번째) 허니문 스토리입니다. 이렇게 이전까지는 듣도 보도 못한 신혼여행을 경험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집정리도 하고 혼인신고도 하며 남은 결혼휴가를 마저 보냈지요. 다행히 허공에 산산히 흩어져 버릴 뻔했던 보라보라 여행 스케쥴은 에어타히티누이와 보라보라 생레지스에서 성수기를 피한 날짜로 옮겨주겠다고 연락을 해왔고, 게다가 여행사에서 일종의 보상차원으로 한국-일본간 항공권까지 제공해주겠다니...

그리하여 공식적으로 어쩔 수 없는 허니문 한번 더 가야 하였고...
게다가 5월 중순부터가 성수기라고 하니...
과감하게 바로 한달 뒤로 일정을 잡아버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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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onji
2006~2010/Travel2009/07/2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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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가오카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다이칸야마. '홍대의 카페들이 이 곳의 카페들을 본따온 것이라지' '이곳에 있는, 유희열이 사랑하는 와플스가 우리나라의 와플열풍을 불러일으켰다지'등의 이야기를 통해서 익히 들어왔던 곳. 수많은 이들의 블로그에서 엽서 사진같이 여유롭고 한가로운 도시 풍경을 보여주던 바로 그 곳. 몇 년째 '언젠가 꼭 가보고 말테다'라고 마음 먹고 있던 곳이어서 마음이 한껏 들떴습니다.

지유가오카에서 멀지 않은 다이칸야마 역에 도착한 우리는 이번에도 마음이 가는대로 방향을 잡아 걷기 시작합니다. 조금 걸어 가니 대로를 따라 즐비한 꽤 큰 규모의 고급스러운 건물들이 보였으나 그것들은 왠지 제가 알고 있던 아기자기한 다이칸야마와는 거리가 있는 이미지입니다. 큰 길 사이사이로 난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봅니다. 특이한 전통 천가게가 있었고, 노란 간판이 인상적인 폴스미스 매장도 보이고, 그 외에도 작고 이색적인 가게들이 간혹 보이긴 했지만, 여기가 다이칸야마구나! 하는 느낌이 오는 곳을 찾기가 쉽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방향을 바꾸어 고급 주택가인듯 보이는 동네를 구석구석 헤매어보지만, 이곳은 또 한집 건너 한집이 미장원입니다. 한참을 걸은 후, 다리가 아파오고 다이칸야마에 대한 기대와 의욕이 쭉쭉 빠지던 찰나에 여느 동네에라도 있을법한 개성없는 카페가 하나 보입니다. 그나마 오가닉 카페군요. 앉아 쉬면서 뭐라도 마시고 싶은 마음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양복을 차려 입은 흑인 남자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으면서 일본말로 무슨 질문을 합니다. 우리는 흑인이 일본말을 하는 것에 당황했고 그 흑인은 일본인일거라고 생각한 우리가 일본말을 못알아들으니 당황했나봅니다. 같은 말을 몇번 반복하고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에 저희는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을 수 있었는데, 그 카페에서는 그 흑인의 사진 전시회가 열리는 중이었고 우리가 전시회에 초대받아 온 사람인줄 알았던 모양입니다.

작은 카페에 전시된 사진을 한번쯤 둘러볼 수도 있었겠지만, 피곤하고 의기소침해진 우리에겐 필요한 건 휴식. 남들이 너무너무 좋았다고 외치는 여기까지 와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이유가 뭘까.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요. 별로 어렵지 않게 아기자기한 카페가 가득한 동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리라 기대했었는데...세상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나봅니다. 카푸치노를 시켜놓고 언니에게 SOS를 쳐봅니다. '아무리 돌아다녀도 여기 미장원 밖에 없는 거 같다. 어디로 가야 카페가 많은 곳이 나오느냐' 전화로 물어봅니다. 친절한 언니는 심지어 다이칸야마가 집인 일본인 친구에게 물어 무슨 우체국인지(경찰서인지)가 있는 쪽으로 가라고 일러줍니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 길에 카페 주인에게 그 우체국인지(경찰서인지)의 위치를 물어보니, 니들이 어딜 가려는지 알겠다는 듯한 표정과 말투로 카페 명함에 그려진 조그만 지도에 표시까지 해가며 친절히 알려줍니다. 다시 한번 기운을 내어 봅니다. 손바닥보다 작은 지도에 난 길을 따라 걸어가보는데 역시나 좀전까지 우리가 헤매고 돌아다니던 길이더군요.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요. 피로가 쌓이면서 슬슬 포기가 됩니다. '에잇. 이렇게 봤으면 됐지.뭐', '원래 다이칸야마는 미장원이 유명한 곳인가보지 뭐'. 마음을 비우고 다음 목적지인 오모테산도 힐즈로 이동하기로 합니다.

