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from Always/Days 2010/08/30 20:45

D-Day를 앞둔 나는 촌스럽게도 잠을 좀 설쳤더랬다.
무리해서 일찍 잠자리에 든 까닭도 있겠지만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일관성없이 이어지던 여러가지 생각들 중 하나는 D+1(바로 오늘)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하는 생각이었다.
가장 급히 해야할 일은 그간 미뤄왔던 집안일이었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냉장실, 냉동실에서 일년이 넘게 방치되어 이젠 더이상 음식이 아닌 것들은 하루 이틀 더 방치되어도 아무 지장이 없을것이고, 온 집안을 굴러다니는 먼지뭉치이며 머리카락도 며칠은 더 참아줄 수 있었다.
그간 눈길도 주지 않았던(순전히 양심상의 이류로) 소설책이나 읽으며 뒹굴거려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소설책도 책인지라 내키지 않았다.
미장원도 다녀왔어야 할 시점이 훨씬 지났지만 요즘 짧은 커트머리에 꽂혀서 좀더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수시로 오랫동안 방치되는  블로그를 모바일 용으로 바꾸고 싶기도 했는데, 일이 커질거 같아 일단 보류.
그래서 그냥 뜬금없이 빵이나 굽기로... 날씨가 이렇게 덥고 습하니 발효가 얼마나 잘 될까 싶은 생각에 살짝 신이 나기도 했다.
선잠을 자고 일어나 어제 하루를 보내고 다시 깊은 잠을 자고 나니 오늘이다.
맘 같아선 당장 빵반죽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집엔 밀가루도 이스트도 없다.
신나게 빵을 만들려면 귀찮게도 나가서 이스트와 밀가루를 사와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
모든 것을 잠시 보류하고 커피 한잔을 들고 노트북앞에 앉아 한참을 놀다가 오후 한시가 넘어서야 밀가루와 이스트를 사러 나섰다.
해는 쨍쨍했지만 그래도 바람이 좀 서늘해진걸 보니 여름이 지나가고 있긴 한가 보다.
집을 나선 김에 텅빈 냉장고를 채워줄 과일도 좀 사고 밀가루와 이스트도 사서 돌아왔다.
오늘 만들 빵은 - 예전에 만들어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맛있게 먹은적이 있는- 치아바타. 레시피가 전혀 생각나지 않아 책을 뒤적거려본다.
힘들게 반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이 빵의 장점인데, 처음 발효를 12시간 이상 해야 한단다.
하루만에 만들수 없다는 것이 이 빵의 단점 되겠다. ㅠㅠ
그래서 실로 몇년만에 다시 시작한 베이킹은 밀가루와 이스트와 따뜻한 물을 잘 섞어 랩을 씌워 두는 것으로 허무하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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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30 20:45 2010/08/30 20:45