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이틀 무리한 스케쥴을 소화하고 난 후의 일요일이어서 그랬는지, 소리없이 조용히 내리던 눈 때문에 어둑어둑한 날씨 탓이었는지 깨어보니 오늘도 열시...이래저래 등산은 물건너 간 일이 되어 집에서 또 조용히 쉬어볼까 했다. 소심한 눈송이들이 내리는 베란다 밖 풍경을 보니 맛있는 커피 생각이 간절해졌다. 오랜만에 나의 모카포트의 위력을 발휘해볼까 생각도 했으나 우유도 사러 나가야 하고, 커피도 갈아야 하고, 휘핑도 해야 할 생각을 하니 귀찮았다. 게다가 요즘 우리집 베란다 밖 풍경의 메인은 한창 땅파기 공사 중인 스포츠센터여서 고생끝에 만든 커피를 아름답지 않은 풍경과 함께 해야할 것을 생각하니 괜한 고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주와 동일한 자세로 소파에 드러누워 리모콘을 이리저리 돌리다보니 하염없이 내릴것만 같던 눈이 어느새 그치고 심지어 해가 나려 하고 있었다. 눈이 그치니 샘솟는 드라이빙 욕구와 맛있는 커피를 마셔줘야겠다는 일념으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후다닥 씻고 집을 나섰다. 히터를 빵빵하게 틀고 라디오도 크게 틀고 분당 정자동으로 고고. 정자동 주민 1인을 태워 카페골목에 자리한 커피지인으로 갔다. 커피지인에서는 드립을 마셔줘야 마땅하지만, 추운 날씨 탓인지 내린 눈 탓인지 카푸치노가 더욱 어울릴 듯했다. 역시 맛있다.
한참 노닥거리다보니 밖에서 꽤나 굵은 눈발이 날렸다. (나에게는 올해 첫)눈 맞으며 걷는 기분이 꽤나 운치있었는데, 금방 추워져서 길에 보이는 어그부츠 가게에 괜히 들어가기도 하고, 소니매장에도 괜히 들어가서 구경하는 척을 하다가 정자동 주민 1인을 원래 있던 곳에 내려주고는 다시 집으로 왔다. 역시나 만족스러운 일요일. 매일매일이 일요일만 같으면, 아니 반의 반만이라도 같으면, 아니 반의 반의 반의 (x10000) 반만이라도 같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