그나마 비가 그쳐서 다행입니다. 작은 가게에서 유부초밥과 김초밥 도시락을 하나씩 사니 서운한 마음이 좀 사라집니다.히히. 두리번 두리번거리며 한참을 걸어가다보니 흠....에비스 역이 나옵니다. 언니의 조언에 따라 분명히 다이칸야마역에서부터 나카메구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왠 에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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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에비스 역을 만난 덕분에 다음 목적지인 오모테산도 힐즈에 가기가 더욱 수월해졌네요. 지유가오카나 다이칸야마에 비하면 오모테산도 힐즈는 정말 찾아가기 쉽습니다. 오모테산도 역에서부터 표시된 친절한 화살표만 따라 가면 되니 말이지요. 화살표를 따라 나간 출구부터 오모테산도 힐즈까지의 길은 마치 샹제리제거리처럼 큰 길을 따라 명품샵들이 가득합니다. 윈도우에 전시된 화려한 명품들과 그 밑에 달린 놀라운 가격표들을 구경하며 도착한 오모테산도 힐즈. 여기도 쇼핑몰이군요. ㅋㅋ. 오모테산도 힐즈도 여기저기서 주워듣기만 한 곳이라 뭘 보러 오는 곳인지 조차 몰랐지요. 어쩌다 보니 하루종일 동경에서 가장 핫한 쇼핑플레이스만 다니는 일정이 되어버렸습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지하부터 맨 위층까지 연결된 나선형 길과 뚫린 공간을 채우는 계단으로된 독특한 실내 구조가 눈에 뜁니다. 이제 쇼핑은 어지간했으므로, 나선형 계단과 나란히 배치된 샵들을 구경하다가 저녁이나 먹어야 겠다고 생각했으나, 많지 않은 가게들이 하나같이 독특했기에 다시 물건 구경하는 재미에 빠집니다. 이 곳에 파는 물건들은 대체로 비싼 것들이라 구경만 하고 싶었으나, J-Period(http://www.j-period.com/en/)라는 도자기 그릇을 파는 가게에서 그 작은 바램 역시 결국엔 무너지고, 포장한 컵 2개와 컵받침 2개를 뽕뽕이 포장지로 꼼꼼하게 싸서 나옵니다. 밥을 안먹어도 배 부를 것같은 기분이었지만, 기분만 잠시 그런 것이었을 뿐. 배는 고파오게 마련이지요.

우여곡절이 많았던 짧지만 긴 여행의 마지막 저녁을 스파클링 로즈와인을 함께 마무리해봅니다. 가지고 온 옷에서 소매가 긴 옷을 모두 꺼내어 겹쳐입고도 추운 날씨에 벌벌 떨던 몸을 녹이기 위해서 따끈한 해물 스프도 시켜봅니다. 그 맛이 해물 된장찌개와 너무나 흡사하여 놀라우면서도 반가웠다지요. 스프 한그릇 뚝딱. 샐러드 한접시 뚝딱. 살살 녹는 일본산 소고기로 만든 스테이크 한 접시 뚝딱. 몸도 녹고 배도 부르니 하라주쿠 역까지 산책 겸 걸어가봅니다. 결혼하자마자 닥친 위기상황을 무사히 이겨내고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는군요. 일본에서 해보고 싶은 것보다 한국에 가서 해야할 일들이 더 많았으므로 그다지 아쉬움이 남지 않아 다행입니다. 시나가와 역에서 다음날 나리타로 가기 위한 NEX 티켓을 산 뒤 이제는 익숙해진 호텔로 돌아갑니다.

 



Posted by yonji
2006~2010/Days2009/07/16 22:57


원래는 딴소리가 메인이고, 여행기가 특집인 블로그였는데...
1. 자세하게 쓸까 2. 사진만 올릴까 3. 그냥 건너뛸까 고민고민 하지 않은 채 1번을 선택했고
다른건 몰라도 사람이 일관성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계속 밀어부치다 보니
아직 보라보라 근처도 못갔는데 토나올 지경...ㅠㅠ
그래서 오랜만에 딴소리.

