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년
from Always/Days 2010/03/23 23:07

사용자 삽입 이미지












펑펑 눈이 내리던 2010년 3월 22일.

집으로 배달되어 온
생각치도 못했던 정열적인 빨간 장미꽃바구니와
'사랑하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결혼 1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라는
메세지가 쓰여진 노란 봉투 속 귀여운 카드.

일년이 지났지만 이제 겨우 두번째
내 손가락에 끼워보는 결혼반지와
오랜만에 신어보는 높은 굽의 구두와 작은 핸드백.
여행 대신 선택한 피에르 가니에르에서의
오감을 사로잡혀버린 3시간여의 코스요리.

그리고 마지막 디저트와 함께 등장한 서프라이즈 꽃다발.
그것도 제인패커라니.
으앙.

 


- 그날의 비하인드

날씨도 안좋았는데 남편은 낮에 혼자나와 꽃다발 사서 호텔에다가 맡겨놓고 왔다고 했다.

이상하게도 코스를 먹는 중간에 화장실에 잠깐 다녀오겠다던 남편이 거의 나가자마자 들어오길래 화장실 다녀온거 맞냐고 물으니 다녀왔다고 했다. 뭔가 수상한 촉이 왔지만 화장실이 바로 앞에 있었다고 하니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우리를 서빙해주시는 분께서 착오가 생겨 죄송하다며 물은 서비스로 드리겠다고 했다 (피에르 가니에르는 외국처럼 물을 주문해서 먹는다.) 공짜로 준다니 좋긴 하지만 무슨 착오가 있었지? 라며 잠시 의아해했었다. 그러다가 꽃다발이 등장했고 난 정말 놀랐고, 또 기뻤는데 곧바로 언제 어떻게 준비한건지가 궁금했다.
 
남편이 원래 부탁한 건 우리가 식사할 룸 테이블 위에 미리 놓아달라는 것이었는데, 그날 피에르 가니에르에서는 와이디러 갈라 디너 행사가 있어서 그들이 그것을 깜박하고 챙기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연기파 남편은 아무 내색도 없이 같이 몇개의 요리를 먹고 나서 화장실 가는 척 나가서는 꽃다발에 대해서 얘기했고, 이미 타이밍을 놓쳤으니 마지막 디저트와 함께 달라고 다시 얘기했다고 했다. 그와 관련해 센스가 약간은 부족하셨던 그날의 서버께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나에게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착오에 대해서 미리 사과를 하셨던 것이다.

마지막 디저트였던 말린 과일을 가니쉬로 곁들인 오렌지 초콜렛 무스 케익(정식 이름은 이것이 아니지만 프랑스 요리는 당췌 이름을 기억할 수 없다)에는 'Happy Anniversary'라고 쓰여져 있었고 촛불도 하나 꽂혀져 있었는데, 집으로 가는 길에 남편이 주머니에서 빨간색의 '1'모양 초를 하나 꺼내 보여준다. 원래는 케익도 자기가 준비하려고 했는데 호텔에서 준비해주겠다고 해서 이렇게 초만 남았다며....초가 이래뵈도 백화점제라며....으앙. 나 정말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보다.






2010/03/23 23:07 2010/03/23 2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