변덕이 죽 끓는 요즘 날씨 덕에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무슨 날씨가 폭염 아니면 폭우란 말인가.

1.
지난 주말 큰 맘먹고 꽃시장 가서 꽃을 사와서 집 구석구석 여기저기 꽂아 두었다.
매일매일 물도 잘 갈아주었다. 그런데!
폭염이 지나간 오늘 퇴근해보니 모두 die. 슬프다.



2.
여름이 되니 입을 옷도 없지만, 신을 신발 또한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았다.
역시나 큰맘 먹고 샌달하나 구매해주었는데, 연일 이어지는 비 예보에 겁이 나서 신지를 못하고.
고이 모셔만 두고 있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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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onji
2006~2010/Travel2009/07/16 22:09
눈 뜨자마자 아침 식사를 주는 레스토랑으로 향합니다. 아침은 소중하니까요. 정해진 식사시간을 살짝 넘겨 레스토랑에 들어섰지만 다행히 저희를 막지는 않더군요. 아메리칸 스타일과 재패니즈 스타일이 섞여 있는 조식 부폐가 저희를 반깁니다. 일단 어메리칸 스타일로 배를 채운 뒤, 일본 음식 좀 먹어본 사람처럼 흰 쌀밥, 미소장국, 낫또, 오매부시로  참하게 한상 차려옵니다. 염려하는 남편의 눈빛을 재빨리 읽고 엄마가 낫또를 아주 좋아하신다라고 일러둡니다. 엄마가 잘먹으니까 내 입에도 당연히 잘 맞을거라고 기대했었는데 휘휘 저은 낫또를 채 1/10도 못먹고 포기했다지요. 어느 정도 배가 부른 상태에서 오매부시랑 미소장국만으로는 흰 쌀밥조차 먹기가 힘들어서 호기롭게 도전한 일본식 아침을 고스란히 남긴 채 아침식사를 마칩니다.

오늘은 짧은 일본 여행 중 유일하게 짐을 싸고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날. 욕심껏 일정을 세워봅니다. 일단 오전 중에 지유가오카에 가서 구경을 하고 점심을 먹고 다이칸야마로 이동하기로 하고 서둘러 호텔을 나섭니다. 평일 오전 한갓진 전철을 타고 지유가오카 역을 향해 가는데, 빗방울이 전철 창문에 떨어지는군요. 동경 맑음이란 책도 있는 것 같은데 말이죠. 작은 우산을 하나 챙겨오긴 했지만 비협조적인 날씨가 영 맘에 안듭니다.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동네라는 소문과 사진만 보고 왔는데 막상 역 앞에 벌어진 어지러운 풍경에 잠시 멈춰섭니다. '작은 역앞에 난 작은 길을 따라 그냥 걸으면 되자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는 일순간 깨졌고,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야 할 지 고민이 시작됩니다. 우리처럼 카메라를 맨 관광객이라도 보이면 따라갈텐데, 비오는 평일 오전에 그런 사람을 찾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복불복.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가봅니다. 셔터가 내려진 상점들이 줄지어 있는 길을 따라 몇 블럭을 걸어가니 상상하던 분위기의 동네가 있습니다. 이색적인 건물과 범상치않은 외관의 상점들. 잘 정리된 집들과 그 사이로 난 깨끗한 길. 제대로 찾아온 게 맞나봅니다. 우산을 받쳐들고 비에 젖어 촉촉해진 동네 구경에 빠져듭니다. 눈길을 끄는 독특한 디자인의 집과 상점들이 곳곳에 숨어있고 동네 주민으로 추측되는 사람들은 우산을 받쳐든 채 자전거를 타고 지나다닙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빗소리만이 가득한 너무나 조용한 이 동네가 무척 마음에 들어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데, 아쉽게도 대부분의 가게들이 open전이었고, 그 중 몇군데는 아예 휴일이었다는 것. 너무 부지런을 떨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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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빗방울도 점점 굵어져서 일단 오는 길에 봐두었던 루피시아로 들어갑니다. 1층에는 다양한 차와 각종 다구가 전시된 매장이, 2층에는 차를 마시고 간단한 요리를 먹을수 있는 cafe로 되어 있네요. 좀 이르지만 휴식 겸 점심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기로 합니다. 조용한 동네 분위기와는 달리 이곳은 주민들의 아지트인 양 삼삼오오 모여 차를 마시는 사람들로 은근히 활력이 넘칩니다. 저는 다즐링과 스콘을, 남편은 복숭아향 차와 참치 샌드위치를 시킵니다. 갓 구운 듯한 스콘과 샌드위치가 나오고, 넉넉한 크기의 티팟에 무채색 린넨으로 만든 티코지를  씌워줍니다. 차가 우러날 동안 스콘에 꿀을 발라 한 입 베어무는데, 정말 입에서 살살 녹아내릴 만큼 부드럽습니다. 차가 우러나고 '음~ 스멜'을 나지막히 내뱉으며 한모금을 넘깁니다. 비오는 구경하며 마시는 차 한잔과 곁들이는 스콘 한조각에 금새 행복해집니다.


예상치 못했던 디저트까지 깔끔하게 다 먹고 나니 비가 좀 잦아드는 듯도 합니다. 아까 눈여겨 봐두었던 가게들이 이제는 문을 열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다시 거리로 나가봅니다. 좀 전까지 숨어있던 가게들의 간판들이 밖으로 나와 있군요. 아무래도 신혼이다 보니 살림살이에 관심이 많이 가는 걸까요. 캬하하. 그렇진 않구요. 전 원래부터가 문구류 및 각종 그릇과 장식용 생활소품들을 보면 정신을 잃는답니다. 남편의 취향도 약간 그러하구요. 이곳이야말로 정신줄 놓기 딱 좋은 곳이었구요. 아하하. 이제부터 쇼핑 시작이야.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하루만에 환율이 폭락했을리가 없으니 구경만 하리라 결심합니다. 모모내추럴(http://www.momo-natural.co.jp/)이 보입니다. 가끔 예쁜 그릇이나 소품을 파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수입해다 파는것을 본 적이 있었던지라 망설임없이 들어가지요. 원목느낌의 나무 가구들과 자연스러운 느낌의 패브릭 소품들과 그릇들. 너무 예쁩니다. 구석구석 꼼꼼히 구경하며 맘에 드는 그릇들을 들었다 내렸다 하고, 널찍한 나무 식탁과 의자들을 쓰다듬어봅니다. 아마도, 저의 무의식은 이미 들어올때부터 빈손으로 나가진 않으리라 결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참을 구경한 끝에 기어이 하얀 순면행주와 나무로된 행주걸이를 사서 나왔으니 말이죠. 뭐. 한번도 쓰지 않을 행주라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행주걸이라도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손바닥 만한 핸드백에 들어갈 정도의 부피였지만, 커다란 종이 쇼핑백에 넣어 비에 젖지 말라고 비닐 커버까지 씌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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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심한(일본에서는 아주 보편적이라고 하는) 서비스를 경험해보니, 행주를 산 것도 비가 오는 것도 다행스럽게 여겨집니다. 신기하게도 손에 쇼핑백을 드니 발걸음은 가벼워집니다. 룰루랄라 걸어가니 또 예쁜것들이 많은 건물이 보입니다. IDEE(http://www.idee.co.jp/)라는 브랜드였는데, 여기 디자인이 예술입니다. 특히 가구는 어깨에 짊어지고서라도 가지고 가고 싶을 정도였는데, 가격이 격하게 비싸더군요. 이쁜 것들은 원래 다 그런 법이지요. 오르락 내리락 하며 전층의 구경을 마쳤지만, 저희 둘의 발이 쉽게 떨어지지가 않습니다. 보들보들한 가죽으로 바닥과 안쪽을 대고 색색으로 염색한 스웨이드로 겉을 대서 만든 실내용 슬리퍼 때문이었지요. 이것이야말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는데, 왠지 제가 인터넷에서 파는 것을 본것 같은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단 말이지요. 그냥 사가자는 남편에게 '아니야. 인터넷으로 내가 더 싸게 살수 있어'라고 알뜰한 주부를 희망하는 3일차 주부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며 빈손으로 가게를 빠져나옵니다.





Posted by yonji
2006~2010/Travel2009/07/1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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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여기서 저녁을 먹기로 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가 않습니다. 다만 저녁을 먹기 위하여 다시 발길을 돌려 도착한 환하게 불을 밝힌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 입구에서 우연히 레스토랑들이 소개되어 있는 팜플렛을 보았을 뿐이고, 팜플렛의 안내에 따라 'TOP OF ABISU'라고 써있는 엘리베이터를 탔을 뿐이고, 통유리로 된 엘리베이터에서 반짝거리는 도시의 야경을 보고 한눈에 반했을 뿐이고....2개층에 걸쳐 오코노미야키부터 철판구이집까지 즐비하게 늘어선 갖가지 레스토랑들 중 하나를 고르기가 좀 어려웠을 뿐이고, 허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체력이 바닥을 칠 때 쯤 가장 가까이에 이 식당이 있었을 뿐이고....

전망 좋은 창가 자리에 앉아 메뉴를 받아 들었지만, 메뉴를 보아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럴 때 만만한게 코스지요. 다행히 코스는 그 종류가 하나여서 간단히 주문을 마치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사실 밖에서 볼 땐 레스토랑일거라고 생각하고 들어온 것인데, 둘러보니 술집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합니다. 회식을 하는 듯한 단체 손님도, 미팅을 하는 듯한 남녀의 무리도 있습니다. 맥주잔을 채워 단체로 간빠이를 외치고 자리를 옮겨가며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는군요.  맥주를 마시고, 하하호호 웃으며 일본말로 떠드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마치 한 편의 일본 드라마를 보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드디어 음식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뭔지 모르고 시킨 요리였으므로 먹으면서도 이게 뭘까 하는 것들이 좀 있었지만 그래도 하나같이 맛있습니다. 코스 요리들은 회도 고기도 먹고 싶었던 우리의 바램을 충족시키고도 남을 만큼 잘나왔으므로, 야경이 잘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고 더 받아간 seat charge는 눈 딱감고 용서해주기로 합니다.

며칠만에 한 제대로된 식사를 기분좋게 마치고 숙소가 있는 시나가와로 서둘러 돌아갑니다. 불시착한 여행지였지만,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좁지만 글로벌한 인맥의 소유자. 음하하하. 사실 동경에 머물게 되었을 때 떠오른 사람이 언니 말고도 한명 더 있었는데, 바로 남편의 고등학교 친구인 너구리님입니다. 우리의 결혼식이 있기 며칠 전에 지역전문가로 파견되어 동경에 체류중이신데, 한국에서 쓰던 핸드폰 번호가 아직 살아있어 쉽게 연락이 되었다지요. 낮에는 롯본기에 있는 본사에서 교육 중이어서 저녁에 보기로 했고,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해 호텔에 머물고 있는 너구리님의 숙소 역시 시나가와쪽이라고 하여 밤에 만나 맥주 한잔 하기로 했답니다.

호텔로 돌아와서 오늘의 전리품들을 기념촬영하고, 창밖으로 펼쳐진 야경을 감상하며 잠시 휴식을 취하니 너구리님이 시나가와에 도착했다는 연락이 옵니다. 역으로 나가니 저 멀리,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너구리의 페이스를 가지신 분이 걸어옵니다. 보통 어른남자들은 악수를 하고, 좀 더 친하면 어깨를 두드리며 안부를 나누면서 인사를 하는데 오랜만에 만난 이 두 친구는 초딩남자처럼 보자마자 팔로 목을 두르며(조르며) 별명을 부르면서(욕을 섞어) 반가움을 표현합니다. 빨리 오려고 롯본기에서 시나가와까지 택시를 타고 왔다는 너구리님은 일본 생활에 적응을 마치신 듯 능숙하게 시나가와 뒷골목에 있는 꼬치구이집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축의금 받으러 동경까지 왔다는 말을 믿지 않는 친구에게 남편은 그 간의 일들을 설명하고, 내친 김에 부산에 있는 또 다른 남편의 친구들과도 문자를 주고받고 전화를 합니다. 빈자리가 없이 손님이 가득한 작은 이자까야가 떠들석합니다. 옆자리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술취한 일본일들이 없었다면 여기가 동경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편하고 즐거운 시간이 지나갑니다.

아무리 반갑고 즐거워도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각자 숙소로 돌아가려고 보니, 너구리님이 장기투숙중인 호텔은 우리가 오전에 산책할 때 본 하얀색 레이스모양의 테라스를 가진 바로 그 호텔이라고 합니다. 세상이 좁은 걸까요...이자까야를 나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서늘한 밤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Posted by yonji
2006~2010/Travel2009/07/04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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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여름, 언니랑 동경 여행을 할 때 늦은 오후 에비스에 온 적이 있었지요. 여름 더위에 하루종일 돌아다니느라 지친 기분을 한순간에 날려버린 선선한 공기와 산책하기 좋은 깨끗하고 조용한 동네 분위기가 오래오래 기억에 남았었는데, 무작정 시작한 동경 여행에서 어딜 갈까 하는 고민에 제일 먼저 떠오른 곳이 바로 에비스였습니다. 그 때의 좋은 기억을 되살려 늦은 오후 시나가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에비스로 향합니다. 그러나, 전철을 타기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건 아니었지만 역 내에 쇼핑몰이 있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지요. 잠깐 구경이나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쇼핑몰로 들어갑니다. 쇼핑몰 입구에서부터 앙증맞은 사이즈의 핸드타이를 아이스크림처럼 꽂아두어 지나가는 행인들을 유혹하는 꽃집이 눈에 뜁니다. 우리나라보다 확실히 디자인이 앞선 대중적인 일본의 꽃집이 부럽습니다. 한다발 사서 호텔방에라도 두고 싶지만 사진 한 장 찍는걸로 만족하고 몇발짝 전진하는데, 아니 왠일왠일! '애프터눈티' 샵이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생활 소품들이 너무나 많아 예전에 왔을때도 한참을 머물다간 곳이는데 딱 마주쳤군요. 들어가보니 역시나 미처 다 갖추지 못한 살림살이들이 여기 다 있었습니다. 어쩜 이리 이쁜것들이 많을까 감탄을 하면서 머릿속으로 가격x15를 해봅니다. 이거야 원...왠만하면 참아내야 할 것 같았지만, 정말 꼭 필요하다 생각되는 아이템만을 추려서 구매합니다. SOAP이라는 글자모양의 비누받침대 2개와 린넨 느낌의 천에다가 핑크와 블루 스티치로 장식한 2장의 식탁매트, 그리고 여행올때 챙겨오지 않아서 불편할 뿐만 아니라 집에도 아직 없는 샤워타올, 그리고 여행용 사이즈의 향좋은 바디로션. 꼭 필요했지요. '내가 꼭 다시 올게. 환율이 800원만 찍으면 꼭 올게. 그때 더 많은 신상으로 만나자'라는 인사를 남기고 다시 전진하는데, 보들보들한 머플러를 파네요. 그것도 균일가로 말이죠. 머플러야말로 지금 이 시점에 머스트해브 아이템이었으니 그 자리에서 바로 목에 둘러줍니다.

쇼핑은 즐겁지만 이제 정말로 가야겠지요. 복잡하기로 유명한 동경전철 지도에서 에비스 역을 찾습니다. 언니에게 전화해 타야 할 전철을 한번 더 확인하고 역에서 나가야 할 출구방향을 미리 물어봅니다. 금방 에비스역에 도착했습니다. 햇빛이 잘 들어오는 따뜻한 무빙워크를 지나 연결된 출구로 나가니 예전에 봤던 그 곳입니다.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를 중심으로 펼쳐진 광장과 정원과 건물들을 본 남편은 동경에 와서 가장 밝은 표정을 보여줍니다. "이런 분위기 좋아"라며 연신 셔터를 눌러되는 남편을 보니 저도 잘 모르는 동네지만 괜히 앞장 서서 소개를 하게 됩니다. "예전에 저기 있는 비어 스테이션에서 기린 맥주를 사먹고 그 밑에 쇼핑몰에서 언니가 운동화를 샀지", "그땐 저기 예쁜 건물에서 사진을 찍었었는데", "저긴 아마 백화점일거야" "저기는 음식점 같은게 많았는데" 주로 쇼핑과 음식에 관한 안내뿐이었지만 그것들은 동경 여행의 백미이니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다. 여기 저기서 기념 촬영을 해주고 슬금슬금 백화점으로 향합니다. 일본의 도자기 그릇들은 어쩜 이리도 얇고 가벼운 걸까요. 그릇들을 몇 번이나 들었다 내렸다 해보지만 살 수는 없었지요. 마음이 아파옵니다. 마음이 아플 땐, 단게 땡기는 법. 생각을 해보니 점심을 제대로 안먹은 것 같고, 마침 케잌가게가 옆에 보입니다. 읽을 순 없었지만, 에비스 곳곳에 붙어있던 핑크색 포스터가 딸기철을 맞은 딸기 디저트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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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여기 가게에도 딸기가 가득 들어간 케익 종류가 유난히 많습니다. 하나를 골라 포장을 해달라고 합니다. 백화점을 빠져 나오면서 또 한번 와 본 척을 해봅니다. "뒤 쪽으로 가면 가로수랑 벤치가 좋아. 거기 앉아서 먹자" 그리고 예전의 기억을 바닥까지 털어냅니다. "나 예전에 거기서 모기한테 완전 뜯겼어. 모기 완전 많아." 다행히 아직은 추워서 모기는 없었고 가로수의 가지는 앙상했지만, 삿포로 맥주 사옥으로 보이는 빌딩을 마주한 정원 속 벤치에 앉아 케익 상자를 열어 한 포크 먹습니다. 밖에서 앉아 뭘 먹기엔 좀 무리인 추운 날씨였지만, 쵸코쉬폰 사이로 향긋한 제철딸기와 크림을 층층히 쌓아올린 케익이 아주 맛있습니다. 불 켜진 사무실에서 근무중인 사람들을 보니 상대성 이론을 증명이라도 하듯 여기서 이렇게 보내고 있는 시간이 더욱 즐거워집니다.

동네 구경을 좀 더 해보기로 합니다. 예전에 안가본 쪽으로 말이지요. 넓지 않은 도로에 다니는 차들이 이곳이 부촌임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서서히 가로등이 켜진 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눈에 띄는 것이 있으면 구경하고 사진찍고 또 다시 걷습니다. 사람 구경도 하고, 건물 구경도 하고, 친절히 길가에 내어놓은 레스토랑 메뉴판을 들여다 보면서 저녁 메뉴도 고민해봅니다. 그렇게 오밀조밀 모여있는 건물들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따라 걷는데, 길 건너 살짝 길 안쪽으로 비켜 들어가 있는 건물 2층에 걸려있는 작은 간판 하나가 제 눈에 쏙 들어옵니다. "macrobiotic academy". 다양한 먹을 것에 관심이 많은 제가 당시 가장 집중해있던 것이 생로병사의 비밀에 소개된 적이 있는 '마크로비오틱'이었지요.  저의 서핑능력을 풀가동하여 찾아보니 원래 일본의 전통 조리법 중 하나가 발전된 형태로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이미 건강식으로 널리 알려져서 마크로비오틱을 테마로 한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이미 많다고 합니다. 한국에는 겨우 한두권 정도의 관련 책이 나와있었고, 방송에 소개되었던 한국에 사는 일본인 요리사가 거의 유일하게 마크로비오틱 소개를 하고 계시더군요. 이야기가 다른 길로 좀 빠졌지만, 아무튼 반갑고 신기한 마음에 마크로비오틱 아카데미 아래층에 있는 마크로비오틱 카페와 마르쉐로 저는 곧장 향합니다. 남편은 그 옆에 멋진 자동차가 가득한 가득한 가게(자동차 튜닝샵 이라고 하네요)를 구경하느라 곧장 오지 못합니다. 작은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마크로비오틱을 위한 식재료를 팔고 있습니다.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마크로비오틱이라고 특별한 먹거나 안먹는 식재료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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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를 주식으로 제철에 나는 야채를 껍질째 먹고 해초류 뭐 이런걸 많이 사용하는 정도였는데, 이 곳에는 요리의 편의를 위해 말린 해초류, 야채 및 다양한 곡류들 그리고 기본이 되는 소스 같은 걸 파는 것 같았습니다. 운명처럼 마주한 이 곳에서 도저히 빈손으로 나가고 싶지 않습니다. 뭘 살까 한참을 둘러보지만 일본어와 영어로 적힌 식재료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고민고민하다가 눈에 띈 '검은깨소금'. 마크로비오틱의 기본인 현미밥 위에 한 숟가락씩 올려먹는 거라고 들었던 제가 아는 물건이었습니다. 집에서도 쉽게 만들수 있다고 하였으나, 아무래도 내가 만들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뭐라도 하나 사야 잠이 올 것 같은 마음과 적당한 가격이 어우러져 검은깨소금 한봉지를 사서 나옵니다. 여행의 큰 기쁨 중 하나는 여행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 물건을 구하는 이런 것 아닐까요. 아하하하하. 이제는 정말 배가 고파옵니다.






Posted by yon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